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후 한주를열며] 군인은 나라의 자존심을 지키는 사람들

입력 2019. 11. 29   16:06
업데이트 2019. 11. 2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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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예전 기자 시절 미8군에 취재를 간 적이 있다. 한국인의 얼굴을 한 미군이 있었는데,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 3세였다. 그는 미군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미국은 자국민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구하려고 총력을 다한다. 전투기가 뜨고 항공모함이 움직인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때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나라의 힘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제대로 시작됐다. 그저 교육에 의해 애국가를 부르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며 몸에 밴 그런 형태의 애국심이 아니었다.

국민을 지켜주는 국가란 과연 어떤 의미인지 생각이 시작된 계기였다. 영화 ‘남한산성’에서 병자호란 당시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하고 삼전도에서 굴욕을 당하는 장면을 보며 문뜩 그때 그 교포 미군과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국가를 지키는 힘은 무엇이며, 군인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일까? 일반적으로 “군인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이란 답이 가장 많다.

그렇다면 나라를 지킨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단순히 우리의 영토를 남의 나라에 빼앗기지 않는다는 의미일까?

사람들은 말한다. 전쟁 억지력, 즉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군은 존재하는 것이라고. 과연 군인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일까?

예전 어느 행사장에서 세계적인 향수개발자인 ‘크리스토프 로다미엘’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자기의 직업을 ‘조향사’나 ‘향수개발자’가 아닌 독특한 의미로 정의했다. 그는 본인의 직업을 ‘공간에 부유하는 공기 입자에 감정을 입혀 재조각하는 사람’ 또는 ‘1400개의 향기 음반으로 향기를 작곡하는 향기 작곡가’라고 정의했다. 그가 왜 세계적인 향수개발자가 됐는지를 그의 말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

하는 일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뀐다. 나는 “군인은 나라의 자존심을 지키는 사람들”이라고 정의 내린다. 국방력이 강한 나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일이 줄어든다.

전쟁억지력도 그 힘에서 생기는 것이라 믿는다. 나라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군인들은 그 힘든 훈련을 하고, 평균 15번 이상 이사를 다니고, 아이들은 7번 이상 전학을 다닌다.

군인들은 ‘힘듦’을 자랑스러움의 재료로 삼는 사람들이다. 군인들의 희생에 대해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전몰장병 기념일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 통수권자로서 군복을 입은 우리의 자식들을 통솔하는 것보다 위대한 책임은 없다. (중략) 그들을 위험한 곳에 보내는 것보다 중대한 책임은 없다. 국가란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자뿐 아니라 지나간 것을 기억하는 자에 의해 그 격(格)이 결정되는 법이다. 그저 필요할 때 국기를 게양하고, 멈춰 서 묵념으로 그들을 기억할 게 아니다.”

군인들은 나라의 자존심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은 군인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나라가 바로 선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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