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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광장_김형섭 중령] 고마워!

입력 2023. 03. 08   15:53
업데이트 2023. 03. 0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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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섭 육군21사단 금성대대 중령
김형섭 육군21사단 금성대대 중령


혹한기 전술훈련은 많은 장병들, 특히 용사들이 힘들어하는 훈련이다. 일·이등병에겐 더욱 그렇다.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이 사회인일 때 주변 예비역 선배들에게 가장 흔히 들은 훈련 이야기가 혹한기 전술훈련이자 이와 관련된 무용담이다. 그만큼 경험 없는 용사들이 들어온 혹한기훈련은 그 긴장감과 걱정스러움이 대단했을 것이다. 

내가 이들의 심정을 살핀 이유는 단순히 병력관리 차원이 아니었다. 나 자신도, 대대장이라는 직책으로서 혹한기훈련(이하 혹한기)에 임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길고 길었던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근 몇 년 만에 제약 없이 실시되는 훈련인 만큼 A에서부터 Z까지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했고 필연적인 부담감도 있었다.

때문에, 훈련준비 간 (훈련에 임하는)장병들의 정신적 태세를 강조했다. 이유는 혹한기의 목표가 인간을 위축시키는 ‘추위’에 맞서 편제 장비를 숙달하고 활용하는 유형전력 확립도 있겠지만, 극한의 환경을 견뎌내는 무형전력과 정신적 태세를 갖추는 목표도 있기 때문이다. 혹한기가 매년·매번 실시되는 ‘연례적 행사’라고 인식하는 매너리즘을 탈피시키기 위한 시도이기도 했다.

정신적 태세 확립에 발맞춰 전우에 대한 고마움도 강조했다. 훈련의 근간은 사람이다. 추위는 사람을 예민하고 위축되게 만든다. 이럴 때 전우가 보여주는 단순한 행동 하나에도 지대한 영향력이 있다. 그렇기에 전우에 대한 불만보다는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 결과, 훈련준비가 거듭될수록 대대원들은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혹한기 경험이 없는 용사들의 적극적이고 서로를 위하는 것을 보며 나의 뜻과 생각에 따라준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또한, 그런 부하를 보며 나 자신도 대대장으로서 맞이하는 첫 훈련에 용기와 자신감이 더욱 넘치게 됐다.

마침내 훈련은 시작됐다. 대대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주어진 훈련 과업을 해결했다. 장병들은 철야와 숙영으로 피로가 쌓였음에도 열외의식 없이 훈련에 임했고 다행히 큰 사고와 부상 없이 안전하게 훈련을 마쳤다. 물론, 훈련 간 시행착오와 미흡한 부분도 식별됐지만, 혹한이라는 도전에 맞서 승리한 장병들의 눈은 자신감으로 빛났다. 낯선 상황과 혹한 속에서 실시된 훈련은 적어도 우리에게 견디고 이길 수 있는 정신을 갖추게 만들었다.

이번 훈련을 통해 느낀 고마움의 원천은 전우에게 있었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군인은 전우가 있기에 존재한다. 때문에 이 고마움도 전우가 있는 한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금성대대! 모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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