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준 독자마당] 가상현실을 활용한 병영상담

입력 2019. 11. 13   15:55
업데이트 2019. 11. 1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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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원 준
㈜싸이큐어 대표
황 원 준 ㈜싸이큐어 대표

요즘 사회 모든 영역에서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대두하고 있다. 군에서도 다양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일고 있는데, 특히 군의 교육훈련체계 혁신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열린 ‘2019 미래 육군 리더십 콘퍼런스’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병영상담과 최신 가상현실(VR) 기기를 접목해 무형전투력을 향상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상현실은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가상현실을 활용한 병영상담’은 현실을 가상처럼 느끼는 상태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사용된 특수안경은 인간이 사물을 인지하는 첫 단계인 시지각(視知覺)에서 비현실감을 느끼도록 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예컨대, 병영상담은 주로 간부에 의해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 용사 입장에서 상담자는 간부이기 때문에 온전히 상담자일 수 없다. 이러한 이중관계 속에서 용사는 상담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 특수안경을 착용하면, 눈앞의 간부가 만화 속 주인공처럼 보이거나 혹은 스케치한 사람처럼 보인다. 간부가 아니라는 시지각의 혼돈, 즉 뇌가 착각을 일으켜서 자신도 모르게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야전부대 부적응 용사들을 대상으로 상담 효과성 검증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상담 초기에는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특수안경 착용 후 상담대상자의 발언 수가 급격히 증가했고, 부산했던 손동작이 차분해졌으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빈도가 늘었다.

또 함께 제작한 관계향상 맞춤형 VR 콘텐츠가 지휘관의 리더십 함양과 부대원들의 팀워크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동안 군에서 적용해왔던 VR 기술들은 대부분 항공기·전차·장갑차 등 장비 위주의 교육훈련에 국한돼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미군 등 선진국 군대에서는 개인을 대상으로 VR을 활용한 심리치료, 관계훈련, 교육용 콘텐츠가 이미 상용화돼 활용되고 있다.

이젠 우리 군도 장병 개개인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역량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본다. 예를 들면, 병영 내 올바른 관계 형성이나 전입 장병의 적응에 도움을 주는 VR 콘텐츠가 그렇다. 왜냐하면, 요즘 장병들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올바른 대인관계를 경험하지 못하고 입대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또 반복 숙달이 필요한 개인훈련, 전술 상황에서 최적의 개인 전투기술을 발휘하는 모델의 제공 등 장병들의 전술·전기 연마를 위한 콘텐츠도 유용할 것이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과 신세대 장병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 콘텐츠 개발이 더 활성화되기를 바라며, 그 무한한 발전 가능성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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