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조명탄_박재희 원장] 공포 바이러스와 독립(獨立)

입력 2023. 03. 15   16:37
업데이트 2023. 03. 1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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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두려움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두려움의 본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일종의 공포 바이러스다. 불안, 공포, 두려움이라고 부르는 바이러스는 인간의 삶을 숙주로 하여 살고 있다. 인간이 죽음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두려움 바이러스가 만들어내는 자기방어적 암시다. 죽음을 두려워하게 만들어 삶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해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숙주를 보호하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 전반에는 두꺼운 책의 간지(間紙)나 음악회의 인터미션처럼 공포바이러스가 개재(介在)해 있다.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지각해 늦을 것이라는 작은 두려움에 이르기까지 공포와 두려움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특히 확정할 수 없는 미래의 위기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의 바이러스는 현재를 잡아먹고 미래까지 장악해 인간의 삶을 마구 파헤친다. 연일 계속되는 미디어의 경기 침체와 물가 폭등 보도는 공포 바이러스가 먹고 사는 자양분이다. 아직 직접 체감하지 않은 위기를 미리 당겨서 그들의 먹이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지금 있는 조직에서 나갔을 때 예상되는 불확실성, 일이 기대한 대로 되지 않을 것이란 불안, 나이 들어서 벌어질 경제적 불안정, 좋아하는 사람이 떠날 것이라는 초조함은 아직 벌어지지 않은 위기지만 공포 바이러스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들이다. 이런 바이러스에 대해 면역력을 키우고, 내 몸에서 완전히 몰아내는 것을 공포로부터의 독립(獨立)이라고 한다. 독립은 타자가 나를 더 이상 지배하지 않고, 나의 삶에 끼어들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나의 독립은 자기 해방을 전제로 한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허위로 부터 자유를 얻는 것이다. 해방은 세상을 참되게 이해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옳고 그른 것을 가릴 줄 알고, 진실과 거짓을 분명하게 구별할 줄 알아야 비로소 불안과 두려움을 내 몸에서 쫓아내는 해방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공포 바이러스로부터 완전한 면역을 이루고 완전하게 해방된 상태를 『주역(周易)』에서는 ‘독립불구(獨立不懼)’라고 한다. 홀로(獨) 우뚝 서서(立) 두려움(懼)에서 벗어났다(不)는 의미다. 나라의 독립도 있지만 개인의 독립도 있다. 개인의 독립은 그 어떤 미래 상황에도 두려움 없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 세상에 누구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고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겠다(遯世無悶·둔세무민).’ 왜냐하면 나는 두려움의 공포로부터 완전히 해방돼 독립한 개체이기 때문이다.

『주역』의 대과(大過) 괘는 큰(大) 위기(過)가 닥쳤다는 뜻이다. 기둥(棟·동)이 흔들리고(橈·요) 대들보가 휘청거리는 위기의 상황이다. 사람들은 위기의 실제보다 위기가 주는 불안에 더욱 공포를 느낀다. 걱정이 태산이고 잠도 좀처럼 오지 않는다. 이런 불안이 집단으로 번질 때가 바야흐로 공포 바이러스들이 파티를 시작하는 때다.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느끼지도 못하는 일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인생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답은 하나다. 정면 돌파, 주역에서 정면 돌파를 ‘왕(往)’이라고 한다. 그러면 결국 마음은 평온을 되찾고(利), 결과는 형통(亨)해진다. 위기(過) → 돌파(往) → 평온(利) → 독립(亨)의 과정이 ‘독립불구(獨立不懼)’의 해방 과정이다.

코로나19 위기에 공포바이러스들은 춤을 추었지만 우리는 마침내 이겨냈다. 경제 위기가 우리의 어깨를 움츠리게 해도, 고립의 불안이 우리의 걱정으로 동요해도, 우리는 여전히 공포 바이러스와 싸워 이길 것이고, 독립해 우뚝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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