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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심위상(攻心爲上)의 군사정보지원작전

입력 2025. 11. 12   16:22
업데이트 2025. 11. 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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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현 육군소령 국군심리전단
박도현 육군소령 국군심리전단



“사람의 마음을 공격하는 것이 상책이고, 성을 공격하는 것은 하책이다(攻心爲上 攻城爲下·공심위상 공성위하).”

촉한의 마속이 남만 정벌을 떠나는 제갈량에게 조언했던 말이다. 제갈량은 마속의 조언대로 남만 왕 맹획을 칠종칠금(七縱七擒)하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항복을 하도록 만들었다.

군사작전 중 이같이 적의 심리적 면을 활용하는 작전이 있다. 바로 정보작전의 핵심 능력인 군사정보지원작전(MISO·Military Information Support Operation)이다.

군사정보지원작전은 선정된 정보를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표적 대상에게 전달해 주체 측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견해·감정·태도·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군사작전으로서 심리작전을 의미한다.

군사정보지원작전은 비살상 효과를 나타내는 비물리 능력에 특화돼 있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면 아군에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피아가 물리적 접촉을 하기 전 주체의 반복적 메시지 전달로 적에게 패배의식을 심어 준다면 적의 전투의지는 싸우기도 전에 약화될 것이다. 이에 피아 교전 시 아군의 전투력 손실을 대폭 줄일 수 있고, 나아가 메시지가 억지력으로 작용해 아군이 피를 흘리는 상황을 막을 수도 있다.

마치 역할수행게임(RPG)으로 치면 대상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디버프(de-buff)라고 볼 수 있다. 진정한 선승구전(先勝求戰)이 아닐까 싶다.

한미 군사위원회는 군사정보지원작전의 중요성을 깨닫고, 1998년 유사시 군사정보지원작전 능력에 특화된 사령부급 부대를 편성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이 부대가 전시 한미연합군사령부 예하 구성군사령부 중 하나인 연합군사정보지원작전구성군사령부(CMISOCC), 즉 연정사다.

해당 합의 체결 이래로 전시 연정사를 구성하는 한미 관계관들은 매년 정례적으로 연합연습을 하고 있다. 전시 군사정보지원작전 수행력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교류 등을 통해 한미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이때 미국 측은 다양한 해외 실전 경험을, 한국 측은 한반도 문화와 정보 등을 토대로 전시 작전 수행을 논의한다.

통합정보작전·전영역작전 등이 이슈화되면서 연정사와 군사정보지원작전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술과 무기, 전장환경이 갈수록 급변하더라도 전투 주체는 결국 인간이며 영역별 전장 군인들의 심리에 따라 전투력, 나아가 승패가 좌우됨은 수많은 전쟁사가 증명한다. 인권 발달, 병력 감축이 지속되면서 전투원 한 명 한 명의 생명과 가치가 소중한 만큼 피를 흘리지 않고 상대를 압도해 이길 수 있는 능력 구비(兵不血刃·병불혈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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