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 해상의 공동관할 중립수역...거리로는 약 67km

입력 2018. 07. 23   15:07
업데이트 2018. 11. 0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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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DMZ 평화로 가는 길 : 한강하구


군사분계선 또는 비무장지대를 이야기할 때 독특하게 등장하는 곳이 ‘한강하구’(Han River Estuary)라는 곳이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 만에 처음으로 남과 북이 남북공동조사단을 구성, 한강과 임진강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수로조사에 나섰다. 


남과 북은 ‘9·19 군사합의서’를 통해 한강과 임진강하구의 공동이용을 위해 연말까지 공동 현장조사를 하기로 합의했고, 지난달 26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10차 장성급 회담에선 이달 초부터 공동 수로 조사를 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정전협정’은 제1조 5항에 한강하구에 대해 규정하고 있고 ‘부록 지도’에는 한강하구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를 표시하고 있다.

 

‘한강 하구의 수역으로서 그 한쪽 강안이 일방의 통제하에 있고 그 다른 한쪽 강안이 다른 일방의 통제하에 있는 곳은 쌍방의 민용 선박의 항행에 이를 개방한다. 첨부한 지도(제2도)에 표시한 부분의 한강 하구의 항행 규칙은 군사정전위원회가 이를 규정한다. 각방 민용 선박이 항행함에 있어서 자기 측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육지에 배를 대는 것은 제한 받지 않는다.’ (정전협정 제1조 5항)

 

붉은색 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정전협정상의 '한강하구'이다. 출처 = 국방부
붉은색 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정전협정상의 '한강하구'이다. 출처 = 국방부

 

이곳 수역은 6·25전쟁 이후로는 사실상 통행이 안되고 있지만, 그 이전만 해도 어업은 물론 세곡 운송 등으로 활발히 이용됐던 곳이다.

 

지금은 어떤 성격을 갖고 있을까.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군사령관과 공산군측 사령관이 공동으로 관할하는 곳이고, 육지의 비무장지대(DMZ)처럼 남북간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한강하구에 설정한 남북한의 완충 지대이다.

 

■ 리뷰 : 6·10 정전협정 집행작전

“귀측은 군사정전위원회 통제구역에서 조업 중이다. 한강하구에서 즉시 퇴거하지 않으면 이후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귀측에 있다.”

지난 2016년 6월 10일 서해 볼음도와 말도로부터 강화도 쪽으로 들어가는 ‘한강하구 중립수역’. 유엔기와 태극기가 펄럭이는 4척의 고속단정(RIB)이 빠르게 기동했다. 해군과 해병대, 해양경찰,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요원으로 편성된 ‘민정경찰(Military Police)’이 함께 타고 있었다.

 

2016년 6월 10일 한강하구 중립구역에서 해군과 해병대, 해양경찰,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요원 등으로 구성된 ‘민정경찰(Military Police)’ 요원들이 불법 조업 중인 중국어선 퇴거 작전을 펼치고 있다. 조용학 기자
2016년 6월 10일 한강하구 중립구역에서 해군과 해병대, 해양경찰,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요원 등으로 구성된 ‘민정경찰(Military Police)’ 요원들이 불법 조업 중인 중국어선 퇴거 작전을 펼치고 있다. 조용학 기자


고속단정으로부터 전에 없던 단호한 목소리의 경고방송이 바다 위 공간을 갈랐다.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 등 3개 언어로 경고방송이 연이어지자 불법으로 조업하던 짐짓 놀란 모습이 관측됐다.

 

그들은 황급히 어망을 걷어 도주하기 시작했다. 다수의 중국어선은 북한 연안으로 도망쳤지만, 수 척은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벗어나기도 했다.

‘정전협정 집행 작전’으로 규정된 이날의 작전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전개한 것으로 초긴장 속에서 진행됐다. 대원들은 K-2 소총과 K-5 권총을 휴대하고 작전에 임했다. 이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 수역에는 남북간의 경계를 가르는 선(線)이 없다. 다만 상대편의 만조 기준 수제선(땅과 물이 이루는 경계선) 100m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바로 눈앞에 북한군의 해안 초소가 있다. 북한군 4군단의 주둔 지역이다. 연안을 따라 경계부대가 배치돼 있고 그 뒤로는 화력이 자리잡고 있다.

 

작전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예측하기조차 힘들었지만, 작전 과정에서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없었으며 중국 어선과의 물리적 충돌도 발생하지는 않았다. 작전은 이날 하루에 그치지 않고 며칠간 계속됐다. 14일에는 불법조업하는 중국어선을 나포하기도 했다.

이곳 수역에서의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이 시기가 처음은 아니었다. 중국어선들은 볼음도 인근 해상에서 2014년까지 연 2∼3회 불법 조업했으나 2015년에는 120여 회, 2016년 5월 520여 회로 급증했다.

지상 DMZ와 같은 완충지대

   거리로는 67km 구간

1953년 7월 27일 조인된 정전협정에서는 군사분계선(MDL)을 경기도 임진강 하구 일대까지 긋고, 그 남북으로 2㎞씩 DMZ를 설정했다. 그런데 바다 쪽으로는 군사분계선을 정하지 않았다. 대신 이 군사분계선 끝단 지점부터 강화군 볼음도·말도까지 구간을 중립수역으로 선포해 DMZ와 같은 완충구역으로 만들었다.

거리로 볼 때 약 67㎞ 구간이다. 가장 폭이 넓은 곳은 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인근으로 10km이고, 가장 폭이 좁은 곳은 김포시 월곶면 용강리 일대로 900m 정도다.

 

하지만, DMZ는 군사분계선이 있어 양측의 관할 구역이 명확하게 나뉘는 반면, 이 수역은 남북간의 경계를 가르는 선(線)이 없다. 경계선 없이 공동으로 관할하되, 앞서 언급한 대로, 상대편의 만조 기준 수제선(땅과 물이 이루는 경계선) 100m 이내로 접근하지 못한다.

그런데 ‘정전협정’ 상의 한강하구에 관해 언급된 내용을 언뜻 일견(一見), 지도로 제시된 한강하구로는 민간 선박이 운행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 군사분계선이 없는 데다 구체적이지 못한 까닭이다.

 

이런 단점 때문에 양측은 추가합의를 보았다. 1953년 10월 3일 군사정전위원회 제22차 본회의에서는 ‘한강 하구에서의 민용 선박 항행에 관한 규칙 및 관계사항’에 대한 추가 합의서를 비준하였다. (주요 내용은 기사 하단에 수록)

추가합의서의 ‘항행규칙’의 절차와 규정은 DMZ에 적용되는 모든 규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모든 군용 선박과 군사 인원, 무기·탄약을 실은 민용 선박 등의 출입을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또 남북은 자기 수역 내에서 4척을 넘지 않는 민사 행정 경찰(민정경찰)용 순찰 선박과 24명을 넘지 않는 민사 행정 경찰을 제공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이 우리 군이 중국어선 퇴거를 위해 민정경찰을 투입해 작전을 펼치는 근거다.

나아가 이 수역을 항행하려는 민간선박은 규칙상 북한군 측의 동의도 얻어야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항행하고자 하는 민간선박의 내용을 북한군측도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군측이 이의를 제기하면 운항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군측의 묵인이 없다면 중국어선은 한강하구 중립수역으로 조업하러 항행해 올 수 없다. ‘6·10정전협정 집행작전’에서 유엔군사령부가 불법조업 중국어선의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들어오려는 민간 선박은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와 북측에 사전에 등록해야 한다. 중국 어선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둘째,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항행하려면 국기 또는 국적을 표시하는 깃발을 달게 돼 있는데 대부분 게양하지 않았다. 셋째, 야간 활동금지 조항도 어겼다. 따라서 유엔사는 이를 근거로 중국 어선을 ‘무단진입 선박’으로 규정하고 ‘정전협정 집행작전’을 전개한 것이다.

■ 과거 어떤 통행 사례가 있는가

이같은 정전협정 제5항, 추가합의서, 그리고 유엔사 규정에 의하면 쌍방의 강변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이 필요하면 민간선박을 이용해 항행할 수 있다. 그러나 정전 이후 1989년까지 민간선박이 출입한 예는 없다.

첫 사례는 1990년 일어났다. 1990년 11월 24일 대한민국의 준설선이 한강 하구를 처음으로 통과한 것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수해로 인해 한강 하류와 임진강 강변의 유실된 제방을 다시 쌓고 ‘자유로’를 개설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민간 건설회사는 제방공사를 위한 장비와 자재를 운반할 준설선이 한강 하구를 통과할 수 있도록 군정위에 북한측의 협조를 요청하였다.

이에 유엔군 측은 북한군측 군정위 간부들과 비공개 회동을 통해 ‘수해 방지를 위해서 준설선과 예인선 8척이 인천을 출발해 교동도를 지나 한강하구로 진입 후 한강 하류로 운항하는 계획을 설명하고 사전에 선박, 인원, 적재물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북한군측은 판문점 직통전화를 통해 유엔군측 제안을 수용한다는 것을 통보해왔다. 이에 따라 판문점에서 쌍방의 공동감시소조 간 협의를 거쳐 세부적인 절차에 합의함으로써 첫번재로 민간선박이 한강하구를 통과할 수 있었다.

두번째는 이 선례에 따라 1991년 9월 자유로 건설용 골재채취선이 출입해 항행했다. 1999년 8월에는 집중 호우로 좌초되었던 준설선을 구조하여 예인했으며, 2005년 11월에는 한강에 전시할 거북선 모형선이 여수에서 한강 하구 수역을 거쳐 항행했다.  신인호 기자

'한강하구' 끝에 위치한 말도에는 '무등록 선박'의 출입을 금하는 경고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국방일보 DB
'한강하구' 끝에 위치한 말도에는 '무등록 선박'의 출입을 금하는 경고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국방일보 DB

 

■ 한강 하구에서의 민용 선박 항행에 관한 규칙 및 관계사항’에 대한 추가 합의서 [주요내용]
    - 1953년 10월 3일 군사정전위원회 제22차 본회의

제2항 “쌍방은 정전협정에 첨부한 지도 제2도에 표시한 한강 하구 수역의 비무장화를 승인한다. 한강 하구 수역과 각방 군사통제지역의 경계선은 만조시의 수륙 접촉선으로 한다.”

제4항 “정전협정 중 군사분계선을 확정함에 관한 규정과 제9항, 제10항 및 제13항 (ㄱ)목에서 민간인이 비무장지대로 들어가는 것을 제한하는 각 항 규정을 제외하고, 비무장지대에 적용되는 모든 규정은 모두 한강 하구 수역에 적용된다.”

제5항 “질서 유지와 본 규칙의 각 항 규정을 집행하기 위하여 각방은 그 수요에 따라 한강 하구 수역 내에 4척을 넘지 않는 민사행정 경찰용 순찰선박과 24명을 넘지 않는 인사행정 경찰을 제공한다.”

제7항 “군정위의 특정한 허가 없이는 모든 군용 선박과 군사 인원 및 무기, 탄약을 실은 민용 선박과 중립국 선박은 모두 한강 하구 수역에 들어가지 못한다.”

제8항 “군정위의 비준 없이는 어느 일방이든지 한강 하구 수역 내에 부표, 부유물, 동광, 표판, 깃발, 기타 항행 보조물 또는 표식물을 설치하지 못한다.”

제9항 “적대 쌍방 사령관은 자기측의 선박 등록에 적용할 규칙을 규정한다. 이미 등록된 모든 선박에 관한 보고는 군정위에 제출하여 비치하게 한다.”

제10항 “한강 하구 수역 내에 매개 선박과 수상에서 항행하는 교통기재는 하기 규정을 준수하여 복종한다.”

(ㄴ) “매개 선박은 군정위 및 공동감시소조 인원과 자기측 민사행정경찰의 조사와 문의에 복종한다.”

(ㅁ) “어떠한 민용 선박이든지 군정위의 허가 없이는 어떠한 군사 장비도 설치하지 못한다.”

 

(ㅂ) “일반의 선박은 타방의 통제수역과 강안에 들어가지 못하며 한강 하구 수역의 타방의 경계선으로부터 100m 이내로 접근하지 못한다.”

제11항 “일방의 인원은 타방의 통제수역이나 강안에 들어가지 못한다.”

제12항 “일방의 인원은 군정위의 비준없이는 타방이 인원 및 선박과 연락이나 통신을 하지 못한다.”

제13항 “한강 하구 수역 내에서 항행하는 선박이 폭풍이나 조류의 영향을 받거나 또는 기타 재해로 인하여 재난을 당하였을 때 그 선박과 인원이 어느 측에 속하였든지를 막론하고 쌍방은 모두 이를 구제할 책임을 지되 구제한 후의 처리는 공동감시소조가 이를 책임진다.”


● 2018년 11월 5일 1차 보완 수정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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