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궁 8회] 신관·탄두, 최대 타격효과 보장

입력 2019. 02. 27   17:20
업데이트 2019. 03. 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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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유도탄 시스템에서 항공기나 순항유도탄과 같은 대공 표적을 격추시키는 최종 임무는 신관과 탄두에 부여되어 있다. 추진 장치와 유도 조종장치가 탄두를 표적까지 정확하고 빠르게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한다고 할 때 신관과 탄두는 표적을 타격하는 결정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다. 신관을 개발하는 기술은 선진국에서도 핵심기술로 분류되어 관련 기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마(天馬)의 유도탄 신관에 적용된 기술을 토대로 각각의 핵심기술에 대한 세부적 연구와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신궁 유도탄에 적합한 소형화된 신관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탄두 역시 세계 최초로 텅스텐 합금을 이용한 ‘조절형 파편 탄두’를 개발했다.


2009년 공군대공사격장에서 열린 대공유도무기 사격훈련에서 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당시 방공포병사령부)의 장병들이 신궁을 발사하고 있다. 공군에서는 신궁 최초 사격이다. 국방일보DB.
2009년 공군대공사격장에서 열린 대공유도무기 사격훈련에서 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당시 방공포병사령부)의 장병들이 신궁을 발사하고 있다. 공군에서는 신궁 최초 사격이다. 국방일보DB.

1발로 쉽지 않은 항공기 격추


일반적으로 항공기는 작은 충격에도 취약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 군용 항공기들은 대공 공격에 대비해 상당한 방호력을 갖추고 있어 ‘격추’라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대공 유도탄은 10kg 이상의 대형 탄두를 사용해 명중 후 즉시 추락할 수 있도록 하지만, 휴대용급 대공 유도탄의 탄두는 그 무게가 1.5~3.5kg 수준에 불과해 ‘추락시키는 명중’은 더더욱 어렵다.


항공기의 엔진을 예로 들면, 신궁과 같이 표적의 열상(Infra-red)을 추적하는 유도탄은 열을 내뿜는 열원(heat source 熱源)이 되는 항공기 엔진을 추적해 공격하게 된다. 엔진은 대체로 5mm 두께의 철판으로 만들어진다. 이런 엔진에 휴대용 유도탄 탄두 파편 몇 개가 관통을 한다 해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지는 못한다. 또 30mm 내외의 대공포탄 1발로도 항공기를 완전히 제압할 확률은 극히 미미하다. 정밀한 유도와 탄두의 위력이 무엇보다 중요시 되는 까닭이다.


이렇게 표적이 대공화기에 맞아 입은 피해(살상)는 ▲5분 이내 추락 ▲ 임무수행 불가 ▲ 수리시간 소요 등의 범주로 구분된다. 이는‘종말조우조건’이라고 하는, 유도탄이 표적에 접근해 마지막으로 신관이 표적을 감지하고 탄두를 폭발시켜 표적을 제압하는 단계의 상황(조건)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표적에 가장 많은 피해를 주자면 유도탄이 표적을 직접 맞히는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매우 빠른 속도로 회피 기동을 하는 항공기를 ‘직접 맞혀 격추' 시키는 명중 확률은 사실상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유도탄이 표적을 근접했을 때 스스로 표적을 효율적으로 격파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와 순간(타이밍)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유도탄 자체에서 표적을 탐지하고 탄두가 표적에 최대 피해(살상)를 줄 수 있는 시점을 판단해서 탄두를 기폭시키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신관이다. 


신궁 신관은 레이저광 이용하는 광학식


신관은 표적을 탐지하는 방식에 따라 전파를 이용하는 전파형과 레이저광을 이용하는 광학식이 있다. 광학식은 태양광, 안개, 구름 등의 기상조건에서 전파형보다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전자파 교란 등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생산 단가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신관에는 충격(impact)방식과 근접(proximity) 및 충격 겸용 방식이 있다. 신궁 유도탄에는 광학식 근접 및 충격신관이 채택되었다.


신궁 신관의 분해된 모습. 사진 = 국방과학연구소
신궁 신관의 분해된 모습. 사진 = 국방과학연구소


미국 레이시온(Raytheon)의 스팅거(Stinger)나 러시아 KBM의 이글라(Igla)는 근접신관을 사용치 않고 충격신관 만을 사용하여 유도탄의 동체 충돌관통과 폭풍압 그리고 파편 효과로 대공표적을 제압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같이 충격신관만을 장착한 경우라면, 유도탄이 표적에 직접 부딪혀 ‘충격’이 작동할 때에는 상당한 위력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글라와 스팅어의 명중률이 60% 정도로 알려졌을 만큼, 충격신관만 채용한 유도탄의 명중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은데다, 유도탄이 표적에 직접 충돌하지 않고 스치기만 해서는 위해를 크게 입히지 못한다.


근접 신관만 채택한 경우라면, 피해의 정도는 ‘충격’ 때 보다 더욱 약하게 나타난다. 파편의 위력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근접(거리) 정도와 탄두 폭발 타이밍에 따라 표적의 피해 수준이 달라진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은 프랑스 마트라(Matra)사의 미스트랄(Mistral)과 영국의 스타버스트(Starburst) 처럼 근접/충격 겸용 신관을 사용하는 것이다. 표적이 되는 항공기에 치명적인 살상 피해를 노리기 보다는, 저수준의 살상력이지만 표적에 광범위하게 피해를 주어 임무수행 능력을 저하시키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일반 대공 유도탄보다 구경도 작고 가벼운 휴대용 대공유도탄의 한계, 즉 휴대가 용이한 반면에 탄두의 중량도 작아 파괴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도 있다.


"근접신관과 충격신관을 겸한 신관의 경우에도 근접신관에 의해서만 작동할 때에는 표적에 치명적인 충격을 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근접신관이 표적을 감지한 후 일정 지연시간을 두어 ‘충격’이 감지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연시간을 충분히 줄수록 표적의 종심에 보다 깊숙이 침투하여(표적에 보다 더 가깝게 접근하여) 탄두가 폭발하게 되므로 표적의 제압에 가장 유리한데, 이때 표적의 종심에 탄두가 침투하는 동안 탄두의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폭발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영준 책임연구원)


따라서 개발 중 가장 중요하고 크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유도탄이 표적 항공기 탐지 후 최적의 기폭 지점을 찾아 탄두를 폭발시키기 위해 어떤 탐지 방식, 어떤 표적 신호 분석, 어떤 신호처리 알고리즘 방식을 써야 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신관에는 표적을 찾고 확인하는 표적확인장치(Target Detecting Device)가 있다. 유도탄이 비행 중 표적에 근접해 가면 이 장치에서 적외선 레이저를 그 ‘물체’에 쏘아(照射) 이에 반사되는 신호 크기를 분석해 이것이 '진짜 표적’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표적은 낮과 밤, 그리고 기상 상태를 가리지 않고 공습해올 것이기 때문에 표적탐지장치 역시 그같은 '전투환경' 속에서 표적을 분명히 가려내는 성능을 보유해야 한다.


신궁 신관에 적용된 표적탐지장치의 경우 적외선 레이저광을 이용하여 유도탄 비행축의 수직방향으로 360 도 전 영역의 표적을 탐지하도록 개발됐다. 특히 송신 레이저광을 90도의 팬빔(fan beam) 형태로 펼쳐 주고, 표적에서 반사된 레이저 광 펄스를 집속시켜 주는 광학장치를 4개 채널로 구성하고 있다.(아래 개념도)


신궁 신관의 표적탐지장치의 표적감지 개념도. 국방과학연구소
신궁 신관의 표적탐지장치의 표적감지 개념도. 국방과학연구소


"미스트랄 신관은 6개 채널로 구성돼 있는데 채널이 적을수록 고도의 기술이 적용됩니다. 미스트랄 신관에 비해 생산 단가도 크게 저렴하다는 것이 또하나의 장점입니다" (이영준 책임연구원)


그런데 신관 표적탐지장치에서 쏘아진 레이저는 비·구름·안개에 의해서도 반사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표적 만큼의 유사한 신호 크기로 반사돼 ‘표적으로 오인’케 할 수 있다. 신호 크기가 표적의 것인지 아닌지는 신관 내의 소형 컴퓨터 격인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계산하는데, 이 계산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램화한 것이 ‘신호 처리 알고리즘’이다.


구름을 표적으로 오인, 탄두 기폭시키기도


신관은 여타 시스템과는 달리 한 번의 오작동에 의해서도 유도탄을 폭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그 작동 신뢰도가 매우 중요하다. 신뢰도 높은 신관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각종 시험평가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과거 1990년대 중반 천마 개발 당시 발사된 유도탄이 구름 속을 지나면서 그만 탄두를 터트리는 바람에 시험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천마 유도탄에 적용, 개발된 광학식 신관이 짙은 구름을 표적으로 오인해 탄두를 기폭시켜 버린 탓이다.


광학식 신관은 비·구름·안개 등을 구분하는 데 ‘전파형’보다 취약한 단점이 있는데, 이렇듯 신관이 비·구름·안개 등을 ‘표적’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발 단계에서 비·구름·안개의 반사 신호와 변화량을 충분히 측정하고 데이터를 확보한 후 이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완벽하게 개발해야 한다.


연구팀은 태양광·안개·구름 등의 기상 조건 하에서 신관의 작동성을 확인하기 위한 안개·구름 영향분석시험, 실물 전투기 표적(MiG-23)에 대한 신관의 표적 탐지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조우모의시험, 그리고 신관의 표적 탐지 및 탄두 기폭 등의 과정 확인을 위한 유도탄 비행시험 등을 수행하였다.


먼저 안개·구름 영향분석 시험은 변화량이 심한 짙은 안개와 구름이 자주 끼는 장소에서 수행해야 되기 때문에 이들 기상조건을 충족시키는 장소를 물색했다. 천마 개발 때와 마찬가지로 소백산 천문대 일대가 최적의 장소로 판단되었다. 시험시기는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8월말로 정했다.


연구팀은 천문대 부근에 텐트를 치고 시험장비를 설치했다. 시험에 적합한 안개·구름 조건이 형성되기를 수 일간 기다려 마침내 요구하는 기상조건에서 성공적으로 시험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신궁 신관은 안개, 구름등의 기상조건하에서도 표적을 정상적으로 탐지하는 전천후(all weather capability) 성능을 가졌음을 입증했다. 특히 신관의 광학 장치에 태양광이 직접 들어오더라도(입사) 태양광의 영향을 받지 않고 표적을 탐지할 수 있는 ‘태양광 영향배제 신호처리 기술’과 아주 짙은 안개나 구름 하에서도 정상적으로 표적을 탐지할 수 있는 ‘안개·구름 영향배제 알고리즘’의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신궁 신관은 가시거리 80m 이하의 안개와 구름 하에서도 표적 탐지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스트랄 신관의 신호처리 알고리즘은 아주 짙은 안개, 구름하에는 표적을 탐지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 적응성에서 우열을 가릴 수 있는 부분이다.


소백산 천문대 인근에 설치된 시험장비와 MiG-23전투기에 대한 조우모의시험장면. 국방과학연구소
소백산 천문대 인근에 설치된 시험장비와 MiG-23전투기에 대한 조우모의시험장면. 국방과학연구소

실물 전투기 표적(MiG-23)에 대한 신관의 표적 탐지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조우모의시험은 당시 국내에는 시험설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여서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 차이나 레이크(China Lake, CA)에 위치한미 해군항공무기센터 NAWC(Naval Air Weapons Center)에서 조우모의 시험을 수행하였는데, 시험결과 신궁 유도탄에서 요구하는 사양을 충족시키는 신관탐지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절형 파편 탄두는 세계 최초 기술 


한편, 근접 및 충격신관은 지연시간을 충분히 줄수록 표적의 종심에 보다 깊숙이 침투해 터지도록 하므로 표적 제압에 가장 유리하다. 다만 표적의 종심에 탄두가 침투하는 동안탄두의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폭발해야만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인 미스트랄의 경우 파편 효과를 위해 텅스텐 파편의 크기를 일정하게 미리 만들어 접착시키는 성형 파편을 사용한다. 이러한 파편은 크기와 파편의 속도가 일정하지만 탄두의 구조가 취약하고 파편의 속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고, 체계 구조상 충격 작동 때에 일정 시간 기다릴 수 없으므로 탄두의 폭발이 표적의 종심에 가깝게 접근하지 못해 무기효과가 떨어지는 약점이 있는 것이다.


세계 선진국들의 휴대용 대공 유도탄 탄두를 분석한 탄두설계팀은 선진국에서 핵심적인 보호기술로 다루어지는 이 분야에 그동안 축적된 독자적인 국내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최초’기술이라는 도전장을 냈다.


이른바 텅스텐 합금을 이용한‘조절형 파편 탄두’라는 것이다. 이것은 파편의 크기가 일정하면서도 파편의 속도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표적과 충돌, 폭발할 때 탄두 구조의 생존성이 우수하다. 종말조우단계에서 최상의 위력 발휘를 보장하는 신궁만의 비법이다.


신궁탄두에는 또 선진형 탄두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둔감기술이 접목되어 있다. 이것은 유도탄이 표적과 충돌하며 충격센서가 표적을 감지한 후 탄두가 폭발할 때까지 탄두 안전도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모의 유도탄과 표적의 충돌시험을 국내 최초로 수행하기도했다. ·


더불어 발사 때 발사 환경을 감지한 후 우군 지역 내에서 탄두가 폭발하지 않도록 안전을보장해주는 기계식의 안전장전장치(Safety and Arming Device)는 극히 얇은 초박형이면서도 충격에 매우 강한 면을 가지고있다.  야전 운용 중 안전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신궁 신관과 탄두는 전체적으로 국내 독자적인 기술에 의해 개발된 세계 최첨단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미스트랄의 광학식 신관과 비교할 때 성능상으로 대등하지만 무게와 크기가 작은 데다 가격 또한 낮다는 우월성이 있다. 


■ 이 글은 국방일보의 자매지인 월간 ‘국방저널’ 특별기획으로 2007년 연재된 ‘승리의 믿음 신궁, 개발에서 전력화까지’ 기사로 일부 재구성, 게재되었습니다.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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