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판도 바꾸는 드론·AI
자폭드론의 일곱 가지 얼굴
①장거리 공중 자폭 ②배회 후 자폭 ③일인칭시점(FPV) ④해상 자폭 ⑤지상 자폭 ⑥포화공격 ⑦미끼·유인 자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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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drone)’이란 이름을 처음 지은 인물은 1936년 미 해군 항공국에 복무하던 델마 S. 파니 중령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영국 해군의 표적기 ‘여왕벌(Queen Bee)’에 대한 오마주로 ‘수벌(drone)’을 골랐다. 한 번의 짝짓기 후 죽는 수벌의 일생이 한 차례 임무 끝에 표적과 함께 사라지는 무인기의 본질을 닮았다는 비유였다. 단어 자체에 이미 ‘자폭’이란 운명이 들어 있었던 셈이다.
1944년 미 해군은 합판·강관으로 만든 TDR-1을 솔로몬·부건빌 일대에 투입했다. 한 달 동안 46~50대의 TDR-1이 출격해 절반가량이 표적에 도달했지만 프로그램은 곧 종료됐다. 80년 전 이뤄진 이 실험이 오늘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과 중동 일대에서 연출되고 있는 자폭드론 풍경의 원형이다. 그리고 이제 드론은 공중(UAV)·지상(UGV)·해상(USV)을 묶는 표현으로 굳어졌다.
드론을 무기로 쓰는 방식은 둘로 갈린다. 미사일·폭탄을 매달고 표적에 발사한 뒤 본체는 복귀하는 무장 드론(MQ-9·마구라 V7 등)이 한쪽이다. 다른 한쪽은 기체 자신이 곧 탄두가 돼 표적과 함께 폭발하는 자폭드론으로 영문으로는 ‘one-way attack UAV(일방향 공격 무인기)’ 또는 ‘loitering munition(배회 탄약)’으로 부른다. 이 글에서는 자폭드론의 일곱 가지 갈래를 살핀다.
첫째, 장거리 공중 자폭이다. 이란이 개발하고 러시아가 게란-2란 이름으로 운용하는 샤헤드-136이 전형이다. 약 40㎏의 탄두를 싣고 시속 185㎞로 2000㎞ 이상을 비행한다. 러시아 알라부가 공장은 올해 초 기준 하루 약 170대를 생산, 누적 2만6000대 이상이 양산된 것으로 보고된다. 발전소·연료시설 같은 고정 표적을 다수가 동시에 진입해 타격하는 방식이며, 우크라이나에서 이뤄진 ‘겨울 인프라 공격’이 대표적 사례다.
둘째, 배회 후 자폭이다. 러시아 잘라(ZALA)의 란셋(Lancet)이 대표 사례다. 사거리 약 40㎞, 탄두 3~5㎏급에 임베디드 인공지능(AI) 모듈을 적용해 자주포·전차·방공 진지를 자동 분류하는 기능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공개한 금성 시리즈, 미국 에어로바이런먼트의 스위치블레이드 300·600도 같은 갈래에 속한다. 발견·식별·교전의 세 단계를 한 기체 안에서 처리한다는 점이 본질로 자율 표적 분류와 결합돼 현재 자율 교전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셋째, 일인칭시점(FPV)이다. 운용자가 고글을 쓰고 카메라 영상을 따라가며 조종해 표적의 상부 취약 부위로 강하해 관통한다. DJI 매빅이나 자체 제작 쿼드콥터에 RKG-3 대전차 수류탄, RPG 탄두, 즉제 폭약을 묶어 운용한다. 대당 단가가 수백 달러 수준이라 소모품으로 분류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한 해 수백만 대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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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해상 자폭이다. 우크라이나의 마구라(MAGURA) V5(길이 5.5m·시속 78㎞급)와 시 베이비(Sea Baby)는 흑해에서 러시아 함정 다수를 격침·손상했다. 후티 무장세력은 홍해에서 자폭 USV와 자폭드론을 대함 미사일과 묶어 상선·호위함을 압박해 왔다. 해면 위 수 미터 고도로 진입하면 함정 레이다 사각(死角)에 들어가기 쉽고, 흘수선·기관실 같은 침수·화재 취약 부위를 노리기 좋다.
다섯째, 지상 자폭이다. 폭약·지뢰를 실은 UGV가 적 진지·교량·전차 밑으로 접근해 폭파하는 방식이다. 우크라이나의 라텔(Ratel)-S는 탑재 탄약 35~40㎏, 통제거리 4㎞로 운용된다. FPV 고글로 차량을 조종해 적 전차 밑으로 TM-62 지뢰를 밀어넣거나 교량·벙커에 진입해 원격 기폭한다. 2025년 1월 우크라이나 3돌격여단이 TM-62 지뢰 12발을 실은 라텔-S로 러시아군 보병이 머물던 건물 한 채를 통째로 파괴한 사례가 공개됐다. 우크라이나는 올해까지 2만 대 규모의 UGV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섯째, 포화공격이다. 수만 달러짜리 자폭드론 한 대를 막기 위해 100만 달러가 넘는 패트리어트 PAC-3 또는 IRIS-T 요격탄을 소비해야 하는 비대칭 비용 구조가 핵심이다. 다수를 동시에 보내면 방공망 요격탄이 먼저 바닥나고, 그 빈틈으로 일부 기체가 표적에 도달한다. 미래에는 군집 비행제어 알고리즘과 결합해 역할 분담형 협동 공격으로 진화할 것이다. 미국의 ‘리플리케이터(Replicator)’ 사업이 그 방향에 있다.
일곱째, 미끼·유인 자폭이다. 저가 자폭드론이 먼저 진입해 적 방공 레이다를 켜게 만들고, 그 사이 본 공격용 미사일이나 레이다 신호를 따라가는 탄두가 진입하는 방식이다. 1982년 베카 계곡에서 이스라엘이 마스티프·스카우트 드론을 미끼로 시리아 지대공미사일(SAM) 진지를 노출시키고 항공기가 그 정보를 활용해 타격한 사례가 원형이다. 오늘날에는 자폭드론과 순항미사일·탄도미사일을 시간차로 섞어 보내는 형태로 정교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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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갈래와 별개로 같은 부품·알고리즘 위에서 작동하는 부수적 변형도 자리잡고 있다. 멀티콥터에 수류탄·박격포탄·사제 폭탄을 매달아 표적 상공에서 떨어뜨리는 폭격 임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일일 단위로 운용하며 정찰과 타격을 한 기체로 처리한다. 농업용 분무 드론을 응용한 화학·생물 작용제 살포 시나리오는 오래 전부터 우려돼 왔고, 안면 인식 모듈을 결합한 소형 자폭드론으로 특정 인물을 겨냥하는 암살용 운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2018년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DJI Matrice 600 자폭드론 2대 동시 공격이 그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일곱 가지 양식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저비용·소형·다수다. 수억 원짜리 정밀 유도무기로 풀던 임무를 수만 달러짜리 자폭드론 여러 대로 처리할 수 있게 됐고, 방어 측이 떠안아야 할 비용은 비대칭적으로 불어났다. 단일 종류의 드론 대응체계로는 일곱 갈래 모두에 대응하기 어렵다.
장거리에는 조기 탐지 레이다, 군집에는 고에너지 레이저와 고출력 마이크로파, FPV에는 광대역 재머와 근접방어, 해상에는 함정 근접방어, 지상에는 급조폭발물(IED) 탐지와 RF 차단망, 미끼·유인에는 다채널 표적 분류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자폭드론 분류 체계 위에서 다층·다영역 방공이 설계돼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것이 자신이 곧 탄두가 되는 무인체계인 자폭드론이 남기는 시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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