인류는 항상 자신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정의해 왔다. 그 수많은 견해 중, 특히 ‘지혜로운 자’를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종과 확연히 구분되는 사회와 문명을 형성한 우리의 표상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란 격변의 시기를 맞아 인류가 시시각각 변하듯이 인류는 어떤 존재인가를 다시금 정의할 때다. 이 책의 저자 최재붕 교수는 책 제목이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지혜로운 자’란 뜻의 포노 사피엔스 시대가 도래했음을 역설한다.
포노 사피엔스는 ‘폰(phone)’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합성어로 현 인류를 스마트폰 없이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포한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촉발한 유행은 우리가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항상 손에 놓지 않는 일상을 열었다. 그러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아마존·구글을 포함한 미국 기업은 물론이고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굴지 기업이 대표적 사례인데, 수십 조 원에 달하는 이들의 시가총액이 그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륙에서 불어온 혁명의 바람은 미디어 시장에 불어 닥치고 소비 형태마저 변형했다. 더 이상 소비자들은 TV·신문과 같은 전통적인 매체의 광고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SNS와 유튜브 등 새로운 디지털 매체가 광고 시장을 점령한 것은 방송국과 신문사들의 연이은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저자는 모든 혁명은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며 포노 사피엔스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세계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견하고, 이미 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위기로만 점철돼 있다. 포노 사피엔스를 위한 게임 산업은 계속된 규제에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일부 기성세대가 스마트폰을 시간 낭비만 불러일으키는 애물단지로 치부해 새로운 산업의 동력원보다는 규제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사례다. 쇼핑, 교통, 금융,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일상이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지금의 혁신들을 바라본다면 우리의 태도를 달리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최 교수는 과감히 스마트폰을 더욱 사용하라 말한다. 중독, 인터넷 도박과 같은 부작용은 경계하되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라는 충고다. 이런 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우리 군의 결단이 참 반갑고 자랑스럽다. 보수적인 이미지를 깨뜨린 것은 물론이고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퍼스트 무버가 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장병들은 제한된 상황에서 포노 사피엔스의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이젠 우리 장병들이 응답할 차례다. 기밀유출, 군대 내 불법 인터넷 도박 등 더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군 기강 해이를 국민에게 보여선 안 된다. 군과 국민이 올바른 포노 사피엔스로 나아갈 기회를 줬다면, 우리는 조국을 수호하는 군인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야만 한다. 스마트폰 사용, 임무와 절제가 함께해 완전한 병영문화로 발돋움하기를 장병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새 시대의 주인공으로서 당당히 스마트폰을 사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