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기고_배경륜 전문군무경력관 가군] 전쟁에 필요한 물의 가치

입력 2023. 03. 21   15:56
업데이트 2023. 03. 21   16:02
0 댓글
배경륜 육군공병학교 전문군무경력관 가군
배경륜 육군공병학교 전문군무경력관 가군



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 3일, 음식 섭취 없이 3주를 버틸 수 없다는 ‘인간생존한계 3-3-3 법칙’이 있을 만큼, 물은 생존과 직결된다. 재해재난 현장의 기적 같은 생환을 제외하고, 이보다 더 열악한 전쟁상황에 처하는 군인도 이 법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전쟁이라는 다 영역 활동은 식수 외에도 위생, 의료, 제독 등 많은 양의 물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상수도 보급률은 98%. 거의 모든 군 시설에 정수기가 설치돼 있다. 해외 파병지조차 생수가 원활히 보급돼 평시 우리 군은 물 부족을 체감하지 못한다. 전쟁이 일어나도 담수를 끓여 먹는 등 제한적으로 버티면 이내 기반 시설이 복구되리라 생각하는 이도 상당수다. 하지만, 과거 전사를 보면 이런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6·25전쟁 시, 우리 군은 우물이나 계곡 등에서 쉽게 마실 물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 8군 사후검토 자료를 보면 전투지역 내 급수원은 모두 오염돼 화학적 정수처리 없이 식수로 활용 불가능했다는 기록이 있다. 걸프전의 경우, 지상군 51만 명의 식수 지원을 위해 유조선 50척분, 약 51억L를 공급하며 ‘군수단의 지옥’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육군은 ‘국방혁신 4.0’을 통해 첨단과학기술 군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위협, 인구절벽, 현존전력의 불완전성이라는 도전요소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고도화’로 전시 환경오염원은 증가하고, 활용 가능한 수원지는 부족해질 것이다. 인구절벽에 의한 부대 수 감축은 책임 지역과 지속지원 거리를 증가시킬 것이다. 게다가 우리 군이 보유한 정수 장비는 상당 부분 노후화됐다. 예비전력 포함 360만여 명에게 소요되는 식수만 공급하기에도 부족한 전력 수준이라 판단된다.

이런 제한사항을 해결하려면 기반시설 긴급복구, 대규모 급수원 개발 등 지속지원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차기 정수 장비 모델이 신속시범사업으로 생산돼 올해부터 육군공병학교와 육군 21사단에서 군사적 활용성을 검토 중이다. 해당 장비는 전시 오염원을 고려 화생방 작용제 오염수 처리 능력은 물론 제한적으로 바닷물 처리가 가능하다. 작전성 향상 및 병력감축을 고려해 내장형 발전기 탑재, 물자 적·하역 전동 리프트, 유사시 발전기 가동 없이도 가동하도록 에너지 저장장치까지 탑재돼 있다.

미래전은 전장 영역의 확대, 하이브리드전, 첨단 무기체계 출현 등 전쟁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부합하는 ‘싸우는 방법’의 발전을 위해 전쟁에 쓰이는 ‘물의 가치’를 바로 알고, 미리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