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지 원 시론] 한·러 협력, 한반도와 유라시아 공동번영의 초석

입력 2018. 06. 24   16:23
업데이트 2018. 06. 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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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지 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국방부 정책 자문위원
윤 지 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국방부 정책 자문위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시의 일부로 필자를 비롯해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의 작품이다. 지난 2012년 러시아 작가동맹의 요청으로 이듬해 11월 서울 롯데호텔 앞에 푸시킨 동상이 세워졌다. 이어 지난 6월 20일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2008) 동상이 러시아의 문화 중심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정원에 건립됐다.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면 1980년대 말부터 정부가 냉전의 벽을 허물기 위해 추진했던 ‘북방외교’ 정책은 1990년 9월 30일 한·러 수교(당시 소련)로 이어졌다. 이후 전방위적으로 쉼 없이 달려온 양국은 2008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됐고, 대표적인 문호의 동상을 각각 건립하는 등 공공외교의 외연까지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현재 2018 러시아 월드컵 행사가 한창인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1999년 고 김대중 대통령 이후 19년 만에 첫 국빈방문을 했다. 또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450명으로 구성된 러시아 하원(Duma·두마)에서 한·러 관계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 약 18분간의 연설 동안 400여 명의 의원은 7차례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이어 22일 3차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푸틴 대통령의 탄탄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양국은 남·북·러 3국 본격적인 협력 사업을 포함해 한·러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위한 절차 추진과 철도, 전력망, 가스관 연결에 대한 공동연구 등 구체적으로 32개 항에 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고, 북극 LNG가스 사업 개발 등 각 분야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무엇보다도 남·북·러 철도 연결 사업을 더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해온 오랜 숙원 사업인 유라시아 대륙과 극동의 관문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와의 연결을 기대해본다. 모스크바에서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약 9300㎞의 세계 최장 TSR는 1891년 착공돼 1921년 완공됐다. 러시아 경제부흥의 핵심이자 ‘철의 실크로드(Iron Silk Road)’ TSR-TKR의 연결은 21세기 유라시아의 공동번영과 물류의 대혁명이 될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이 꿈꾸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활성화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촉진하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우선, 판문점 선언의 성실한 이행과 한반도 비핵화 추진을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을 적극 촉구해야 한다. 한 국회의원의 말처럼 “모스크바를 건너뛰고 한반도 평화의 울타리를 튼튼하게 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우리의 신북방정책의 완성된 발전전략 수행을 위한 최적의 실질적 협력파트너”라고 강조했듯이, 시너지 효과 도출에 매진해야 한다. 셋째, 송영길 위원장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9-다리행동계획’(조선·항만·북극 항로·가스·철도·전력·일자리·농업·수산) 추진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화된 한·러 관계 증진을 위해 문 대통령이 두마 연설 끝을 장식했던, “한 명의 지혜는 좋지만 두 명의 지혜는 더 좋다(아진 움 하라쇼, 아 드바 롯쉐)”라는 러시아 속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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