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조명탄_이지환 정형외과 전문의] 창의적 산물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입력 2023. 03. 20   16:07
업데이트 2023. 03. 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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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환 정형외과 전문의·작가
이지환 정형외과 전문의·작가


창의적 산물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두 단계가 필요하다. 첫발은 눈부신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이며, 다음은 그 아이디어를 유산시키지 않고 소중히 키워가는 과정이다.

처음을 들여다본다. 아름다운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로 만유인력을 상상했고 아르키메데스는 넘치는 욕조를 보며 유레카를 외쳤다. 사소한 순간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아이디어는 주변만 잘 관찰해도 탄생할까?

그럴 리 없다. 잘 익은 사과는 애초에 떨어지고 물이 가득한 욕조는 응당 넘친다. 선제 조건이 있다. 뉴턴은 매일 행성 움직임을 생각했고, 아르키메데스는 종일 어떻게 왕관의 순도를 측정할까 고민했다. 깊은 고민이 선행했기에, 뉴턴과 아르키메데스는 ‘사소한 사건에서 조차’ 위대한 이론을 떠올렸다.

천재는 혼자만의 사고로 아이디어에 도달했다. 범재나 필부는 찬란한 생각을 틔울 수 없을까? 창의성은 누구나 원하는 능력이다 보니, 많은 연구가 있었고, 다행히도 창의적 아이디어에 도달하는 효과적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첫 창의성의 비밀은 연결이다. 여럿이 모여 잡담하면 아이디어가 발아한다. 증기기관 아이디어는 1650년대 영국 커피숍에서 무작위로 떠들며 시작됐고, 1800년대 말 파리 주점에서 후기 인상파가 격동했다. 다양한 스타트업이 교차하는 공유 오피스에서는 늘 또 다른 혁신적 기업이 탄생하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강조하는 구글은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애버렸다.

연결이 발화시킨 에너지는 물리와 생물에서도 재차 검증됐다. 수소 결합과 같은 약한 연결부터 항공 시스템과 뉴런 같은 복잡계와 세포 협동 이론까지, 새로운 결합은 사랑이 만나는 순간처럼 찬란히 뇌를 밝혀 영감을 탄생시킨다.

황홀한 사랑이 잉태되는 순간은 기적과도 같지만, 이를 훌륭히 피워내는 과정은 뒤뜰에 우물을 파는 행위와 같다. 될지 안 될지 전혀 모른다. 멋진 아이디어라는 첫 순간보다도, 아이디어를 잘 길러내는 두 번째 과정이 곱절은 험난하다.

아인슈타인은 ‘창의성이란 논리의 끝 어디쯤’이라 했다. 창조적 제품을 만들고 기발한 연구를 완성하려면 다른 이를 설득할 정밀한 논리가 필요하다. 끊임없이 다듬고, 반론하고, 조탁한다. 이는 매스껍게 험난해서 종종 ‘이 아이디어가 과연 괜찮은 것이 맞는가?’ 의구심까지 든다.

이 가시밭 과정을 슬기롭게 거치기 위해 고독한 몰입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고찰하고 생각에 침잠하는, 나만의 시간이 요구된다. 정자와 난자처럼, 결합으로 잉태된 아이디어는 혼연(渾然)한 시간이란 태반을 통해 뻗어가는 신경 줄기처럼 피어나듯 연성된다. 아이디어는 몰입으로 성장한다.

몰입은 창의성에 그리 강조되지 않았으나, 지혜로운 선구자들은 습관에 숨겨 늘 몰입을 실천해왔다.

칸트는 강박적인 연주가처럼 매일 홀로 산책했고, 니체 역시 ‘홀로 걸으며 다듬은 사상이 아니라면 전부 쓰레기’라 칭했다.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번, 모든 연결을 끊고 일주일 간 홀로 명상하는 ‘생각 주간 (Thick Week)’을 갖는다.

창의적 산물의 로터리는 환희와 고통이 피처럼 순환한다. 우연한 결합이 만든 찬란한 순간을 꽉 잡고, 높은 언덕과 까마득한 골짜기를 지나도 놓지 않을 몰입이 필요하다. 지난한 통로를 거쳤기에, 온전히 출산된 창의적 소출은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 그러니 이제 결합하고 몰입하고 산책하자. 우리는 사회적 두뇌와 곧게 선 두 발을 가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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