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우명소 시즌2

[우명소 시즌2] 육군102기갑여단 풍호대대 배영조 병장

입력 2023. 01. 25   17:13
업데이트 2023. 08. 0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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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 의사면허 취득 “참전용사 돕고 싶어”

우리 부대 명품 전우를 소개합니다-시즌2

육군102기갑여단 풍호대대 배영조 병장

 

일반병 입영 후 기흉 발견돼 퇴소

수술 마치고 ‘의무병 지원’ 재입영

자기 계발 놓지 않는 전우 보고 자극

도서관·북카페 찾아 ‘주경야독’

 

‘울지마 톤즈’ 이태석 신부가 롤모델

군에 도움 주는 의사 되는 게 목표

“인공 팔다리 및 치료법 연구해

신체 불편한 참전용사 돕고파”

 

군 복무 중 의사면허 시험에 합격한 육군102기갑여단 풍호대대 배영조 병장이 북카페에서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대 제공
군 복무 중 의사면허 시험에 합격한 육군102기갑여단 풍호대대 배영조 병장이 북카페에서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대 제공

 

영화 ‘울지마 톤즈’로 유명한 고(故) 이태석 신부는 남수단 톤즈에서 의료봉사에 헌신한 의사로도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당시 진료를 돕던 남수단 어린이가 한국에서 의사의 꿈을 이루는 등 지금도 그의 유산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군에도 의무복무 중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제2의 이태석’을 향해 달려가는 장병이 있다. “참전용사를 위해 공부한 지식과 능력을 쓰고 싶다”는 육군102기갑여단 풍호대대 의무병 배영조 병장이 주인공이다. 글=배지열 기자/사진=장호연 중사

 

시험도, 입대도 한 차례씩 ‘쓴맛’

 

“그때는 고민으로 가득했죠.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면서 기다렸습니다.”

배영조 병장의 2021년은 암울함 그 자체였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을 앞두고 응시한 의사면허 시험에서 낙방의 쓴맛을 봤다. 그동안 미뤄왔던 군 복무를 위해 3월 일반병으로 육군훈련소에 입영했지만, 엑스레이 검사 결과 공기가슴증(기흉) 증상이 발견됐다. 공기가슴증은 폐에 생긴 구멍으로 공기가 새면서 늑막강 안에 공기가 차는 질환이다. 새는 공기의 양이 증가할수록 폐가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배 병장은 훈련소를 퇴소하고 수술까지 받았다.

실망했지만, 좌절하지는 않았다. 의사라는 어릴 적 꿈을 현실로 만들고, 당당하게 군 생활도 해내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아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놀다가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에 이마를 부딪쳐 20바늘을 꿰맸습니다. 처음 간 응급실에서 의사 선생님들이 잘 치료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줘 동경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때 나도 저런 의사가 되겠다며 진로를 정했습니다.”

수술을 받은 그는 빠른 회복을 위해 매일 건강·체력 관리에 힘썼고, 그해 8월 육군훈련소에 재입영했다. 이번에는 특기를 살려 전우에게 도움을 주고, 공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의무병에 지원했다.

 

육군102기갑여단 풍호대대 배영조 병장이 부대 북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다. 부대 제공
육군102기갑여단 풍호대대 배영조 병장이 부대 북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다. 부대 제공

 

군 복무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

 

자대에 배치된 첫날만 해도 전역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던 배 병장.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느낀 부대의 분위기에서 희망을 품게 됐다. “선임 의무병뿐만 아니라 많은 장병이 자격증과 시험 준비 등 자기 계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일과 시간 중 본인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개인 정비 시간을 활용해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전우들을 보면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저 혼자였으면 꺼려졌을 텐데, 함께하는 분위기라 저도 진지하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배 병장의 ‘주경야독’은 일상이 됐다. 연등 시간을 활용해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주말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온종일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공간이 생각을 지배한다’라는 말처럼 잘 조성된 도서관·북카페·사이버지식정보방도 배 병장의 주경야독에 큰 도움이 됐다.

배 병장은 각고의 노력으로 지난해 1월 의사국가고시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이어지는 실기시험의 난관에서 그를 돕기 위해 나선 건 조은재(중위) 군의관. 그는 모의 환자를 자처하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실기시험에서는 모의 환자의 예상되는 질환을 적절하게 추론하고, 상처를 치료하는 ‘드레싱’과 주사 놓기 등 실제 치료 과정을 시연해야 한다.

배 병장 자신도 다쳐서 찾아오는 전우들과 대화할 때 공감의 뜻을 전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법을 고민했다. 부대 장병들도 배 병장의 사연과 열정을 이해하고, 적극적인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성현(중령) 대대장님, 정유한(대위) 중대장님, 김영섭(원사) 급양관리관님, 김준호(상사) 의무부사관님 등 정말 많은 분이 격려·응원해주셔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자신의 노력과 주변의 도움이 더해진 결과 그는 지난해 11월 25일 최종 의사면허 시험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육군102기갑여단 풍호대대 배영조(왼쪽) 병장이 의무실을 찾아온 장병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 부대 제공
육군102기갑여단 풍호대대 배영조(왼쪽) 병장이 의무실을 찾아온 장병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 부대 제공

 

참전용사 위해 신경외과 전공 희망

 

배 병장은 존경하는 의료인을 묻는 말에 1초의 고민도 없이 ‘이태석 신부’를 꼽았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진심으로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모습이 감명 깊었습니다. 저도 제가 가지고 배운 걸 나눌 계획입니다.”

군 복무 중 여러 도움을 받아 의사 면허를 획득한 만큼 군에 도움이 되겠다는 의지도 분명하다. 배 병장은 “전역하고도 제 주변과 사회 전반에서 군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게 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살아가면서 군에 도움을 주는 의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배 병장은 고민 끝에 참전용사들을 위한 헌신을 목표로 설정했다. “군 생활에서 느낀 건데,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참전용사들을 위한 지원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신체 일부가 절단됐거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인공 팔다리 및 치료법을 연구하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예전부터 뇌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신경외과에서 관련 공부를 이어 나가려 합니다.”

배 병장은 군 생활을 경력과 공부의 단절로 여기는 장병들에게 조언을 전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군 생활 중에도 많은 걸 이룰 수 있습니다. 저는 모든 일에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목표를 정하고 꾸준하게 한다면 뭐든 이룰 수 있다는 걸 시험을 준비하면서 확인했습니다. 군 생활 중에 쌓은 모든 경험이 나중에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겁니다. 모두의 행운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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