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국제 이슈 돋보기

세계 경제·안보 영역서 ‘중국 주도권’ 해법 제시

입력 2023. 03. 17   16:44
업데이트 2023. 03. 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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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슈 돋보기 - 중국 2023년 양회의 외교안보·군사 분야 주요 내용 및 시사점 

시진핑이 제안한 GDI·GSI 이행 강조
러·우크라 전쟁과 중동 갈등 적극 개입
미 대중국 정책·인태전략 강하게 비판
동시에 안정적 관계 발전 추진도 언급
군 현대화 표방…국방예산 7.2% 증액
대만 무력통일 능력 구비 목표 설정도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연례회의 개회식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연례회의 개회식 모습. 연합뉴스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지난 13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을 끝으로 종료됐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주로 정책 자문 및 건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비해 우리 국회에 해당하는 전인대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정책·예산 등을 심의·의결하기 때문에 전인대를 통해 중국의 정책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인대 14기 1차 회의는 지난해 10월 개최된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의 주요 정책 결정을 국가적 정책으로 이행토록 의결하고, 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어 갈 국가 기구의 주요 지도부를 선임했다. 외교안보·군사 분야를 중심으로 이번 양회에서 드러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중국의 외교안보 정책으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주도권)’가 강조되고 주요 국제 이슈에서 중국의 적극적 중재가 성과를 거뒀다. 리커창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전인대 폐막식 연설은 중국이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GDI)’와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SI)’를 이행해 세계의 평화와 발전, 지역안정을 수호할 것임을 강조했다. GDI와 GSI는 시 주석이 2021년 9월 및 2022년 4월 각각 제안한 것으로서 경제·안보 영역에서 나타나는 세계적 현상과 문제에 대한 중국식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중국 외교 당국은 GSI의 개념 문건을 발표하면서 ‘안보 딜레마’를 깨트릴 수 있는 중국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GSI는 기존에 중국이 주창한 다양한 외교안보 관련 제안의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종합·협력·지속가능한 안보관 견지 △각국의 주권 및 영토 통합 존중 △유엔헌장의 취지와 원칙 준수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 중시 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다소 추상적으로 보이는 개념과 주장의 이면에 실제 중국 외교 당국이 GSI의 협력 방향에 따라 이뤄 낸 성과와 추진 중인 사안이다. 양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0일 베이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중국의 중재하에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양국관계를 개선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중동의 오랜 적대국이었던 양국의 화해와 관계 개선은 중동지역 내 역학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동 영향력이 약화된 공백을 적극 활용해 중동지역에서의 역할과 영향력을 확대했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리창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지난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14기 1차 회의 제3차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리창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지난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14기 1차 회의 제3차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동시에 중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재를 시도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시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화상회담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외교 당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인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발표하고 각국의 주권 존중, 냉전적 사고 폐기, 전쟁 중단, 대화와 협상 시작 등을 제시하면서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할 것임을 천명했다.

시 주석이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최고지도자와 정상회담을 한다면 전쟁 종식 합의를 이끌어 내긴 어려울지라도 교전 중단 및 종전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의 중재하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외교관계 복원 때도 시 주석과 사우디아라비아 및 이란 정상 간 회담이 각각 선행된 바 있다.

둘째,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거세게 비판하는 동시에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을 강조하면서 관련 정부조직도 재편했다. 친강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은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대중국 인식이 중국을 주요 경쟁 상대 및 도전으로 여기는 등 엄중한 오류가 있다면서 미국이 주장하는 경쟁은 실제로는 전방위 억제 및 압박으로서 제로섬 게임인 바 만약 미국이 이러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반드시 충돌과 대결로 귀결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 나갔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자유와 개방을 표방하고, 지역안보를 수호하며, 번영을 촉진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각종 배타적 소그룹을 형성하고 대결을 조장해 ‘아시아·태평양판 나토’를 획책하며 디커플링(탈동조화)을 통해 지역통합 과정을 깨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으로, 미·중 관계 제1의 레드라인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중국은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공영의 원칙에 따라 미·중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할 것임도 언급했다.

리창 신임 국무원 총리 역시 전인대 폐막 후 연 첫 기자회견에서 미·중 간 디커플링을 언급하면서 지난해 미·중 간 무역액이 7600억 달러의 사상 최고액을 달성할 정도로 양국 경제는 긴밀히 연계돼 있다고 강조하는 등 미·중 간 협력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및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대중국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을 강조하면서 과학기술부를 재편하고, 국가데이터국을 신설하는 등 국무원 기구개혁도 단행했다.

셋째, 국방부장을 선임하고, 중국군 현대화 건설을 강조했으며, 전년 대비 7.2% 증액된 국방예산을 책정했다. 지난해 20차 당대회에서 선임된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부주석 및 위원들이 이번 전인대 회의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부주석 및 위원을 겸직하도록 선임됐다. 특히 리상푸 신임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던 인물로, 향후 미·중 국방 당국 간 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또한 시 주석의 폐막식 연설에서는 중국군의 현대화 건설 추진이 강조됐다. 리커창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에서도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 능력 구비를 의미하는 ‘건군 100주년 분투목표’ 실현이 언급됐다.

한편 올해 중국의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7.2% 증액된 1조5537억 위안(약 2248억 달러·한화 약 293조 원)으로 책정됐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 수요와 국민경제 발전 수준에 근거해 국방예산을 책정했다며 증액된 국방지출은 주로 △훈련 및 전쟁 준비 △통합된 국가전략체계 및 능력 제고 △현대화된 군수지원 건설 △국방과학기술 및 무기장비의 중요 프로젝트 등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 증액폭이 전년의 증액폭 7.1%에 비해 0.1%포인트 늘어난 만큼 크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전년도 경제성장률이 3.0%에 그치고,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역시 5.0% 안팎으로 설정된 것을 고려할 때 중국군 현대화 건설은 경제상황에 구속받기보다는 기존의 로드맵에 따라 지속 추진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이번 양회를 통해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고, 새로운 국가지도부 구성을 완료함으로써 이제 본격적으로 외교안보·군사 정책을 이행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중국의 정책 방향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의 국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대중국 정책 방향을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 및 대응을 위해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심화 속에 우리의 안보·군사·경제 이익을 수호할 수 있는 방안 △한·중 간 이견 및 갈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 등이다.

출발점은 역시 소통일 것이다. 새로 선임된 한·중 외교안보·국방 당국 간 소통과 함께 국내 관련 부처 담당자 및 전문가 간 소통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영학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이영학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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