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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을 지키는 마음 

입력 2023. 04. 26   17:03
업데이트 2023. 04. 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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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을 읽고


허태임 지음 / 김영사 펴냄
허태임 지음 / 김영사 펴냄

 

김보곤 병장 육군9사단 왕도깨비여단


허태임 지음 / 김영사 펴냄
허태임 지음 / 김영사 펴냄

 


누구나 지키고 싶은 무언가를 한 가지쯤은 마음에 품고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국군장병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군 복무를 하며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굳센 체력, 반복적인 훈련 등이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무언가를 지키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에 대한 사랑, 우리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절박함이라는 것. 그것이 이 책이 가져다준 깨달음이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본인이 ‘식물과 연애하는 사람’이라고 밝힌다. 그 말이 무색하지 않게 책 곳곳에서 식물에 대한 저자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은 저자만이 가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우리 주변 식물들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책을 읽은 뒤 예쁜 장식물로만 생각했던 다육식물이 실은 물이 부족한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강인한 식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울릉도에만 존재하는 고유한 식물들이 얼마나 특별하고 아름다운지도 느끼게 됐다.

그러나 이야기는 식물들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다육식물은 불법 채취를 통해 관상용으로 팔아넘겨지고, 울릉도의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들은 관광지 개발로 서식지가 줄고 있다. 책은 생물 다양성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밝히며 그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와 동시에 식물에 위협이 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책을 읽으며 박남수 시인의 ‘새’라는 시가 떠올랐다. 시는 다음과 같은 구절로 끝난다.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그 순수를 겨냥하지만/매양 쏘는 것은/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대상의 피상적인 아름다움에 주목해 그것을 취하려는 행위는 오히려 대상을 상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식물의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식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인간의 모습도 시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임에도 자연을 경제적인 수단으로만 여기는 행태가 참 아이러니하다. 이제부터라도 식물을 위협하는 개발행위를 줄여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식물들을 지키려는 저자의 간절한 목소리가 이 책을 통해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앞으로 나도 식물들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식물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풀과 나무에 대한 기록. 이 책이 소중한 것을 지키는 이들 모두에 대한 헌사와 같이 느껴졌다. 내가 지키고 있는 우리나라가 왜 소중한지를 떠올려 본다. 사랑하는 가족들, 아름다운 우리 국토,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강인한 우리 식물들. 우리나라를 지켜야 할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군인으로서 일과를 수행하며 힘들 때마다 사랑하는 존재를 떠올리면서 더욱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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