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갔다
또 날아갔다
몇 날을 작업한 문건이 사라졌다
컴퓨터도 치매인가?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 지금은 디지털 시대
앞으로 다가올 첨단 양자역학 시대가 온다
키오스크를 다루지 못하면 일상은 정지되고
물건 구매, 식사, 물, 여행도 할 수 없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AI 시대
새로운 문명과 이기들이 지배하는 세상
양자역학 시대가 오면 세상은 어떻게 되나?
병원마다 고령 환자가 대부분이다
치매는 현대인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병
AI보다 수천수만 배 빠른 양자역학 시대가 오면
치매도 다스리는 칩이 나오지 않을까?
예방 차원에서 뇌 속에 치매 칩을 삽입하면
인류는 치매 걱정에서 해방될 것 같은데…
<시 감상>
컴퓨터로 작업한 것을 순간 날려 버린 경험은 우리 일상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한때 기술문명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컴퓨터와 인터넷도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이 되어 신선한 시적 감흥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일상성에 편입된 기술문명의 소재들을 시 문학에서 외면할 일은 아닐 것이다.
시인은 첫 연에서 컴퓨터로 “몇 날을 작업한 문건이 사라”진 현상을 ‘치매’ 문제와 연계한다. 시인이 컴퓨터에서 작업한 또는 작업 중인 문건이 날아간 현상을 치매로 비유하는 것처럼, 치매는 최근에 한 일부터 기억에서 사라지는 뇌의 이상질환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래된 기억이 오래 남는다고 한다.
원래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라고 한다. 비록 치매가 ‘망각의 병’이라고 하더라도 살면서 체득한 참된 사랑과 생각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다.
도래할 기술문명은 누구나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맞이한다. 시인이 상상한 것처럼 기술문명의 부적응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고 “치매 칩”이나 치료제가 개발돼 “치매 걱정에서 해방될” 날을 기대할 수도 있다. 기술문명 자체는 빛과 어둠이 일방향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결국 사람의 태도와 방향성이 과제일 것이다.
에릭 호퍼는 이렇게 말했다. “급변하는 시대에 미래를 이어갈 사람은 계속 배우는 학습자다. 배움을 끝낸 사람은 과거의 세계에서 살아갈 기술밖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차용국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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