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한주를열며] 단지성과 협업

입력 2019. 11. 22   16:05
업데이트 2019. 11. 2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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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상명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김미경 상명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항공기 납치 자살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부터 한 달 후인 10월 10일 수요일 자 중앙일보 기사에서 필자는 놀라운 뉴스를 읽었다. 내용인즉, 미 육군 간부들과 할리우드 영화관계자들이 남가주대에서 ‘은밀히’ 모임을 했다는 것이었다. 뉴스 제목은 ‘할리우드서 테러작전 훈수’였다. 미국 영화의 본거지인 할리우드에서 미국의 군사정보 전문가들이 비전문가들에게 테러 대비 작전과 관련해 한 수 조언을 받았다니 믿기지 않았다.

한 수 조언을 해준 자들을 살펴보면 더욱 놀라게 된다. 이 만남에 참석한 사람들은 영화 ‘세븐’을 만든 데이비드 핀처와 ‘존 말코비치 되기’의 스파이크 존즈, 영화 ‘델타포스 원’의 감독 조지프 지토, ‘다이 하드’의 시나리오 작가 스티븐 드 수치, TV 시리즈 ‘맥가이버’의 작가 데이비드 엔젤바흐 등이다. 누가 보아도 군사전문가가 아니다.

그런데 미 육군 간부들은 중대한 시점에 이들을 만난 것이다. 영화 관계자들이 군사전문가가 생각하지 못한 테러 발생 가능 상황을 훨씬 다양한 모습으로 마치 영화 시나리오처럼 제시해주길 기대한 것일까?

실제로 그랬다. 참석자들은 군사전문가는 아니지만, 서스펜스 영화 전문가들인 만큼 영화 시나리오와 등장인물 분석을 통해 전술적으로 9·11 테러사건과 관련해 앞으로 테러리스트들이 어떤 활동을 펼칠 것인지를 군사전문가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미 육군은 예측하기 어렵고 두려운 테러에 대비하고 대응하기 위해 다수의 개체가 서로 협력함으로써 얻게 되거나 더욱 배가되는 집단지성 능력을 기대한 것이다.

집단지성이라는 용어가 처음 출현한 것은 1900년대 초반이다. 미국의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는 개미가 협업 등의 집단생활을 통해 효율적으로 먹이를 얻고 거대한 개미집을 건설하는 모습 등을 관찰해 개체로서는 미미한 존재인 개미가 군집으로서는 높은 지능체계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집단두뇌의 힘을 집단지성이라 부르게 됐다. 미국 유명 언론인 제임스 서로위키는 “특정 조건에서 집단은 집단 내부의 가장 우수한 개체보다 지능적”이라고 보았다.

오늘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만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집단지성과 협업능력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생태계 안에서 누군가의 지식이 해결의 단서가 되고, 다른 누군가의 경험이 더 나은 서비스의 내용을 구성할 수 있다.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2013년 국세청과 관세청은 역외탈세 정보교환 양해각서를 체결해 두 기관이 서로 보유하고 있는 역외탈세 관련 혐의정보 등을 교환하는 데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양해각서에는 역외탈세 및 외환거래 조사업무 중 발견한 국세·관세 탈루 등 혐의정보를 ‘외환거래 감독기관 협의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교환하는 것 외에도 조사사례 공유, 기관 간 직무교육 실시 등의 업무협업 내용을 포함했다. 그 결과 역외탈세 추징세액이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는 두 기관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집단지성을 극대화하고 그 과정의 협업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국방행정의 동등 계층 파트너 찾기와 이들과의 집단지성 극대화 노력으로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기대해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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