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쉽게 망각하는 존재다. 생생했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기록이 중요한 이유다. 작은 메모 한 줄이라도 정성스레 기록해 두면 잊고 있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소중한 경험을 되새길 수 있다. 어릴 적 일기장처럼 우리의 일상을 기록한다는 건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역사 속 위대한 장군들의 작전일지는 전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고, 과학자들의 연구노트는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군 생활 초반 선임의 제안으로 작전일지를 처음 써 봤다. 그때의 일이 계기가 돼 대대 전술훈련 평가 때 쉬는 시간에도 메모장에 모든 것을 기록했다. 사실 당시 훈련 때 군장 무게만 35kg에 달했고, 체력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다. 하지만 한 문장씩 작전일지를 작성하면서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극복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추상적인 감정보다 훈련 중 발생한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다음 훈련의 개선방안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예를 들어 ‘30㎞ 행군 중 양말은 몇 번을 갈아 신었으니 다음 행군 때는 몇 켤레의 양말을 챙겨야겠다’ ‘계절에 따른 복장과 복장에 따라 사격훈련을 할 때는 어떤 점이 불편하니 개선해야겠다’ 등의 분석과 보완점을 세부적으로 적용했다.
당시 작전일지를 쓸 때는 힘들기만 하고 ‘이게 과연 쓸모 있을까’ ‘무의미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흘러 작전일지를 펼쳐 보니 그날의 생생한 느낌이 살아났다. 현재 그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나 동료들에게 공유하는 등 잘 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훈련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작전일지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로 이끌어 줬다. 매번 실시하는 훈련 때 준비해야 하는 품목부터 훈련의 이해도와 판단 능력, 주도해 나가는 힘이 생겼다. 기록을 넘어 군 생활의 무형자산이 된 셈이다. 이런 기록이 쌓여 남들보다 앞선 경쟁력, 성장을 가늠하는 척도, 미래를 설계하는 청사진이 되고 있다.
기록의 또 다른 핵심은 ‘생각’과 ‘실행’이라고 생각한다.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생각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문제 해결력과 리더십, 자기성찰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더불어 자존감이 높아지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되는 선순환의 경험도 하게 된다. 기록을 통한 긍정적 영향력은 무궁무진하다.
적지 가장 깊숙한 곳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특전사의 특성상 작전일지 작성은 개개인의 전투력이 가장 중요한 특전사, 곧 특전부대의 전투력 향상으로 귀결된다. 나의 경험을 경험으로 끝내지 말자. 기록은 나와 우리 부대의 무기이자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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