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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파괴 유발… 군사적 수단 통한 강제 폐기도 가능

입력 2024. 09. 20   16:12
업데이트 2024. 09. 2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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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화학무기와 국제인도법 적용

시리아 내전서 수차례 화학무기 공격
2013년 1400명 이상 사망·다수 부상
개발·비축까지 논란…무기 폐기 유도
북, 화학무기에 생물무기 생산 능력도
강제성 없는 생물무기금지협약만 가입
시리아 사례 토대로 대응책 마련해야
제네바 의정서 1925년
전시 생화학무기 사용금지 명문화
실제론 ‘선제사용’ 금지조약 변질

생물무기금지협약 1972년
일체의 생물무기 불법화·폐기 의무
모호한 방식·검증 체계 취약 한계

화학무기금지협약 1992년
독립 감독기구 설립…엄격한 검증
비살상용 화학물질도 사용 금지

이탈리아-아비시니아(지금의 에티오피아) 전쟁에서 화학무기로 화상을 입은 피해자. 출처=ICRC
이탈리아-아비시니아(지금의 에티오피아) 전쟁에서 화학무기로 화상을 입은 피해자. 출처=ICRC



2011년 3월 내전이 발발한 이후 시리아는 수차례에 걸쳐 반군이 통제하는 지역에 신경작용제(사린)를 탑재한 로켓을 발사해 국제사회의 공분을 일으켰다. 특히 2013년 8월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구타 지역에 대한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 공격은 1400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천 명의 부상을 야기함으로써 오늘날 최대 규모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생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는 기존 재래식 무기와 달리 짧은 시간에 대량의 인명 살상과 파괴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사용뿐만 아니라 개발과 비축까지도 비난의 대상이 돼 왔다. 그 결과 국제사회는 생물무기와 화학무기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협약을 채택함으로써 이러한 무기의 사용을 규제하기에 이르렀다.


최초 화학무기는 1차 세계대전 염소가스 

화학무기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벨기에 이프로스 지역에서 연합군의 방어진지를 유린하기 위해 염소가스를 사용한 것을 계기로 그 사용이 본격화됐다. 이는 연합국과 추축국 양측 모두에 광범위한 피해를 야기했고, 특히 그 피해는 민간인에게도 무차별적으로 확산됐다. 이에 따라 오늘날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 후원 아래 이를 규제하기 위한 협상이 시도됐다.

생화학무기에 대한 일반적 사용 금지의 분수령이 된 조약은 1925년 ‘질식성, 독성 또는 기타 가스 및 세균학적 전쟁수단의 전시사용 금지에 관한 의정서’(1925년 제네바 의정서)였다. 이 의정서는 전시에 질식성, 독성 또는 기타 가스는 물론 세균학적 전쟁수단의 사용까지 모두 금지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화학무기와 생물무기를 금지했다. 다만 이 의정서는 생화학무기의 설계·실험·생산 또는 비축 등이 아니라 그 ‘사용’만을 금지했다. 위반 혐의를 조사하거나 그 준수를 보장할 수 있는 별도의 검증 체계도 마련하지 않아 실효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웠다. 더욱이 상당수 국가가 이 의정서를 비준할 때 다른 당사국이 생화학무기를 먼저 사용하면 자신들도 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유보를 첨부함으로써, 사실상 선제사용 금지조약으로 변질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1972년에 이르러 ‘세균무기(생물무기) 및 독소무기의 개발·생산 및 비축의 금지와 그 폐기에 관한 협약’(생물무기금지협약·BWC)이 채택됐다. 이는 일체의 생물무기를 불법화하고, 당사국에 비축된 관련 무기를 폐기할 의무를 부과한 최초 협약이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군축 협정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협약은 생물무기를 “평화적 목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 경우”에만 금지하는 모호한 방식을 취했고, 협약 이행의 검증 체계도 취약해 현실적으로 사용을 규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와 같은 한계를 인식한 국제사회는 화학무기 규제를 위한 국가 간 협상에 임하면서 협약 이행을 검증하는 절차를 발전시키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1992년 채택된 ‘화학무기의 개발·생산·비축·사용금지 및 폐기에 관한 협약’(화학무기금지협약·CWC)은 화학무기 금지를 위한 매우 포괄적이고 상세한 내용을 담았다. 이 협약은 생물무기금지협약과는 달리 엄격한 검증체계를 도입했다. 협약 이행의 감독과 검증을 위해 전문화되고 독립적인 감독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를 설립했고, 위반 의혹을 처리하기 위해 사찰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독립적으로 사실을 검증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확립했다. 당사국에는 OPCW에 모든 화학무기와 생산시설을 신고하도록 했고, 폐기 의무도 부과했다.

금지되는 ‘화학무기’에는 생명 과정에 대한 화학작용을 통해 인간 또는 동물에게 사망, 일시적 무능화 또는 영구적 상해를 유발하는 모든 화학물질이 포함된다. 따라서 최루탄과 같은 비살상용 화학물질까지도 사용이 금지된다. 다만 화학무기금지협약은 이와 같은 폭동진압작용제를 전투수단으로 사용하는 것만 금지했을 뿐 국내에서의 폭동 진압을 위한 법 집행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2006년 국방과학연구소가 최루탄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11년 전량 폐기했다.

 

 



북, 탄저균·천연두 등 생물무기 배양 능력 

2022년 발간된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약 2500~5000톤의 화학무기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탄저균, 천연두, 페스트 등 다양한 종류의 생물무기를 자체적으로 배양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까지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생물무기금지협약 당사국이지만,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대해서는 서명조차 하지 않았다(우리나라는 두 협약 모두 당사국임). 그럼에도 오늘날 생화학무기 사용 금지는 관련 협약 당사국 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국가에 법적 구속력을 지니는 관습국제법에 해당하며, 그 사용은 명백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생화학무기의 사용이 국제사회에서 금지된다는 것과 별개로, 북한이 가입한 생물무기금지협약은 협약 자체의 근본적 한계로 인해 북한의 실질적 이행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와 달리 화학무기금지협약은 엄격한 검증 체계를 바탕으로 실질적 이행을 기대할 수 있으나, 북한이 이를 비준하지 않아 그와 같은 체계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가 생물무기금지협약(185개국) 및 화학무기금지협약(193개국: 북한, 이스라엘, 남수단, 이집트 미비준) 당사국이므로, 이들이 모종의 이유로 북한 지역에서 사실상의 권한을 행사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해당 무기를 폐기할 국제법적 의무를 부담한다. 이는 군사적 수단을 통해 강압적으로 해당 무기를 폐기하는 ‘WMD 제거 작전’의 법적 근거가 된다.

북한이 WMD 폐기에 스스로 협력할 경우 국제사회 지원 아래 외교적인 수단과 방법, 특히 재정 및 기술적 지원을 통해 해당 무기를 폐기하는 ‘협력적 위협감소(CTR)’ 프로그램이 적용될 수도 있다. 시리아의 경우 강압적 결정 과정을 거쳤지만 협력적 과정을 통해 화학무기를 폐기한 사례에 해당하므로, 이는 추후 북한의 생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유용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 지역 생화학무기 폐기를 위해서는 유사 사례를 토대로 관련 협약에 따른 법적 제한사항을 확인하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필자 안준형은 서울대학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필자 안준형은 서울대학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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