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궁 7회] 추진기관 - 첫 비행시험 실패 '신뢰성' 확보에 주력

입력 2019. 01. 03   08:18
업데이트 2019. 03. 0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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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열시스템, 러시아와 설계개념 달라 해석 ?공정 등에 진척 더뎌


발사 후 비행하는 신궁 유도탄. 사진 = 국방과학연구소.
발사 후 비행하는 신궁 유도탄. 사진 = 국방과학연구소.

유도탄이 각종 환경 속에서도 표적을 충분히 추적할 수 있게 비행하도록 힘을 주는 구성품이 추진기관이다.


유도무기체계의 개발 일정을 볼 때 이 추진기관은 다른 부체계(subsystem)에 비해 1년 정도 앞서서 개발되어야 한다. 설계한 유도탄이 군에서 요구성능에 대체적으로 만족할 것인가를 무유도 비행 시험을 통해 먼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탐색기 경우처럼 탐색개발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연구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추진기관에 대한 연구는 다른 부체계와 경우와 다를 바 없었다.


인력과 예산은 타 부체계와 마찬가지로 1995년 11월 탐색개발이 시작되면서 투입되었다. 타 부체계보다 1년 정도 앞서 개발해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 그나마 연구 예산도 기초연구 성격의 연구 범위에 해당하는 만큼만 배정받았다.


내열시스템 설계 매우 중요  


신궁 추진기관 개발에 필요한 주요 기술로는 비행모터의 추진제, 내열(耐熱)시스템, 연소관 개발 기술과 이들을 종합한 시스템 성능 기술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추진제 내부에 금속선(가는 은선)을 삽입해 연소 속도를 증가시키는 추진제 개발 기술은 국내에서는 개발 경험이 전무한 기술이었으나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원들의 사전 연구에 의하여 상당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다. 또한 얇고 가볍게 제작해야 하는 연소관 개발은 천마와 구룡 등을 개발하면서 관련 기술을 축적해온 덕분에 비교적 접근이 용이했다.


이렇게 추진기관 개발에 필요한 여러 분야의 기술들이 여러 연구원들의 열정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어떤 기술은 그 과정이 매우 힘든 경우도 있었다.


특히 내열시스템이 그러했다. 일반적인 추진기관의 경우 연소관 내부의 추진제가 연소 후에 짧은 시간 동안에만 연소관을 보호하는 내열재가 연소 화염에 노출된다. 그러나 신궁의 내열재는 연소 초기부터 연소 완료 시까지 고온, 고압가스에 노출되므로 내열시스템의 설계는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내열시스템에 대한 개발 방향을 명확히 정하지 못한 채 개발은 시작되었다. 따라서 지상 연소시험을 통해 추진기관의 성능을 우선 개략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용도의 추진기관(‘heavy type"이라고 하는 구조적 안정성이 높은 추진기관) 을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탐색개발 기간을 통해 성능은 개략적으로 확인 할 수 있었으나 내열시스템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 영향은 체계개발에 들어서 유도탄 체계에 부합하는 추진기관을 설계한 후 확인하는 최초 시험(1999.6.24)을 진행하는 가운데 나타나고 말았다.


신궁은 특성상 가벼우면서도 성능은 최대로 발휘되어야 하지만 그날 시험의 결과는 추진기관을 너무 성능 위주로 설계한 결과였다. 원인 분석 결과, 추진기관의 내부 총 공간 중에서추진제가 차지하는 공간이 너무 과도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으로 밝혀졌다. 유도탄 비행시험에 대비해 모든 부품을 비행용으로 적용한 추진기관의 지상 연소시험에서도 파열 현상이 발생했다. 자체 개발한 내열시스템이 역시 고온가스 유동에 견디지를 못한 것이다.


이후 재료와 제작 공정을 수차에 걸쳐 변경해 시도해봤지만 역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러시아의 기술을 접한 것은 이 즈음이었다.


신궁 추진기관의 비행 모터에 대한 지상 연소 시험. 사진 = 국방과학연구소
신궁 추진기관의 비행 모터에 대한 지상 연소 시험. 사진 = 국방과학연구소

"당신들은 실패 경우 없었나?" 


연구팀은 러시아의 내열시스템에 대한 보고서와 엔지니어들을 국내에서 접했지만 우리의 설계 개념과는 상당히 다른 데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서방국가들의 설계개념에 비해 효율성 측면에서는 양호했지만 신뢰성 면에서는 동의하기가 곤란했다.


그들은 그들 역시 오랫동안 수많은 파열 현상을 겪으면서 완성한 기술임을 강조할 뿐이었다. "당신들 유도탄도 간혹 추진기관이 실패하는 경우가 있을 것 아닌가?" 이렇게 유도성 질문을 건넸지만 그들의 대답은 늘 "아무런 문제가 없다"였다.


기술회의는 이전하는 측과 이전 받는 측의 미묘한 견제 탓에 터놓고 토의할 수 있는 마당이 못되었다. 자리를 제작회사로 옮겨 소수의 실무 엔지니어들끼리 가슴을 맞대니 좀더 자유스럽게 토의가 가능해졌다.


러시아 엔지니어들은 밤에 진행되는 기술회의에도 싫은 내색을 보이지를 않고 목표를 향한 공동인식 아래 성실하게 토의에 임했다. 그렇지만 한계가 있었다. 러시아 기술에 대한 개념적 접근은 가능했지만 중요한 내열시스템의 설계와 해석, 공정과 관련한 실제적이고 세부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진척이 거의 없었다.


"설계를 어렵게 마치고, 상온·고온·저온 등의 환경조건 아래서 지상시험을 실시했습니다. 조마조마한 순간을 수차례 넘기며 시험 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분석 결과, 여러 성능들이 정상이라는 결론을 얻고, 비행시험 예정보다 2개월 정도 앞서 체계종합팀에 추진기관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이효남 연구원)


2001년 7월 20일 첫 비행시험 


개발한 무기체계가 군이 요구하는 성능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시험평가는 크게 개발자가 주관하는 기술시험(DT ; development test)과 소요군이 주관하는 운용시험(OT; Operation Test)로 나뉘지만 무기체계의 연구개발은 크든 작든, 종합적이든 부분적이든 시험평가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공 유도탄의 경우 표적기에 대해 사격하는 비행시험을 하려면 많은 시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 비행시험은 무유도 시험비행(FF; Free Flight Test)이다. 추진기관의 성능과 비행 안정성을 시험하는 것이다. 이어 유도조종장치가 프로그램된 비행 경로를 따라 정확하게 유도탄이 유도되는가를 점검하는 계획유도 비행(PF; Programed Flight Test)이 이뤄진 후 탐색기의 표적 신호를 따라서 유도탄이 정확히 유도되어 표적을 명중시키는가 확인하는 종합유도 비행시험(GF ; Guided Flight Test)을 진행하게 된다.


신궁의 첫 비행시험은 2001년 7월 20일 안흥 종합시험장에서 열렸다. 2발의 무유도 비행시험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특별한 것은 훗날 국방과학연구소장으로 임명된 안동만 박사가 당시 3체시계개발본부장을 맡은 뒤 처음으로 실시하는 유도탄 비행시험이란 것이었다.


날씨는 시험하기에 아주 좋았다. 당시 이운동 박사는 사업책임자로서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며 긴장된 마음을 달랬다. 물론 비행시험이 잘되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도도 드렸다. 그는 최초의 비행시험을 관람하기 위해 신궁 개발에 참여한 모든 연구원들이 모여든 1발사장으로 향했다. 시험 준비를 점검한 그는 시험이 준비한 대로 잘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오전 10시 50분 이기승 책임연구원이 낭랑한 목소리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발사 명령이 떨어지자 유도탄이 발사관을 이탈했다. 사출모터(ejector) 작동 정상. 이제 비행모터(main motor)가 점화될 차례. 발사한 자리의 10m 밖에서 점화된다. 모두가 유도탄의 힘찬 비행을 기대했다.


신궁 추진기관 비행모터의 조립도. 사진 = 국방과학연구소.
신궁 추진기관 비행모터의 조립도. 사진 = 국방과학연구소.


"어찌 첫 시험에 이런 일이..." 


하지만 눈 한번 깜짝할 그 순간에 숨이 멎는 듯했다. 연구원들의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비행모터가 점화되는 그때 ‘쾅’하는 소리와 함께 유도탄이 폭발한 것이었다. 유도탄은 검은 연기를 피워내며 앞바다에 추락했다. 추진기관을 담당한 연구원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버렸다.


이운동 박사도 "어찌 이런 일이 첫 비행시험부터 일어나는가"하고 망연자실했다. 그렇다고 그 속내를 드러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박사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연구원들을 위로해야 했다. "많은 지상 연소시험에서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연소관 폭발이 처음으로 일어났으나 너무 실망하지 맙시다. 제작상 일과성 하자일테니 오후에 계획된 2차 시험에서는 틀림없이 잘될 것으로 사업책임자는 확신합니다."


그러나 시험을 계속 진행하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를 해결하지 않고 시험을 무리하게 강행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주요 분할과제 책임자들의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시험을 연기하는 것은 안전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원인을 규명하고 보완한 뒤 비행시험을 하려면 최소한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추진기관 성능뿐만 아니라 공력 데이터를 하나도 얻지 못하고 계획된 사격을 연기하는 것은 사업 계획을 전반적으로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었다.


이운동 박사는 고민했다. 1차 시험 직후 언급한대로 그는 연소관 폭발이 또다시 나타날 확률은 극히 낮다고 판단했다. 그는 사업책임자로서 모든 의견을 듣고 결심을 내렸다. 계획대로 시험을 한다는 것이었다. 안동만 박사는 사업책임자의 결정을 존중해주었다.


오후 2시, 2차 시험이 진행되었다. 45분 뒤 유도탄은 발사됐다. 발사관을 이탈한 유도탄은 메인 모터가 완벽히 점화되어 긴 포물선을 그리며 정상적인 비행으로 바다에 안착했다. 관련 데이터도 완벽하게 수신되었다.


1차 비행시험은 실패지만 실패로만 못 박을 수는 없다. 시험이란 좋은 결과만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초기에 오류를 발견, 해결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도움이 되는 일이다. 개발 말기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어찌될 것인가.


추진기관 연구원들은 곧 1차 시험에서 추락한 유도탄의 잔해를 회수했다. 원인은 연소관 내부의 단열고무(rubber) 중 취약 부분이 파손되면서 연소관이 추진제의 고온연소가스에 노출되어 파열된 것으로 판명됐다.


이것은 내열시스템 공정상의 문제였다. 이 정도의 공정과 품질 수준의 내열시스템을 적용한다면 추진기관 작동 시 어쩌다 추진기관이 파열되는 가능성이 상존하게 된다. 이대로 추진기관을 유도탄에 적용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일부에서는 러시아 기술이 많은 부분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스템에 대해서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렇긴 해도 연구원들은 알고 있었다. 결국 우리의 제품은 우리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또 추진기관 관련 연구원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는 점이다.


추진기관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가 한층 열기를 띠었다. 엄격한 검사로 신뢰성 확보 추진기관 내열시스템에서 내열 복합재는 박판 금속 연소관을 고온의 연소 가스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복합재와 연소관 사이에 내열 고무로 서로를 접착시키게 된다. 만약 고온가스가 차단되지 않으면 추진기관은 파열하고 만다.


연구팀은 이 같은 추진기관 연소 때의 내열시스템을 열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합당한 공정으로 제작한 후 완성품에 대해서는 비파괴검사를 통해 제품의 건전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X-레이로 내열재료의 건전성을 판단하고 초음파탐상기술(C-SCAN)로는 내열고무와 연소관의 접착성을 검사하는 기술을 찾아냈다. 여기에 음향방출법(AE)으로 내열재와 접착성이 떨어지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방법도 더했다.


이 같은 검사 수준은 ‘엄격’ 그 자체였다. 초기에는 이 엄격한 검사에 별 말이 없었다. 그런데 엄격성의 문제는 경제성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엄격성의 범위에 의구심이 일어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도 이렇게 엄격하지 않은데 구태여 우리가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러시아는 몇 십년 동안 수많은 제품에 적용, 생산한 경험이 있어서 공정 설정이 확실히 되어 있거나 아니면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실패에 대해 좀 무딘(?) 것 아닐까? 어쨌든 그들은 그들 나름의 철학이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개발 수량도, 연간 양산 수량도 적은데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고민 속에 엄격성이라는 개념을 적용한 겁니다." (윤남균 연구원)


내열재 개발의 윤남균 책임연구원. 사진 = 국방과학연구소
내열재 개발의 윤남균 책임연구원. 사진 = 국방과학연구소


추진기관은 신궁의 부체계 가운데서도 높은 신뢰성을 위하여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되었다. 그 신뢰성을 높인 초음파탐상기술은 이후 양산 중인 천마의 내열시스템에도 적용되어 천마 유도탄의 신뢰성을 더욱 향상시키는 효과도 가져왔다. 어떤 사업이든 특정분야의 기술을 개발해 놓으면 다른 사업에 파생적으로 적용하는 효과가 생긴다. 이것이 국내 연구개발이 갖는 순기능 중 하나로서 좋은 사례가 된다. 


■ 이 글은 국방일보의 자매지인 월간 ‘국방저널’ 2007년 특별기획으로 연재되었습니다.


 사진설명 사진1. 사진2 사진3. 내열재 개발의 윤남균 연구원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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