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근무여건 UP GRADE 병영이 바뀐다] 해군2함대 208조기경보전대

조수연

입력 2026. 06. 09   15:33
업데이트 2026. 06. 09   15:41
0 댓글

잘 입고, 잘 먹고, 잘 자고
軍부심
끝까지 차오르다…


서해 최전방 긴장감 감도는 섬 연평도
'근무하고 싶은 도서 부대 만들기' 돌입
북카페 만들고 전역앨범·부대 패치 제작
긍정적인 이미지 심고 임무 몰입도 향상
백령도 중·고생에 재능 기부, 지역 상생도

출동 사이렌이 일상인 서해 최전방 연평도. 이곳의 일상은 24시간이 실전이다. 그렇기에 더욱 쾌적한 생활관과 도서관을 들이는 일은 항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최전방 수호 장병들이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이자 국가의 책무다. 서해 도서기지를 관할하는 해군2함대 208조기경보전대의 ‘근무하고 싶은 도서 부대 만들기’ 현장에서 공간의 혁신이 장병의 자부심과 전투력으로 직결되는 모습을 확인했다. 글=조수연/사진=이경원 기자

연평도 특산물로 요리한 꽃게탕과 주꾸미 볶음.
연평도 특산물로 요리한 꽃게탕과 주꾸미 볶음.


긴장 속 고립감, ‘공간의 변화’로 타파하다


아득한 긴장감이 감도는 섬 연평도.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민들의 일상 뒤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우발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운 해군 장병들의 소리 없는 사투가 있다.

해군2함대 208조기경보전대(208전대)는 서해 도서기지를 관할하며 전방해역 감시 및 적 해상세력 타격 임무를 수행한다. 북방한계선(NLL)을 마주한 탓에 단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 이곳은 육지와 단절된 물리적 한계와 높은 근무 강도가 장병들에게 필연적인 고립감과 피로를 안긴다.

이저럼 온전히 숨 돌릴 틈 없이 생활하는 이들의 고단한 일상에 작은 쉼표가 찍혔다. 208전대가 도서기지 근무 장병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근무하고 싶은 도서 부대 만들기 프로젝트’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달 부대에 새로 조성된 북카페 ‘스틸 웨이브(Still wave)’에 들어서자 고소한 커피 원두 향과 아늑한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파도가 쳐도 ‘여전히’ 서해를 지킨다는 의미를 담은 이 공간은 장병들의 사색과 소통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베스트셀러 도서가 빼곡한 책장 옆엔 푹신한 안마의자도 배치해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북카페는 현재 208전대 본부 1호점, 연평도 2호점에 이어 전 도서부대로 확대될 예정이다.

발걸음을 옮겨 둘러본 생활관 역시 변화가 역력했다. 낡은 비품이 자리했던 공간에는 새 침대 매트리스와 건조기·제습기가 배치됐다. 쾌적한 식사를 위한 식당 리모델링 작업도 병행되고 있었다. 최전방의 긴장감 속에서 장병들이 숨을 고를 수 있도록 병영 환경의 기본인 ‘의식주’의 수준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렸다.

현장에서 만난 최병민(소령) 293해상전탐감시대장은 “이곳은 최전방이자 실전 배치가 잦아 근무 강도와 긴장감이 대단히 높은 부대”라며 “기본이 바로 서야 태도가 나온다는 전대장님의 지휘 철학처럼 쾌적한 환경이 보장돼야 장병들의 올바른 근무 태도와 높은 전투력도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대 차원에서도 도서기지 자재 구입 및 예산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이러한 환경 개선에 힘을 싣고 있다.


‘근무하고 싶은 도서 부대 만들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설치된 신형 세탁·건조기에서 병사가 세탁물을 꺼내고 있다.
‘근무하고 싶은 도서 부대 만들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설치된 신형 세탁·건조기에서 병사가 세탁물을 꺼내고 있다.

 

부대에 새로 조성된 북카페 ‘스틸 웨이브’에서 한 장병이 책을 읽고 있다.
부대에 새로 조성된 북카페 ‘스틸 웨이브’에서 한 장병이 책을 읽고 있다.


고립을 자부심으로… ‘도서기지만의 전통’ 구축

물리적 환경 개선과 더불어 208전대가 주력하는 것은 ‘명예와 전통 만들기’다. 열악하고 고립된 도서 근무를 장병들의 특별한 경험이자 자부심으로 승화시키기 위함이다.

그 일환으로 각 도서의 특성을 살린 ‘시그니처 메뉴’가 탄생했다. 연평도는 겨울 주꾸미와 봄·가을 꽃게를 활용한 볶음과 탕을, 덕적도는 표고 허니콤보, 소청도는 홍합 된장파스타 등을 도입했다. 특히 조업 시기가 상반된 주꾸미와 꽃게를 한 식탁에 올려 부대원의 조화와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연평감시대의 메뉴가 부대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각 도서의 척박하지만 고유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한 포토 스팟에서 ‘군생네컷(전역앨범)’을 제작하고 특색 있는 부대 패치를 보급해 소속감을 고양하고 있다. 향후 2함대 사령부 내 사진 전시회도 열어 전입 장병들에게 도서기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계획이다.

최근 장병들의 복무 성향을 반영한 자기계발 여건 보장도 눈에 띈다. ‘군수(군 복무 중 수능 준비)’나 자격증 취득을 돕기 위해 부대별 독서실에 에어컨과 개별 조명 등을 확충했다. 체력단련실 기구를 교체했으며, 함대의 워리어 트랙 챌린지와 연계한 단체 뜀뛰기를 하고 있다. 체력 향상자에게는 조기진급 등의 특전을 부여한다.

이러한 지원은 지역 사회와의 상생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백령도에서는 중·고등학생 대상 입시상담 및 악기 레슨 등 재능기부를, 소청도에서는 버스킹 공연을 전개하며 상호 협력적인 민·군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장병 가족 대상 70% 운임 할인 제도가 정착하면서 가족 초청행사를 통한 유대감 형성도 한층 수월해졌다. 208전대는 이 같은 다각도의 인프라 개선과 정서적 지원이 결국 장병들의 임무 몰입도 향상이라는 긍정적 결과로 직결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인터뷰  임찬재(대령) 208조기경보전대장
“의식주·근무 환경 최상으로 보장…최고의 전투력 유지”

임찬재 208조기경보전대장은 2025년 부임 직후부터 ‘도서기지 근무 여건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처음에는 열악한 시설을 보수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지만, 이내 물리적 환경 개선만으로는 격오지에 만연한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직시했다.

임 전대장은 “복무 자부심을 높이고 이를 전투력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선 명예와 전통이 필요하다”며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라는 시구처럼 지금 우리가 만드는 변화가 후배들의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강한 전투력을 지닌 멋진 부대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추진한 ‘공간의 혁신’은 장병들의 심리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북카페 조성에 대해 임 전대장은 “처칠이 ‘우리가 건물을 만들지만, 그 후에는 건물이 우리를 만든다’고 말했듯 공간은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삭막한 건물 안의 책과 커피는 사색을 유도하고 수직적 계급을 넘은 소통의 거점이 돼 전입 신병들과 북카페에서 첫 면담을 해보면 소통의 밀도가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도서기지만의 특식과 시각적 기록물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는 “연평도의 꽃게탕은 밥상 위 음식이란 의미를 넘어 ‘나는 지금 NLL을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을 식탁에서 확인하는 순간”이라며 “도서기지의 사계절을 견뎌낸 장병들에게 군생네컷과 부대 패치가 전역 후에도 간직할 수 있는 평생의 훈장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될 수 있는 자기계발 지원과 부대 기강 해이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임 전대장은 “유해환경과 단절된 도서기지는 무언가에 몰입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며 “여가 시간에 휴대폰에만 빠져 있기보다 스스로 시간을 계획하고 성취를 경험한 장병이 현장 임무에서도 더 높은 책임감과 집중력을 보인다”고 확언했다.

지난해 연평도 근무 수병이 복무 중 수능을 준비해 해군사관학교에 합격한 사례는 이러한 지휘 철학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 전대장은 “2함대의 구호는 ‘싸우면 박살 낸다’다. 지휘관으로서 막연히 잘해주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의식주와 근무 환경을 최상으로 보장하되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최고의 전투력을 유지하는 데 집중할 것이며, 최전방 NLL 수호라는 막중한 임무에 자부심을 갖고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주는 장병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