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부른 관찰·분석…리더들엔 ‘필수 덕목’

입력 2017. 10. 23   15:54
업데이트 2017. 10. 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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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바람의 방향을 바꾸다, 제갈량


제갈공명, 미꾸라지 움직임 살펴 남동풍 예측해 화공 성공

이동성고기압에서 안개 끼는 특성 활용…10만 개 화살 획득

진흙탕 지형 이용한 병력배치…적은 병력으로 치명타 가해

 

 



때는 서기 208년, 조조는 80만 대군을 동원해 양쯔강 남쪽에 있는 오나라로 쳐들어왔다. 위나라의 공격을 받은 오나라는 촉나라의 유비 병력까지 합쳐도 채 10만 명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홈에서 벌이는 전쟁이라고 해도 병력의 차이가 너무 커 오나라는 공포에 빠졌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조조가 육상병력으로 결판을 내려고 하지 않고 형주의 해군력을 이용해 쳐들어왔다는 점이다. 바로 적벽대전이다.

적벽대전에서는 날씨와 관련된 큰 세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남동풍을 부르며 풍향을 바꾸고, 안개를 이용해 10만 촉의 화살을 구하고, 진흙탕 속을 헤매게 하는 화용도 전투가 그것이다.

첫 번째, 남동풍을 불러 화공에 성공하는 이야기다. 방통의 연환계로 조조의 배를 묶는 것에 성공하고, 황개의 거짓 항복으로 불붙은 배를 몰고 조조군 진지로 돌격할 수 있는 조건도 갖추어졌다. 이제 가장 중요한 마지막 조건이 남았다. 조조의 배가 오나라의 북서쪽에 있는 적벽에 있으므로 남동풍이 불어야 화공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겨울인 동지 무렵에 중국 대륙에는 북서풍이 불지 남동풍이 부는 경우란 거의 없다.

이러한 상황 속 고민에 빠진 오나라의 주유 대장군에게 제갈공명이 바람을 부르겠다고 장담한다. 그리고 실제 남동풍을 가져오며 풍향을 바꾸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제갈공명이 과연 비를 부르고 바람을 일으키는 신통력을 가진 사람이었을까?

중국 진나라 때 진수가 편찬한 『삼국지』 내용을 보면 그는 동물의 움직임을 보고 남동풍을 예측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공명은 동짓날을 전후해 미꾸라지가 물 위로 부지런히 들락거리며 배를 보이면 남동풍이 불고 비가 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미꾸라지는 입으로 산소를 삼키고 항문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창자 호흡’을 하는데, 기압이 낮아지면 물 밖에서 산소를 들이마시기 위해 자연스레 수면 위아래로 부지런히 움직이게 된다. 공명은 이런 움직임을 관찰하며 남동풍이 불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두 번째, 안개를 이용해 화살을 구하는 장면이다. 적벽대전이 벌어지기 전 주유는 제갈공명을 불러 화살촉 10만 개를 열흘 동안 구해 오라고 부탁한다. 공명은 배 스무 척에 풀단 1000개를 배의 양편에 세운 후 조조의 진영으로 다가갔다. 당시 안개가 자욱해 소리가 나는 쪽으로 조조군 궁수 1만 명이 강의 중심을 향해 맹렬히 화살을 쏟아부었다.

순식간에 강 위로 화살이 소나기처럼 쏟아졌고 화살은 강 중심에 있는 배의 풀단과 돛에 꽂혔다. 무려 10만 개가 넘는 적의 화살을 단 하루 만에 구한 것이다. 이때 제갈공명은 어떻게 안개가 낄 것을 예측했을까?

적벽대전이 벌어지던 앞뒤의 날씨를 『삼국지』를 통해 보면, 처음에는 맑고 바람도 적게 부는 날씨가 이어진 후 남동풍이 불면서 비가 내렸고 그다음에는 갑자기 추워졌다고 나와 있다. 전형적인 강한 기압골 전후에 만들어지는 기압배치에서 나타나는 기상현상이다. 화살을 구할 때 날씨는 남동풍이 불기 전의 일로 이동성고기압에서 짙은 안개가 끼는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도망치는 조조가 만난 겨울 추위와 비다. 적벽에서 거의 전 병력을 잃은 조조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제갈공명은 조조가 도망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병력을 배치했다. 조운은 오림에서, 장비는 이릉에서, 관우는 화용도에서 조조를 기다렸다. 적벽대전 화공 이후 최고의 백미라고 알려진 화용도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도 제갈공명의 뛰어난 지략이 돋보인다.

당시 조조 병사들은 비에 젖어 굶주림과 추위에 지쳐 있었고, 관우가 기다리는 화용도는 온통 진흙탕이었다. 도로는 질퍽거려 걸을 수 없었고, 거센 바람까지 불어 조조는 병사들에게 풀을 구해 길을 메우게 했다고 할 정도다. 날씨와 지형을 이용한 병력배치를 통해 최소한의 피해로 조조에게 강력한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곳을 선점한 것이다. 80만 대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제갈공명의 계략 속에는 모두 날씨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날씨의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는 제갈공명의 혜안이 승리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세밀한 관찰과 철저한 분석은 예나 지금이나 리더에게 꼭 필요한 자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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