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9 (화)
얼마 전,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터였던 ‘버질 아블로’의 인터뷰 영상을 보았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영상 속 그는 밝은 모습으로 대학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대학 입학 후 곧장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의 50%만 학업에 쓰고 나머지 50%는 관심 있는 일하는 데 쓸 거야.” 실제로 그는 학업만큼 디제잉, 힙합, 예술, 스케이트보드 등 학교 커리큘럼...
나쁜 전화였다. 익숙하지 않은 아침, 어머니가 걸어온 전화는 불안한 목소리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낯섦은 으레 불온한 소식을 끌고 온다. “할머니가 화장실에 가다가 넘어지셨대. ‘우직’ 하는 소리가 났고, 지금 아파서 꼼짝도 못 한다고 하셔. 어찌해야 할까?” 미수(未壽)를 바라보는 연세에 넘어져 옴짝달싹 못 하신다니. 십중팔구 엉덩이뼈가 부러졌으리라. 군의관이던 나는 딱히 도움 드릴 방도가 없었다. ...
지난봄, 나는 『이상한 나라의 책 읽기』라는 책을 한 권 써서 펴냈다. 이 책은 책에 관한 책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어떻게 하면 책이라는 물건을 더 잘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해 내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세상엔 책도 많고 그 책에 관한 책도 차고 넘치기에 내 책을 하나 더 내놓는다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런 내 넋두리를 책 끝에 후기로 남기려 했으나 본문이 애초에 계획한 분량보다 ...
지금을 소중히 살아가는누군가의 삶은매미의 여름만큼이나뜨거울 겁니다 어느 날부턴가 창문 밖으로 매미가 날아왔습니다. “맴맴” 매미는 안과 밖의 경계망에 달라붙어 그날의 새벽을 늘 쫓아내기 일쑤였어요. 그리곤 또다시 “맴맴” 목청이 어찌나 세던지 단숨에 온 식구의 잠도 달아나곤 했습니다. 호흡도 제법 길어서 “맴”의 한 구절이 노래 한 곡쯤은 되는 듯했어요. 어느 날은 벌떡 일어나 방충망을 마구 흔들어댔...
뙤약볕 아래 하늘의 땀이 여우비가 돼 내린다. 잠시 내린 소나기는 세상을 찜통으로 만든다. 오븐과 화구가 불을 토하는 주방은 한여름의 불볕더위보다도 덥다. 주방의 물기에 양말이 젖지 않도록 밀폐된 주방화는 땀을 배출하지 못해 척척지근하다. 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는데, 열기를 머금은 묵직한 조리 도구들이 뜨거운 겨드랑이에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이런 날에는 이열치열의 보양식조차 허영...
출근하면서 어느 구두를 신을지 고민하며 두 개의 구두를 번갈아 신어 봤다. 두 개 다 발이 편해 자주 신는 구두였는데, 묘하게 다리가 짧아 보인다거나 옷과 안 어울리는 것 같아 어느 구두를 신어야 덜 이상해 보일지, 조금 더 예뻐 보일지 고민됐다. 남편에게 어떤 구두가 나은지 물었다. 남편은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 얘기를 했다. 탈옥하는 날 저녁, 교도소장은 앤디에게 자신의 구두를 닦아 놓으라...
바다를 탐험하며 신비한 괴물들이 사는 섬들을 모험하는 이야기나 해적들의 모험담을 좋아한 적이 있다면 분명히 바다에서 표류하는 장면을 읽은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나 만화에도 자주 나오는 장면이다. 주인공이 배를 잃고 파도 위를 떠돌게 되는데, 그러다가 이상한 나라에 도착하기도 하고 신비로운 곳을 찾아내기도 한다. 이런 장면에서는 물이 부족해 고생하는 내용도 자주 나온다. 바다가 온통 물인데 왜 바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