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육군항공사령부 의무후송항공대 구조훈련 현장을 가다

배지열

입력 2022. 11. 30   17:09
업데이트 2022. 11. 3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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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든 낮이든… 발길 끊긴 숲이든…

응급환자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호이스트 조작사·군의관 등 5명 한 팀
기본·야지훈련 주 1~2회씩 실시
국방일보 기자 환자 역으로 동참
대기 시간에 현장 필요 기술 연구도

 

의무후송항공대 장병이 훈련 상황에 맞춰 의무 장비를 챙기는 모습.
의무후송항공대 장병이 훈련 상황에 맞춰 의무 장비를 챙기는 모습.
지상 구조 임무를 맡은 구조사가 호이스트 장비를 이용해 하강하고 있다.
지상 구조 임무를 맡은 구조사가 호이스트 장비를 이용해 하강하고 있다.
환자 역할을 맡은 기자에게 구조사가 항공구조용 조끼를 입히고 있다.
환자 역할을 맡은 기자에게 구조사가 항공구조용 조끼를 입히고 있다.
육군항공사령부 의무후송항공대 활주로에서 부대원들이 훈련을 진행하기 위해 헬기로 걸어가고 있다.
육군항공사령부 의무후송항공대 활주로에서 부대원들이 훈련을 진행하기 위해 헬기로 걸어가고 있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 여명(黎明)도 비추지 않는 새벽이든,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 속이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각종 교육훈련과 작전을 수행하는 장병들은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그러나 장병들에게는 든든한 구원자가 있다. 24시간 출동대기태세를 유지하면서 하늘길을 누비는 육군항공사령부 의무후송항공대가 주인공이다. 지난 29일 전개된 이들의 구조훈련에 환자 역할로 함께했다. 그들의 애환과 임무를 대하는 투철한 사명감에 절로 고개가 숙어졌다. 글=배지열/사진=백승윤 기자


최악의 기상 조건에도 실전처럼 출동


전날 내린 비로 운무가 가득한 경기도 용인의 의무후송항공대 본대. 해가 떠오르고 조금씩 구름이 걷히면서 하늘이 맑아졌다. 깨끗해진 하늘을 배경 삼아 늠름한 발걸음으로 의무후송전용헬기(KUH-1M)로 향하는 이들은 호이스트(외부 장착형 환자 인양 장치) 환자 구조훈련을 진행할 부대원들이다. 조종사 2명과 호이스트를 운용하는 조작사 1명, 지상 구조 임무를 맡는 구조사 1명, 헬기에서 응급조치를 하는 군의관 1명 등 총 5명이 한 팀이다.

2015년 창설된 의무후송항공대는 지금까지 658건 688명의 환자를 성공적으로 후송했다. 약 80%에 가까운 536건이 전방지역이었고, 비행금지선(NFL) 이북에서도 약 90건의 임무를 수행했다. 국무총리 훈령인 ‘범부처 응급의료헬기 공동운영 규정’에 따라 민간인 후송 실적도 5건(5명)을 기록했다.

이 정도 성과라면 웬만한 상황에는 당황하지 않을 법한 베테랑들이지만,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용인기지 활주로에서 기본훈련을, 용인의 갈미봉 일대에서 야지 훈련을 각각 주 1~2회 시행한다. 온종일 대기태세를 유지하고, 명령 접수 시 곧바로 출동해야 하는 만큼 실전에 가까운 숙달 훈련은 필수다.

이날은 날씨마저 부대원들에게 숙제를 던졌다. 강태화(중령) 의무후송항공대장은 브리핑에서 “전날 비가 내린 이후에 풍속이 평소보다 빨라졌다”며 “헬기가 바로 진입하지 못하고, 몇 차례 선회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상황에서도 이런 악기상은 언제든 만날 수 있기에 부대원들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직접 경험 후 신속·정확·안정감에 감탄

기자는 이날 환자 역할로 훈련에 동참했다. 산악 뜀걸음 도중 낙상사고로 오른쪽 발목이 골절되고, 목과 허리에 통증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헬기와 접선하는 공터로 이동해 응급조치를 받고, 호이스트를 타고 헬기에 탑승하면 된다.

헬리패드에 앉아 멀리서 날아오는 헬기를 보자 가슴이 뭉클해졌다. 실제 다치진 않았지만, 구조를 기다리는 환자 입장에서, 말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아줄처럼 반가워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들었다.

헬기에서 멋지게 하강한 구조사는 상태를 확인하더니 다친 발목에 부목을 대고, 붕대와 테이프로 고정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는 이어 항공구조용 조끼(ARV·Air Rescue Vest)를 입혔다. ARV는 경증 환자나 조난자를 인양하기 위한, 조끼처럼 입으면 온몸을 감싸는 형태다. 중간에 있는 버클과 헬기에 설치된 호이스트에서 내려온 갈고리를 연결하자 끌어올릴 준비가 완료됐다. 상태가 심각한 환자는 항공구조용 들것에 누운 상태에서 호이스트 작업을 하기도 한다.

순식간에 몸이 하늘로 들리는 느낌에 놀란 것도 잠시, 사방의 수풀이 점점 조그맣게 보이면서 등골이 서늘해졌다. 두려움은 헬기와 가까워질수록 커졌다. 헬기 로터의 하강기류와 거세게 부는 바람 때문에 줄에 매달린 몸이 크게 진동했다. 자칫 잘못하면 헬기와 부딪쳐 2차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환자를 안은 구조사가 중심을 잡고, 호이스트를 운용하는 조작사까지 흔들림을 막기 위해 나섰다. 구조사가 계속 붙어 있으면서 안심시켜준 덕에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하나, 둘, 셋!” 두 사람이 ARV를 잡고 앞뒤로 흔들다가 강하게 끌어당기면서 헬기 내부로 무사히 안착했다. 엉덩이와 발이 지탱할 수 있는 바닥을 만나자 한결 안심됐다. 헬기 한편에 있는 들것에 누워 목 보호대까지 착용하고, 병원으로 후송되는 것으로 훈련이 마무리됐다.


24시간 대기에 가족과 만나기 힘들어

의무후송항공대원들은 용인에 있는 본대뿐만 아니라 포천·양구 기지에서도 파견 근무를 한다. 총 9개 팀이 거점별로 3개씩, 3일-4일-3일 순서로 돌아가면서 상황에 대비한다. 중간마다 휴식일이 하루 이틀 정도 있지만, 그때도 출동 준비와 교육 등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눈 깜짝할 새 시간이 흐른다.

연이은 근무로 부대원들은 본의 아니게 가족과 생이별한다. 대부분이 한 달 기준으로 절반인 20일 정도만 귀가하기 때문이다. 박광원 상사는 “내가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굉장히 반겨준다”며 “평소에 집에 잘 못 들어가서 그런 것 같다”고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높은 긴장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근무환경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법하지만, 오히려 전문 기술을 공부하거나 체력 단련 등 자기 관리에 힘쓰면서 심신을 다잡는다.

박명근(상사) 구조사는 “대기 시간에 외상소생술 등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공부하고 연구한다”며 “한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마음이기 때문에 저희에게 믿음을 보내주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각종 난관에도 이들을 버티게 하는 건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환자를 향한 책임감이다. 김승욱(소령) 조종사는 “임무가 위험하고, 대기 근무가 많다는 점은 분명 힘들다. 하지만 귀중한 생명을 구한다는 건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보람”이라며 “작전에 성공했을 때 밀려오는 뿌듯함을 팀원들과 나누면서 힘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배지열 기자 < qowlduf >
백승윤 기자 < sose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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