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궁 6회] 표적 후미 아닌 동체 공격해 명중률 높여

입력 2018. 11. 17   15:57
업데이트 2019. 01. 0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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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용부대의 신궁 실사격이 이뤄진 2007년 10월, 신궁 유도탄이 표적이 정확히 타격하자 당시 3군사령부 방공 통제관이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며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핵심은 감추나’ 오해하기도 


문제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러시아 측의 준비 상태였다. 한국 측을 위한 사전 자료 준비는 전혀 없었다. 자료 제공은 계약사항이 아니었다. 발표는 오로지 칠판과 구두로만 이루어졌다. 


한국 측 연구 및 기술자들은 영어로 설명하는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이를 노트에 옮겨 적느라 곤욕을 치렀다. 가끔 도면이나 회로도를 들고 와도 회의실에서만 볼 수 있었던 탓에 보안 감독관이 없을 때 눈치를 보아가며 베껴야 했다. 


어떤 문제를 놓고는 러시아 기술자들끼리 논쟁을 벌이느라 몇 시간이고 흘려보내기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는데 알고 보니, 하드웨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역으로 설명하기 위해 무엇이 좋은 방법인지 놓고 서로 견해를 달리했던 것이다. 


한국 측 기술자들은 일과 후 호텔로 돌아가서 몇 시간이고 서로 이해한 것을 맞추어 보아야만 했다. 몇 번의 기술회의에서 단편적으로 얻어지는 지식을 통하여 2색 탐색기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한참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이러는 사이 LOMO측 기술자들이 핵심을 감추고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도 한 적이 있었다. 


공동연구 초기는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모든 것이 부족해 그 어려운 상황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60대의 노 기술자는 손바닥만한 누런 종이에 빼곡하게 정리해 와서 발표하곤 했다. 


기술회의 마지막 날은 회의록을 정리, 서명하기 마련인데 문안을 고쳐 프린트를 하려면, 두어 시간은 걸리는 듯했다. 단지 인쇄가 원활하지 못해 저녁 늦게까지 서명을 못하고 관계자들이 모두 대기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초기의 기술회의는 작동원리에 대한 설명과 함께 탐색기 상세규격을 합의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일단 합의를 해도 다음 회의에서는 새로운 표현을 들고 나오는 것이 다반사였다. 


한국 측은 한국 측대로 각종 규격의 오차 허용범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세부 조정 범위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경험이 부족한 한국 측에게는 매우 중요했다. 


열정적이고 인간적인 러시아 엔지니어


이러한 어려움은 시간이 흘러가며 점차 해결되었다. 여건은 좋지 않았지만 러시아 엔지니어들의 열의는 대단했다. 돈을 받고 기술을 파는 피동적 자세가 아니었다. 엔지니어로서 더 좋은 탐색기를 만들고 싶고 아이디어도 있지만, 국가 사정 때문에 꿈을 펼쳐볼 수 없는 상황에서 공동연구를 통하여 실현할 기회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매번 만날 때마다 설계수정을 요구해왔으며, 한국 측에서 보완을 요구할 때에도 이를 진지하게 고려해 주기도 했다. 한국 측은 배우는 입장에서 어려운 상황의 러시아 엔지니어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정도 대우를 받던 사회주의 시절과는 달리 박봉에 시달리는 처지가 되었지만 기술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러시아 요구는 힘들더라도 수용하려 노력했다. 3단계 계약의 첫 회의에서 탐색기 시험장비를 논의하다가 러시아 측에서 러시아 전원 규격이 50㎐이고 이미 소요 부품을 사 놓은 상태이므로 우리에게 50㎐ 기준으로 공급하겠다고 주장해 갑자기 회의가 중단된 적이 있다. 결국 며칠 협의 끝에 러시아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장비에 한국 측에서 주파수변환기를 설치하기로 합의하여 원만히 끝낼 수 있었다. 


LOMO 엔지니어들은 매우 인간적이었다. 대부분 우리측 연구진이 접촉한 엔지니어들은 50대의 경험이 풍부한 인력이며, 심지어는 70대의 노인도 있었다. 그들이 한국에 오면 LG이노텍에서는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1996년부터 2003년까지 2색 탐색기의 상세설계 및 시제품 제작, EOH의 상세 규격 작성 등을 위한 40여회의 만남을 가지는 동안 개인적으로도 친밀한 사이가 되었고, 러시아의 기술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었다. 


부러움 산 전자회로뭉치 기술 


ADD는 EOH 연구를 진행하면서 ADD는 유도탄 전체 체계를 종합하는 데 따른 시험을 준비하면서 일단 완제품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안정된 탐색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국내에서 조립 생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부품 단위로 도입, 조립 생산해 유도탄 시험에 사용했다. 또 탐색기 조립 생산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러시아로부터 도입해야 했지만 특별한 기능이 있는 장비 외에 일반 계측기 등은 국내에서 구입해 완성된 생산 장비를 확보했다. 


당시 LG이노텍은 시제업체로서 고도로 정밀한 탐색기 제작에는 클린룸(청정구역)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체 투자로 관련 설비를 갖추었다. 


탐색기 중 국내 개발로 진행된 전자회로 뭉치는 러시아 LOMO의 기술진이 감탄과 동시에 부러움을 산 부분이다. 탑재 컴퓨터를 제외한 모든 아날로그 회로를 혼성 집적회로(Hybrid-IC)화해 소형화를 구현한 것이다. 하이브리드-IC 기술은 설계와 제작의 난도가 무척 높았으나 박막 하이브리드 IC 기술을 적용해 아날로그 회로를 최소 크기로 제작이 가능했다. 


여기서 연구팀은 국내 민수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기술협력 사업에서는 기술을 받는 국가로부터 기술적 예속을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탐색개발 이후 체계개발 단계에 들어선 시점에서 ADD는 EOH 부품의 국산화 연구를 병행했다. 


그 결과 기술과 경제성에서 부족한 김발(Gimbal) 베어링과 스핀(Spin) 베어링, 그리고 소형 냉각기(Mini Cooler) 등 4가지만 제외하고는 부품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다.  


"국산화 부품을 이용한 EOH는 도입품과 같은 성능을 발휘하는 것을 수차 시험을 통해 입증하며 국산화를 완료했습니다. 하지만 생산 단가 면에서 도입품에 비해 가격이 더 나갑니다. 초기 양산에는 적용하지 못했는데, 이점이 내내 아쉽기만 합니다." (윤재룡 책임연구원) 


유도조종은 완전 디지털 방식 


일반적으로 기존의 대공 유도탄은 항공기의 엔진에서 나오는 열을 추적하며 항공기의 측후방을 따라가는데, 이 경우 유도탄은 표적인 항공기의 본체를 타격하기 전에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열을 공격하는 경우가 발생, 명중률에 영향을 주게 된다. 


신궁의 유도조종 연구팀은 이같은 기존 대공유도탄이 갖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 유도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비행 중에 비례항법 유도방식(Proportional Navigation Guidance)을, 표적을 타격하기 직전인 종말에는 표적적응 유도방식(Target Aadptive Guidance)을 적용한다는 것이었다. 


▶ 비례항법 유도방식


▶ 표적적응 유도방식


비례항법 유도방식이란 유도탄이 표적의 측후방을 따라가지 않고 미리 표적이 날아갈 방향으로 최단 거리로 비행토록 하는 방법이며, 표적적응 유도방식이란 유도탄이 비례항법 유도방식에 따라 표적 전방에 이르렀을 때 표적 방향으로 크게 선회하게끔 하여 표적 항공기의 배기 열이 아니라 동체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개념연구 단계에서 수립된 이 같은 제어 및 조종기법에 대한 개념은 1995년 11월부터 시작된 탐색개발 중의 러시아 KBM의 기술자문으로 정립하였고, 1999년 미스트랄 도입에 따른 절충교역의 일환으로 실시된 기술교육으로 적용하는 기법의 기술적 접근 방식을 확신하여 확립하였다. 


이와같이 유도조종기법을 확립하면서 2색 탐색기의 특성과 디지털 제어에 적합한 형태의 신호 채널을 확보하여 조종장치 개발의 기반을 다졌다. 이 같은 유도조종기법을 구현해주는 것은 물론 조종장치이다. 


▶ 신궁유도탄의 조종장치


이글라와 스팅거는 아날로그 방식을, 미스트랄은 아날로그 및 디지털 혼합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나 보다 선진화된 유도조종 알고리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방식이 유리했다. 또 제어 구조 등을 변경하는데 따른 설계 수정 요구도 용이하게 수용할 수 있다. 따라서 신궁의 조종장치는 탑재 컴퓨터를 이용한 완전 디지털 방식으로 개발되었다. 


그런데 기존 유도무기의 탑재 컴퓨터는 소형화와 가격 등의 관점보다는 정밀도와 연산속도 등에 중점을 두고 설계를 한 까닭에 고가의 프로세서와 복잡한 주변 회로를 갖는다. 그러나 신궁에서는 극히 제한 공간과 유사 무기와의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반대로 성능은 최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요구조건이 붙었다.  


"판독전용 기억장치(ROM)와 변환기, 직렬통신 등의 기능을 단일 소자에 내장하면서도 소형이면서 저가인 마이크로컨트롤러를 적용한 탑재 컴퓨터를 선택했는데, 소형?저가의 마이크로컨트롤러는 연산 속도가 느린데다 부동소수점(floating-point) 연산 유닛이 내장되지 않은 단점이 있죠. 그래서 고정 소수점(fixed-point) 연산기법을 적용해 유도조종 알고리즘을 실시간으로 처리토록 했습니다. 우리는 기술로 우려되는 오차 등을 해결한 것은 당연합니다." (유도조종팀장 권기복 책임연구원) 


이에 앞서 연구팀은 신궁과 같이 동체가 회전하는 유도탄에 필수적인 회전유도탄용 레이트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 1994년 이글라를 기술 분석하면서 레이트 센서를 분해, 기계적 구조와 재질 및 동작원리를 면밀히 분석해 국내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이후 개발을 완료했다.


■ 이 글은 국방일보의 자매지인 '국방저널' 2007년 특별기획으로 연재된 것입니다.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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