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실천’ 팔 걷은 국민의 군
타인을 위해 자신의 혈액을 내주는 헌혈은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과학 문명이 발달해도 사람의 피는 만들어낼 수 없기에 이를 실천하는 이들의 행동은 더욱 소중하다. 투병 중인 이들에게 새 생명과 행복을 선물하기 위해 기꺼이 팔을 걷어붙인 장병들의 사연이 진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밝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날개 없는 천사’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서현우·조수연 기자
“전우야 힘내라” … 육군3공병여단 도하중대, 투병 전우 위해 릴레이 헌혈
육군3공병여단 도하중대 장병들이 급성백혈병을 앓는 전우가 쾌유의 길을 걷도록 ‘헌혈 부교’를 놨다.
여단은 13일 “예하 도하중대 장병 16명이 급성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A 일병을 위해 지난 3월부터 매주 릴레이 헌혈에 나섰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0일 저녁 A 일병은 코피가 멎지 않아 급히 병원을 찾아 피 검사를 했다. A 일병의 백혈구 수치는 정상인보다 10배나 높은 수준이었고,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A 일병의 사정을 알게 된 도하중대 장병들은 급히 헌혈증 180여 장을 모았다. 헌혈증을 전하는 과정에서 병원으로부터 ‘지정 헌혈’을 안내받았다. 이에 장병들은 매주 자발적으로 돌아가며 헌혈에 동참하기로 했다.
A 일병의 소대장인 최동휘 중위는 “평소 건강하고 성실하게 임무 수행하던 병사가 급성백혈병을 앓게 됐다는 것에 놀랐다”며 “투병하는 소대원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A 일병의 아버지는 “군 복무 중이던 아들이 갑작스레 병을 앓게 돼 많이 걱정됐지만, 소속 부대 장병들이 진심을 다해 도와주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선한 영향력의 힘’ … 국군함평병원 현세연 대위 ‘모발 기부’…중대원 14명, 헌혈증 40장 기부
국민·장병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며 혼신의 힘을 다하는 군 의료진이 모발·헌혈증 기부에도 동참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국군함평병원 현세연(육군대위) 본부중대장과 중대원들이다.
13일 부대에 따르면 현 대위는 최근 소아암 환자를 위해 지난 2021년에 이어 2번째로 모발을 기부했다. 현 대위는 중학생 시절 백혈병 의심 판정을 받고 암 병동에 잠시 입원한 경험이 있었다. 이때부터 도움이 필요한 아픈 이들을 위해 무언가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기부를 위해 소중히 모발을 길렀고, 길이가 약 25㎝에 이르자 행동으로 실천했다.
현 대위의 기부는 소속 중대원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중대원들은 현 대위의 선행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헌혈증 모음에 나섰다. 중대원 14명이 총 40장의 헌혈증을 모아 전남지역 헌혈센터에 기증할 수 있었다.
현 대위는 “대국민 의료 지원을 위해 애쓰는 군 병원 의료진의 헌신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모발 기부를 결심했다”며 “앞으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헌혈증 기부에 동참한 최민준 육군상병은 “단결심으로 전우들과 헌혈증 기부를 함께할 수 있어 뿌듯했고, 주기적인 헌혈을 이어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꾸준함의 가치’ … 해군잠수함사 이억기함, 헌혈증 95장 기부…정수열 상사, 100회 ‘명예장’
해군잠수함사(잠수함사) 이억기함은 13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소재 대한적십자사 경남혈액원을 방문해 헌혈증 95장을 기부했다.
이번 기부는 매년 6월 14일에 돌아오는 세계헌혈자의 날을 기념하고 혈액 수급 안정화를 위한 사회적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추진됐다.
헌혈 100회 달성으로 대한적십자사의 헌혈유공장인 ‘명예장’을 받은 이억기함 음탐장 정수열 상사를 포함해 부장 김판규 소령 등 승조원 3명은 이날 경남혈액원을 방문해 직접 헌혈증을 전달했다.
김 소령은 “헌혈은 나의 생명을 나눠 한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행동”이라며 “이억기함 승조원들은 생명을 다해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고 이웃 사랑을 계속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고귀한 실천’ … 육군1공병여단 조영래 대위, 대한적십자사 헌헐유공장 금장
육군1공병여단은 꾸준한 헌혈로 희망을 나눠온 정작참모처 조영래 대위의 소식을 전했다.
조 대위의 헌혈은 10여 년 전 재학 중이던 학교에 찾아온 헌혈 버스를 만나며 시작됐다. 혈액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본격적으로 헌혈에 동참, 지난 8일 50회를 달성하며 대한적십자사의 헌혈유공장인 금장을 받았다.
조 대위는 다른 혈액형 보유자에게도 수혈이 가능한 O형 혈액형 보유자여서 혈액 수급량이 부족한 시기에 큰 보탬이 됐다. 그는 헌혈 조건에 부합하기 위해 마라톤 등 운동과 식단 관리로 건강을 관리해 왔다.
또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기부 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부대 내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조 대위는 “나의 작은 실천이 누군가의 삶에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마음에 매 순간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헌혈 100회 달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소중한 나눔’ … 육군32보병사단 이창한 상사, 헌혈증 104장 기부
10년 동안 모은 헌혈증 100여 장을 쾌척한 육군32보병사단 부사관의 선행도 병영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사단 군종업무지원관으로 근무 중인 이창한 상사. 이 상사는 지난달 말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충청지회를 방문해 백혈병소아암으로 고통받는 환아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헌혈증 104장을 기부했다.
그는 157회 헌혈을 실시하며 진리·봉사·치유의 군종 병과훈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 ‘제13회 헌혈자 초청 사랑의 나눔 축제’에서는 대한산업보건협회 한마음혈액원장 표창을 받았다.
또 기아로 고통받는 어린이 두 명과 새여울단기보호센터에 각각 18·19년 동안 정기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이 상사는 “헌혈증을 꼭 필요로 하는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어 기쁘고, 두 딸의 아빠로서 모든 어린이들이 아프지 않은 세상이 오길 기도한다”고 했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