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국방 M&S의 세계

AI 기반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시험대 역할’

입력 2022. 12. 02   15:33
업데이트 2022. 12. 0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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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M&S의 세계 - 4. 컴퓨터생성부대(CGF)<끝>
스스로 상황 인식하고 판단해 행동
관련 개념 올바르게 설정됐는지 확인
전력화 필요한 요구사항 상세히 식별
문제 예상 선제 대응 평가 신뢰성 높여

 


우리가 예상하는 미래 전장의 모습은 수많은 공상과학(SF) 영화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을 닮은 로봇이 총을 들고 사람들과 전투하는 장면, 크고 작은 무인전투기가 빠른 속도로 상대 전투기를 격추하는 장면, 바닷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무인잠수정이 갑자기 나타나서 적의 거대한 군함을 공격하는 장면 등.

단지 우리 머릿속 상상에서만 존재할 것 같던 모습은 이미 군사용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는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 현재 우리 군이 운용하고 있는 ‘지상무기효과분석모델(AWAM)’이나 ‘OneSAF’ 등의 분석용 국방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M&S) 체계에서는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가 적과 전투를 수행하는 모습을 시뮬레이션하고 이들의 전투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반자동화부대(Semi-Automated Forces·SAF)라는 이름이 의미하듯 OneSAF에서는 규칙화된 교리에 따라 스스로(인간의 개입을 허용하므로 ‘반’이라는 접두어가 붙음) 판단하고 행동하는 전투체계가 구현돼 있다. 이처럼 시뮬레이션에서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해 행동하는 전투체계를 우리는 컴퓨터생성부대(Computer Generated Forces·이하 CGF)라고 부른다.

초기의 CGF는 마치 컴퓨터 게임에서 등장하는 적과 같은 형태였다. 우리가 조종하는 전투기를 향해 쉴 새 없이 덤벼들던 전투기처럼 컴퓨터의 조종으로 움직이지만, 항상 같은 패턴을 반복할 따름이어서 게임을 몇 번 하고 나면 금방 어떻게 동작할지 파악돼 쉽게 파괴되곤 했다. 1990년대에 만들어진 훈련용 시뮬레이터에 등장한 CGF도 컴퓨터 게임 속의 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등장하는 환경과 조건만 달라졌을 뿐 훈련자에게는 여전히 쉬운 상대였다.

또한, 2000년 이후에 만들어진 CGF 역시 과거보다 복잡해지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긴 했지만, 끊임없이 생각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인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단순한 측면이 강해 인간을 상대하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심지어 가끔 예상치 못한 오동작을 일으키기도 했다(그래서 인간의 개입이 필요했음). 그 이유는 현재 운용 중인 대부분의 CGF가 10여 년 전에 규칙기반(rule based) 방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규칙기반은 오로지 정해진 조건과 규칙에 따라서만 대응하는 방식이므로 CGF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규칙도 오래돼 지금과 비교하면 허술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이하 AI) 기술의 발달로 체스나 바둑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AI가 등장함에 따라 CGF 기술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2020년 8월, 미국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관한 ‘알파도그파이트(AlphaDogfight)’ 시험에서 AI 조종사가 인간 F-16 조종사를 이긴 일이 화제가 된 것처럼 이미 제한된 여건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컴퓨터 조종사가 인간을 이기는 상황이 현실이 됐다. 이러한 AI의 혁신적인 발전과 과거부터 지속된 CGF에 대한 꾸준한 소요로 볼 때, CGF는 AI 과학기술 강군을 육성하려는 우리 군이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기술이다.


2020년 8월, 미국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관한 ‘알파도그파이트(AlphaDogfight)’ 시험에서 AI 조종사가 인간 F-16 조종사를 이겨 화제가 됐다.  사진=DARPA
2020년 8월, 미국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관한 ‘알파도그파이트(AlphaDogfight)’ 시험에서 AI 조종사가 인간 F-16 조종사를 이겨 화제가 됐다. 사진=DARPA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가 미래 전장에서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이점을 가져오며,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test bed)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AI로 인해 한층 강력해진 CGF는 우리 군에서 AI의 효용성을 더욱 빠르게 향상시킬 것이다. 현재 국방과학기술이 무인체계에 탑재할 수 있는 AI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AI와 일체화된 CGF를 만들려는 노력도 활발해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산·학·연 각계에서 다양한 연구성과와 관련 기술이 탑재된 제품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과거 ‘자율지능형 가상군’이라는 이름으로 초기 CGF 연구를 수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규칙기반 대신 AI를 장착한 CGF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관점에서, AI 기반 CGF가 우리 군에 활용될 때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까? 첫째,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와 관련된 개념이 올바르게 설정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미군이 야심 차게 추진하던 미래전투체계(Future Combat System·이하 FCS) 개발사업이 좌초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관련 개념과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커서 도저히 그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었다.

이에 비춰볼 때 개념이 적절하게 수립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하며, CGF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의 여러 개념을 가시화한다. 이 모습을 통해 우리 군은 개념이 적절하게 수립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전력화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상세히 식별할 수 있다. 미래 전력은 모호한 미래 상황만큼이나 적정 수준의 요구사항을 정하기가 어렵다. 앞서 살펴본 미 FCS 사례처럼 자칫 소요기술이 뒷받침하지 못할 정도로 요구사항이 과도하거나 오랜 개발로 인해 전력화가 완료된 시점에 요구사항이 미흡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래 전장 환경에서 CGF로 된 무인체계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요구사항을 다듬어야 한다.

셋째,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의 전투 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는 현재 우리 군이 국방혁신 4.0의 성공을 위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대상으로, 만약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오랜 기간 우리 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의 효과를 평가하는 것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CGF는 이러한 평가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이다.

기술발전 속도만큼 미래가 현실로 다가오는 속도도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다. 우리 군은 미래를 선점하려는 군사선진국과 다방면에서의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강국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우리 군이 불리한 상황도 아니다. 이미 우리의 국방력과 국산 무기체계는 세계에서 높게 인정받고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기술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때 CGF는 우리 군이 세계와 경쟁하는 데 유용한 무기가 될 것이다.



필자 유승근 한국국방연구원 국방모의연구실장은 고려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미래전 M&S, 특수전 모의분석, 교전급 M&S 체계 개발·운용 등의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필자 유승근 한국국방연구원 국방모의연구실장은 고려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미래전 M&S, 특수전 모의분석, 교전급 M&S 체계 개발·운용 등의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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