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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광장_김인수 소령]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시작하며

입력 2023. 03. 24   16:03
업데이트 2023. 03. 2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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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소령
김인수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소령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6·25전쟁 당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70여 년 동안 이름 모를 차가운 땅속에서 홀로 남겨진 수많은 호국영웅을 마지막 한 분까지 가족의 품으로 모시는 보람된 일을 한다. 이는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구축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통합의 계기를 마련하면서 국가의 품격을 향상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올해는 정전 70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이다. 우리의 자유와 번영을 수호한 수많은 유엔군 전사자를 찾는 데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유엔 참전국과 협업해 지난 2월 ‘미 전사자 유해 봉송식’처럼 유엔군 유해에 대해서도 관계국과 협의와 국적 판정을 통해 부산 유엔군 묘지 안장을 계획하고 있으며 한미 유해발굴사업 연례협의회, 한미 유해봉환 행사 등 의미 있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교류 행사는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의 숭고한 희생과 공헌을 기억하고 국민과 함께 추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의 연장과 군사적 갈등, 기상 악화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는 11월까지 30개 사·여단 36개 발굴지역에서 300구 이상을 발굴하고 유가족 유전자 시료 1만2500개를 확보해 전사자 신원확인 25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호국영웅을 가족 품으로 모시는 일은 굉장히 까다롭고 어렵다. 현재까지 발굴된 국군 전사자 유해는 1만1000여 구지만 가족 품으로 돌려드린 비율은 약 1.5%에 불과하다.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선 발굴한 유해와 유가족 DNA를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유가족들의 DNA가 많이 확보돼 있지 않아 유해를 발굴하고도 어떤 분의 유해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더 안타까운 건 전사자를 찾는 일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점이다. 유가족분이 대부분 70대 이상의 고령이라 DNA 시료 채취를 서두르지 않으면 영영 전사자의 이름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 모두의 동참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6·25전쟁 이후 긴 시간이 지났지만 흐르는 세월을 놓지 못한 채 돌아오지 못한 호국영웅을 기다리는 유가족들은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아간다. 이분들을 만나 보면 마지막 전투에 나가기 전 가족에게 건넸던 사진을 꺼내 보내거나 전쟁터에 보낸 편지와 엽서를 간직하며 살았던 지난 세월을 이야기한다. 모두가 한 편의 가슴 아픈 드라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전투에 참전해 산화한 참전영웅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반드시 호국영웅들을 끝까지 찾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군장병들도 국가가 참전영웅들과 그들의 후손을 예우하는 나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DNA 시료 채취에 대한 관심과 유가족들의 동참 홍보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한 유전자 시료 채취는 6·25 전사자의 유가족으로서, 전사자의 친·외가를 포함해 8촌까지 신청할 수 있다. 제공된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되며, 시료 채취에 참여한 장병에게는 위로휴가도 제공한다.

국가의 부름을 받았던 분들이 이제는 우리의 따스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찾아야 할 전사자가 무려 12만2000여 명이다. 그 모든 분을 만날 때까지 한 걸음 한 걸음 귀하게 내디뎌야 하며, 소처럼 지치지 않고 묵묵히 해내야 한다. 이는 우리가 당연하게 맡아야 할 시대적 소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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