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영진 독자마당] ‘안전육군 만들기’ 완성을 위한 조건

입력 2019. 11. 11   15:59
업데이트 2019. 11. 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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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영진 제1기 육군안전모니터링단원
호영진 제1기 육군안전모니터링단원

제1기 육군안전모니터링단원에 응모해 활동을 시작한 지 4개월, 네 번째 활동을 앞두고 책임감에 밤새 뒤척이다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육군안전모니터링단’ 유니폼을 챙겨 새벽 열차에 몸을 싣고 기분 좋게 달려 용산역에 이른다. 이제는 제법 친해진 모니터링단원들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올랐다. 서울을 빠져나와 3시간 반가량 달려 도착한 곳은 동부전선 최북단의 GOP 철책과 기나긴 해안선을 책임지는 육군8군단이었다.

군단 관계자는 “전 간부가 ‘안전은 전투준비’라는 신념 아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리적 특성과 노후한 시설, 군 구조개편과 연계된 예산투입의 제한 등으로 취약지역이 많을 것”이라며 “안전모니터링단이 전문가의 식견으로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우리 부대의 안전수준을 높여주길 기대한다”는 말에 책임감이 더해졌다.

이번 부대 안전진단 모니터링 활동은 육군 진단관과 안전전문기관(소방청·도로교통공단·전기안전공사 등) 그리고 모니터링단원들이 조를 이뤄 소방·교통·전기·가스·훈련장 등의 안전을 진단했다. 대학에서 안전을 가르치면서 ‘안전한국훈련’ 평가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4조에 편성돼 유격장 안전진단에 참여했다.

유격장에 들어서자 올해 마지막 유격훈련을 받는 장병들의 함성이 동해 저 멀리 울려 퍼지고 있었다. 모든 과정에 간부들이 동참하고 안전통제관과 의무반이 제 위치에서 역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입체적인 안전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에 만든 지 30년이 지난 유격장 시설은 바닷가에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다른 곳보다 빨리 노후화된 것 같았다. 부대 관계자는 2022년에 유격장 전면 보수가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

유격장 안전진단을 진행하면서 우리 조원들은 전문가의 눈으로 육군 관계자들과 진지한 논의를 이어갔다. “바닥은 추락 시 낙상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담장벽 오르기 코스는 합판이 파손돼 찰과상이 우려된다. 트러스트폴 목봉은 유동방지를 위해 앵커볼트로 반드시 고정해야 한다. 유격전용 장갑은 보급되지 않는가?” 등 의견을 제시했고, 육군 관계자들은 부대 상황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하는 동시에 꼼꼼히 메모했다.

올해 육군은 안전진단을 통해 드러난 위험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60여억 원의 예비비를 긴급 지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자녀들이 복무하는 병영시설에서 위험요인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추가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장병들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안전예산은 전투력 유지와 장병들의 사기 그리고 군의 신뢰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지원돼야 한다.

육군은 안전을 ‘공감을 넘어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안전 전담조직을 창설해 안전교육과 예방활동을 펼치고, 사고가 발생하면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사후처리까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육군의 안전문화로 정착돼 ‘안전육군 만들기’가 완성될 수 있도록 이제는 국민의 지지와 함께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으로 화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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