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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이 됐든”

입력 2025. 07. 17   16:03
업데이트 2025. 07. 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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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홀름 미 공군상사 주일 가데나 미 공군기지
브라이언 홀름 미 공군상사 주일 가데나 미 공군기지

 

 

새벽 3시,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오산비행장에 운집했다. 깜깜한 어둠을 뚫고 첫 5㎞ 행군이 시작됐다. 단순히 체중을 옮겨 싣는 게 아니었다. 한 발짝 뗄 때마다 그 이상의 의구심도 같이 실렸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다 같이 해낼 수 있을까?”

노르웨이 도보 행군! 11㎏ 군장을 메고 30㎞를 나이와 성별에 맞게 주어진 시간 내에 완주해야 한다. 1915년, 혹독한 전쟁에 맞서 노르웨이 육군 병사들의 행군 능력을 향상하고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5월 17일, 노르웨이 국경일에 개최된 이 행사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극기 복원행사로 기록됐다. 군장과 헤드램프를 장착한 수많은 참가자 중 일본 가데나 미 공군기지에서 온 53명도 있었다. 이들은 지난 몇 달간 매주 목요일 새벽훈련으로 의지를 불태우고 공동의 목표를 갖고 하나의 팀으로 참가했다.

행군 거리가 더디게만 흘러갈 때쯤 그곳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그러다가 이날 가장 시선을 끄는 순간을 맞이했다. 타 부대 소속의 한 참가자가 결승선을 몇 미터 남겨 두고 넘어졌다. 몇 시간 동안 고통을 이겨 내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달린 결과 다리는 말을 듣지 않고, 온몸에 힘이 빠져 결국 넘어진 것이다. 누군가 그의 팔을 잡아 이끌어 완주하도록 도와줬다. 둘은 함께 결승선을 넘었다.

그다지 감격스러운 순간도, 야단법석을 떨 일도 아니지만 잊지 못할 장면인 것만은 확실했다.

이 행사의 개최 목적은 미 4인 군목의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 USS도체스터호가 독일 어뢰의 공격으로 침몰당하면서 함께 타고 있던 군목 4인이 자신들의 구명조끼를 벗어 같이 승선했던 다른 이들에게 줬던 것이다.

이번 행군 완주자는 노르웨이 행군 기장과 함께 기념버클을 받았다. 이 버클은 한국의 ‘우정의 종’ 제조에 쓰인 것과 같은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가장자리엔 4인 군목의 얼굴이 새겨졌고, 중앙에는 노르웨이 행군 기장이 자리 잡고 있다.

시상식에 참석한 주한 노르웨이대사관 부대사는 단결의 정신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오늘은 노르웨이 국경일인 제헌절입니다. 우리 노르웨이 헌법은 바로 여러분으로부터 영향받아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 여러분이 축하의 장을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참가자들이 결승점을 통과했을 때 모두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다. 동료애가 솟아났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

가데나 팀 참가자들이 단순히 완주만 한 건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를 짊어지며 멈추지 않고 나아갔으며, 정신적 승리를 이뤘음을 의심할 여지 없이 증명했다. 그 무엇이 됐든 모두 함께해 낸 것이다!

번역: 주한 미 공군51비행단 군종실 김오성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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