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견장일기

[견장일기_서인성 대위] 혹한기 훈련서 맞이한 결전

입력 2023. 02. 09   16:11
업데이트 2023. 02. 0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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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성 대위. 육군특수전사령부 독수리부대
서인성 대위. 육군특수전사령부 독수리부대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겨울, 우리 부대는 오직 싸우는 것에만 전념한 가운데 혹한기 훈련을 했다.

이번 훈련은 강원도에 위치한 KCTC 과학화 훈련장에서 기계화 보병부대와 연계함으로써 정형화된 방식이 아니라 실전적으로 진행됐다. 우리는 뜨거운 호흡과 땀으로 얼어 붙은 설한을 녹이며 치열하게 훈련했다.

우리 팀은 “적 기계화보병대대 지휘소를 타격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전장정보분석을 바탕으로 적 기계화보병대대의 집결이 예상되는 지점으로 이동해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적은 우리가 예상한 지점에 집결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임무수행을 위한 분석부터 계획수립, 시행준비까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 순간 나는 멀리서 들려오는 수십대의 적 장갑차의 궤도 소리가 전해주는 중압감 속에서 ‘과연, 우리 팀이 작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 팀은 망설임 없이 ‘원팀 정신’을 바탕으로 ‘전투현장에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실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한 모든 역량을 결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우리는 적 기계화보병대대의 지휘소 위치와 경계 요소들을 식별해 낼 수 있었다. 이에 현장에서 작전계획을 재수립하고 시행함으로써 이번 혹한기 훈련 간 우리 팀에게 부여된 임무 ‘적 기계화보병대대 지휘소를 타격하라’는 결정적인 작전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번 혹한기 훈련은 나와 우리 팀에게 결전태세 확립을 위해 “싸우는 것에만 전념하겠다”라는 각오를 각인시켜 주었다.

KCTC 과학화 훈련장이 위치한 강원도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10~20㎝ 이상 눈이 내렸고, 쌓인 눈 아래 숨은 빙판 그리고 살을 에는 추위 등 작전수행을 제한하는 걸림돌들이 항시 도사리고 있었다.

이런 전투현장에서 나는 나와 우리 팀의 현주소를 보다 더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진단함은 물론, 전투현장에서 전술적 행동을 위해 팀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전투장비들의 기능발휘 여부를 비롯해 전투준비 전반에 걸친 계획과 제한사항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만 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하는 혹한기 훈련이지만 이번 KCTC 과학화 훈련장에서 진행된 혹한기 훈련은 정말로 달랐다. 만약, 나와 우리 팀이 타성과 관행을 과감하게 떨쳐 버리지 않았다면 이번 혹한기 훈련은 실패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앞에 있는 실체적인 적과 변화무쌍한 자연은 우리의 뜻대로 기다려 주지도, 움직여 주지도 않는다. 결전(決戰). 바로 ‘승부를 결정짓는 싸움’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적 위협에 대비해 오롯이 ‘싸우는 것에만 전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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