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사거리 40.6㎞, 최고속도 67㎞/h, 15초 이내 3발 급속사격, 기동 중에도 60초 이내 포탄 발사 가능…!
한국군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K9 자주포’(이하 K9)의 우수한 성능이다. 약 9년 전 포병학교에서 포술학교관 임무를 수행하며 K9의 전술적 운용에 관해 교육했던 내게, 이번에는 K9을 운용하는 포병대대장으로서 그 우수성을 입증할 영광스러운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10월 23일, 강원도 철원 문혜리 훈련장에서 한미연합사령관과 부사령관, 지상작전사령관 등 세 분을 비롯한 다수의 참관하에 ‘K9 전술적 운용 행동시범’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행동시범의 중점은 우수한 기동성과 정확성·신속성을 겸비한 K9을 실사격과 연계해 행동으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시범은 크게 세 가지 임무로 구분됐다.
첫째, 포대 사격진지 내 대피지점에서 대기 중이던 1개 포대(6문)가 사격명령 접수 직후 사격지점으로 고속 기동해 60초 이내에 사격하고 다시 대피지점으로 복귀!
둘째, 포대 내 2문의 대포가 다시 고속 기동해 자동 2모드(대포 자체적으로 사격제원을 산출하는 기능)로 15초 이내에 3발 급속사격!
마지막으로 K10 탄약운반장갑차를 이용해 K9에 포탄 재보급!
물론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이번 행동시범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위한 일상적인 일’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런 일상적인 일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구현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준비하면서 오히려 실전적인 교육훈련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값진 계기가 됐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이, K9이 아무리 뛰어난 무기라 하더라도 사용자가 미숙하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음을 뼈저리게 체감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휘하는 부대가 시범준비 초기부터 합격기준을 달성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끊임없는 반복 숙달과 실시간 강평 및 보완을 통해 합격기준을 능히 달성했고, 마침내 행동시범 간에는 한미연합사령관이 페이스북에 표현한 것처럼 ‘고도로 훈련된 전투의 왕(King of battle)’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베게티우스의 말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실전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조국 대한민국의 평화를 굳건하게 사수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우리 군은 아직 포병부대 실사격 간 정(靜)적으로 훈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시 교육훈련 간 안전이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자동화된 자주포의 우수성을 적극 고려한다면 안전이 확보된 가운데 실전적인 훈련도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야전포병부대 지휘관 모두가 이런 전술적 운용을 벤치마킹해 실전적인 교육훈련과 함께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