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국제인도법 바로 알기

분쟁 상황서 차별·박해 여부 중요한 기준

입력 2024. 08. 02   17:49
업데이트 2024. 08. 0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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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난민’ 국제법 보호 대상일까

세계 곳곳 전쟁·인권 침해 지속되자
작년 말 기준 1억여 명 타국 떠돌아
각국 기관 난민 인정 줄자 비판 직면
독자성 유지하는 3개의 관련 국제법
사각지대 없도록 상호보완 적용해야

케냐 다답 난민 캠프에서 보호받고 있는 어린이. 케냐적십자사는 난민들이 친척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출처=케냐적십자사
케냐 다답 난민 캠프에서 보호받고 있는 어린이. 케냐적십자사는 난민들이 친척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출처=케냐적십자사


2024년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그리스 선수단에 이어 두 번째로 입장한 난민올림픽팀은 전 세계 1억 명이 넘는 난민 인구를 대표해 참가했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자체 엠블럼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오늘날 국제적 무력 충돌, 내전 또는 국가의 내부적 폭력 사태 등을 피해 자국을 떠난 사람을 흔히 난민으로 일컫는다. 또한 다양한 대중매체를 통해 로힝야 난민, 시리아 난민, 우크라이나 난민 등을 지칭하는 ‘전쟁 난민’이란 용어도 일상에서 자주 접하고 있다.

난민의 국제적 보호를 위한 가장 보편적인 협약인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협약)’에서 정의하는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 중 하나 이상의 사유로 박해받을 우려가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두려움으로 인해 국적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따라서 난민협약에 명시된 위 다섯 가지의 박해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국제적 무력 충돌이나 내전을 피해 국경을 넘은 사람들은 엄격한 의미에서 난민협약상 난민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아프리카 또는 중남미 등 지역적 차원에서는 대규모 인권침해, 일반화된 폭력 또는 공공질서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상황으로 인해 국경을 넘어 피신한 사람들을 난민 개념에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무력 충돌이나 내부적 폭력 사태 등의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명 ‘난민’과 같은 개인의 보호를 위한 국제법 체제에는 국제인도법, 국제난민법 및 국제인권법이 모두 연관된다. 이들 법 체제의 공통점은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바탕으로 ‘인간 보호’라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인도법, 국제인권법 및 국제인도법은 보호의 범위에 차이가 있다.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난민올림픽팀의 엠블럼.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난민올림픽팀의 엠블럼.


첫째, 국제인도법은 무력 충돌 상황에서 민간인과 전투원의 지위를 가진 개인 보호에 중점을 두지만, 국제인권법은 전시 및 평시를 불문하고 자국 관할권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을 보호 대상으로 한다. 국제난민법은 특정 사유로 박해의 우려가 있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둘째, 국제인도법은 무력 충돌 시 모든 경우에 존중돼야 한다. 반면 국제인권법은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공공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예외적으로 규약상 의무로부터 이탈하는 조치를 할 수 있으며, 국제난민법도 특정 상황에서 난민 지위가 배제되는 경우를 언급하고 있다.

내전이나 국가적 혼란으로 본국을 떠난 개인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하는지는 국제난민법의 중요 이슈다. 난민 지위를 심사하는 각국의 권한 있는 국내 기관이 난민협약상 난민에 대한 정의를 매우 좁게 해석하면서 비판에 직면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난민 개념을 포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국제적 보호에 관한 지침 12호를 마련했다. 이 지침은 오늘날 발생하는 무력 충돌 및 폭력 사태가 난민이 발생하는 주요 이유며, 이러한 사태는 정치적, 종교적, 민족적, 사회적 및 성별에 따른 박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확인했다. 무력 충돌로 자국을 떠난 개인이 국제난민법상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문제 위험이 발생한 상황에서 차별 대우가 존재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무력 충돌 상황 자체만을 이유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무력 충돌과 직접 연관되거나 그에 따른 중대한 피해를 입은 개인은 국제인도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가?

전시에 민간인의 보호에 관한 제네바협약(이하 제4협약) 제4조는 협약 보호 대상을 무력 충돌 또는 점령의 경우, 특정 시점에 충돌 당사국 또는 점령국의 권력 내에 있는 사람으로 충돌 당사국 또는 점령국 국민이 아닌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무력 충돌 당사국의 영토 또는 점령지에 있는 외국인이 이 같은 국적 요건을 충족한다면 제4협약의 보호 대상이 된다.

1949년 4개의 제네바협약과 1977년 추가의정서에 난민(refugee)과 관련된 용어는 세 번 언급된다. 먼저 제4협약 제44조는 어떤 정부의 보호도 받지 않고 있는 난민들이 법률상 적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적성 외국인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제44조상의 요건을 충족하는 난민의 경우 제4협약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

제1추가의정서 제73조는 ‘난민과 무국적자’라는 제목하에 적대 행위가 시작되기 전 난민협약 등을 포함한 국제적으로 구속력 있는 문서 또는 피난국의 국내법상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들을 차별 없이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제인권법 관점에서 볼 때 난민 보호의 출발점은 세계인권선언 제14조에 규정된 바와 같이 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에서 비호(asylum)를 구하거나 비호받을 권리다. 많은 국제 인권 조약은 난민에게 적용 가능한 여러 구체적인 개인의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고유한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지며,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당사국은 모든 사람이 자신과 가정을 위한 적절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2023년 말 기준으로 난민, 국내 실향민, 기타 분쟁 등으로 본국을 떠난 사람이 1억1730만 명에 달하며, 이는 세계 인구의 1.5%에 해당한다. 세계적으로 전쟁과 중대한 인권침해 등의 상황이 지속되면서 작년 한 해에만 약 880만 명의 난민이 새로 발생했다.

국제사회의 난민 문제는 이제 국제난민법 테두리 내에서만 해결하기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현실적으로 인도적 위기에 처한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제난민법을 대표하는 난민협약에 내재한 국제인권법의 중요한 기본 원칙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국제인도법을 통한 보호도 고려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난민 지위를 결정하는 각국의 국내재판소 등이 국제난민법 이외 다양한 국제법 원칙을 고려하는 관행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난민법, 국제인도법 및 국제인권법은 각각 법체계의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실현하고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호보완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다.

필자 이세련은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및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 이세련은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및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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