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조명탄_안영주 작사가] 웰컴 투 뉴욕 2

입력 2023. 03. 21   15:56
업데이트 2023. 03. 2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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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주 작사가
안영주 작사가

 

뉴욕에 도착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시차였다. 서울에서도 이미 뉴욕의 시간대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시차 자체가 없었다. 적응이라는 단어를 붙일 새도 없이 자연스럽게 뉴욕의 시간에 녹아들었다. 다만 조금 빨리 눈이 떠져서 새벽 5~6시쯤에 오픈한 카페나 레스토랑을 찾아 아침을 먹곤 했다. 뉴욕의 아침 식사 맛집은 7시가 넘어가면 이미 길게 대기줄이 늘어선다. 뉴요커들은 아침 식사에 진심이다.

호텔 근처에 오래된 베이글집이 있어서 지루한 호텔 조식 대신 그곳에 거의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는데 바쁜 아침에 20~30분씩 줄을 서서 베이글과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가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매일 아침 여유롭게 베이글과 커피를 마시며 바삐 출근하는 뉴요커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침을 챙겨 먹는 것과 더불어 여행지에서 가사 쓰는 것도 좋아한다. 내겐 작사라는 일이 쉼과 철저히 구분돼야 하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어딜 가든 꼭 쥐고 다니는 애착 인형 같은 거라서 여행에도 작업용 노트북과 헤드폰은 늘 챙긴다. 그리고 도시에 어느 정도 적응되면 적당한 카페를 찾아내 작업한다. 일과 놀이와 여행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는 재미난 순간이다. 이번에는 타임스퀘어 모퉁이에 있는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아침을 먹으며 오전 시간 내내 작업을 했다. 한국에서도 길에 밟히는 스타벅스를 뉴욕까지 가서 굳이 왜 가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도시마다 스타벅스는 베이커리도 굿즈도 인테리어도 확 다르다. 매일 가던 우리 집 앞의 스타벅스가 아니다. 낯선 도시에서 그런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즐기는 편이다.

이번에 뉴욕서 들렀던 스타벅스는 도서관처럼 칸막이로 분리된 1인 책상이 많아서 혼자 앉아서 노트북 작업하기 편안한 공간이었다. 아침 메뉴도 우리나라에 없는 팬케이크 재질의 빵에 베이컨과 소시지가 함께 나오는 것을 주문했는데 빵의 퀄리티가 정말 한국과 달랐던건지 들뜬 기분이 이스트처럼 부풀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꽤 괜찮았다. 뉴요커들 사이에 이질감 없이 섞여 있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작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타임스퀘어의 화려한 전광판 위로 J-hope의 신곡 프로모션 영상이 흐르고 있었고 그 장면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아내는 다국적 관광객들을 마주쳤는데 왠지 나까지 어깨가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평범하지만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다.

몇 년 전 여행에서 이미 유명 관광지는 돌아봐서 딱히 더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이런 방식의 여행을 좋아한다. 현지인들과 로컬 식당에서 아침 먹고 낯선 거리와 공원을 산책하고 그러다 다리가 아프면 우연히 발견한 동네 카페에서 몇 시간이고 멍때리다 작업할 거 있으면 조금 하고 사람들 구경하며 앉아있는 것 자체가 나에겐 여행이다. 공원도 많고 카페도 많고 예쁜 거리도 많은 뉴욕은 내가 좋아하는 형태의 여행을 즐기기에 제격인 곳이다. 그래서 코로나 이후 첫 여행은 뉴욕이어야만 했다.

뉴욕 대학에서 어학연수를 하며 뉴요커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다. ‘이곳에 아담한 집을 사서 서울과 뉴욕을 편하게 오가며 지내면 참 좋겠다’라는 작지만 큰 꿈을 꾸고 있다. 케이팝이 그때도 여전히 흥행 중이라면 여기서 케이팝 강의를 해도 멋질 것이다. 이번 여행에는 그 계획의 확인 겸 답사도 포함돼 있었다. 그래서 평범한 뉴요커들이 생활하고 있는 동네 위주로 구경하며 집값 시세도 들여다보며 더 현지인처럼 지내다 왔다. 다음에 뉴욕에 올 땐 여행이 아니라 이사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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