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트렌드코리아 2026 (1)휴먼 인 더 루프
인간의 고유 능력+AI 압도적 능력
새로운 가치 창출하는 협업 모델
자기 능력 극대화 방법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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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체할까요?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미래를 위해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요?
최근 많은 사람이 하는 질문이다. 불과 1년 사이 생성형 AI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AI가 내놓는 결과물에 감탄하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일부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AI로 인한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AI가 코딩을 수행해주는 덕에 주니어 개발자 채용이 급격히 줄어들고, 영상 제작 분야에서는 힘든 촬영 대신 프롬프트를 공들여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다가올 2026년에는 AI가 불러올 파장과 그에 따른 조정·대응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트렌드 키워드인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는 AI 시대에 부상하는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지, 우리에게 어떤 준비가 요구되는지 방향성을 담고 있다.
먼저 휴먼 인 더 루프라는 용어의 설명이 필요하다. ‘루프(loop)’란 어떤 일을 수행할 때 시작부터 종결에 이르는 순환고리를 의미한다. 조리병의 경우 식사 때마다 식단 확인-식자재 손질-조리-배식-잔반 처리 및 청소-다음 식사 준비 같은 절차를 반복하는데, 이를 하나의 루프라고 할 수 있다. 휴먼 인 더 루프는 작업 루프 내에서 인간과 AI가 어떻게 협업할지를 나타내는 협업 유형을 이르는 말이다.
역할분담 유형의 첫 번째는 ‘AI 인 더 루프(AI-in-the-Loop)’다. 전체 작업 루프에서 일부에만 AI가 들어와 보조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AI 협업의 기본 단계에 해당한다. 이미 많은 사람이 이메일, 보고서 초안을 작성한다거나 마케팅에 사용할 문구를 뽑기도 하는 등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서 AI를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AI 인 더 루프에 해당한다.
특히 사람이 모두 파악하기엔 데이터양이 크고 복잡한 분야에서 AI 보조가 효율을 크게 높인다. 예컨대 보험산업에서는 보험 상품의 종류도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전문 보험설계사라고 해도 상품을 모두 파악하고 소비자에게 제안하기가 쉽지 않다. 인도의 보험 플랫폼 인슈어런스데코(InsuranceDekho)는 생성형 AI를 도입해 49개에 달하는 인도 보험사 상품 정보를 모두 기억하게 하고, 설계사들이 상품 및 정보를 필요로 할 때 찾아주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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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보조적 역할만 하는 AI 인 더 루프와는 반대로 전체 작업 루프가 AI에 의해 자동화돼 사람은 확인만 하는 협업 형태를 ‘루프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휴먼 온 더 루프(Human-on-the-loop)’라고 한다. 최근 부상하는 기술로 거론되는 ‘AI 에이전트’가 이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AI 에이전트란 사용자 목표를 이해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을 세워 행동하는 자율적인 인공지능 서비스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여행 AI 에이전트라면 여행가고 싶은 날짜와 목적지 등 원하는 바를 말해주면 알아서 여행 일정을 짜고, 교통편·숙박 예약까지 수행해준다.
마지막으로 AI의 보조적 역할과 완전 자동화의 중간 지점에서 인간과 AI가 상호보완적 관계로 협업하는 ‘휴먼 인 더 루프’가 있다. 작업 루프에서 효율성을 추구해야 하는 부분은 AI에게 자동화하되 인간이 필요한 시점마다 적절히 개입해 전체 결과물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는 AI를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의 한계를 넘되 AI에게 전적으로 맡겼을 때 벌어지는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AI 사용 철학이다.
그렇다면 AI에게 완전히 일임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지난 5월 미국의 주요 일간지 시카고 선타임스는 일요 특집 섹션에 ‘여름 추천 도서 목록’을 발표했다. 15권으로 구성된 목록에는 유명 작가의 저작으로 거론된 책도 포함돼 있었지만, 대부분은 실재하지 않는 책이었다. 해당 콘텐츠를 담당했던 외주 업체는 해당 내용을 AI로 생성했으며 진위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외부 제작 콘텐츠였다고는 하나 시카고 선타임스의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었다. AI가 거짓을 만들어내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잘 알려져 있음에도 인간이 작은 개입을 실행하지 않은 것이 큰 파장을 불러온 것이다.
이런 사례는 AI와의 협업에서 항상 인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AI 시대 인간의 역할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올바른 목표를 제시하는 역할이다. AI는 프롬프트에 충실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목표 설정이 잘못됐다면 결과물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 둘째, 수많은 결과물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역할이다. AI는 이론상 무한한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지만 그 결과를 판단, 선택하는 것은 사람의 안목이다. 셋째, 최종 산출된 작업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활용하는 역할이다. 예술품은 그 자체로 완벽해서가 아니라 부여된 의미로 인해 가치를 가지듯 AI 결과물도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하다.
AI 대전환 시대에 우리가 지향하는 AI 협업 모델은 ‘켄타우로스형 모델’이다. 켄타우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상체는 인간, 하체는 말인 반인반마(半人半馬)다. 인간의 지혜를 가진 상체와 동물의 강력한 힘을 상징하는 하체가 결합돼 있는 모습처럼 인간 고유의 역량과 AI의 압도적인 능력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을 켄타우로스형 인재라고 부를 수 있다.
AI 시대의 켄타우로스가 되기 위해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 우선 ‘불규칙한 기술적 경계’를 파악해야 한다. AI 기술이 모든 면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라 인간보다 뛰어난 면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 하버드대학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숙련 노동자라 해도 기술적 경계 내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생산성이 약 40% 향상되지만, 경계 밖에서 활용하면 오히려 성과가 19%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AI를 적극 활용하되 무조건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내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더 뛰어난 기술이 아니라 결국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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