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육군22보병사단 ‘장병 사기진작 프로젝트’

배지열

입력 2022. 11. 24   16:55
업데이트 2022. 11. 2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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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전우와 함께 즐거움 더하고 스트레스 빼고

가족 부대 개방행사
병영문화 이해도 높여
“아들 생활하는 곳
직접 확인하니 안심”
장병 가족과 간부 만남
부대 급식 체험도
 
뷔페식 제공 ‘스페셜데이’
GOP 근무 마친 장병 응원
갈비찜부터 후식까지
간부들 직접 나서 준비
공연·가족 영상편지도

 

육군22보병사단 쌍호여단에서 열린 ‘쌍호 우리 아빠·엄마 최고 행사’ 참가를 위해 부대를 방문한 어머니가 아들과 포옹하고 있다.
육군22보병사단 쌍호여단에서 열린 ‘쌍호 우리 아빠·엄마 최고 행사’ 참가를 위해 부대를 방문한 어머니가 아들과 포옹하고 있다.


최근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에는 ‘쉼’과 ‘휴식’이라는 키워드가 적지 않다. 바쁜 현대사회의 흐름 속에 여유를 찾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느끼는 독자가 많다는 방증이다. 군 장병도 마찬가지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적의 도발에 대비해 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전방부대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한 장병들에게 체력과 정신력을 회복할 계기를 마련해 줘야 다시 작전에 투입될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4시간 긴장감이 흐르는 최전방을 지키는 육군22보병사단이 장병들을 격려하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도입한 ‘장병 사기진작 프로젝트’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글=배지열/사진=양동욱 기자

동생에게 소총 파지법을 가르치는 쌍호부대원.
동생에게 소총 파지법을 가르치는 쌍호부대원.

가족들이 장병들의 경례·박수를 받으며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가족들이 장병들의 경례·박수를 받으며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장병과 가족들이 병영식당에서 음식을 담는 모습.
장병과 가족들이 병영식당에서 음식을 담는 모습.


부대 찾은 가족에 활기 찾는 장병


지난 11일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22사단 쌍호여단 연병장으로 차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3년여 만에 재개한 부대 개방행사 ‘쌍호 우리 아빠·엄마 최고 행사’를 찾은 가족들의 행렬이다. 행사는 장병들이 안정적으로 부대에 적응하도록 돕고, 가족들이 달라진 병영문화의 이해도를 높이도록 기획됐다.

가족들은 생활관을 둘러보면서 장병들이 평소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증을 해소했다. 윤성진 일병이 평소 쓰는 방탄헬멧과 조끼를 착용하고 함께 사진을 찍던 어머니 서명주(충남 서천) 씨는 “신병 휴가 이후 몇 달 만에 다시 본 아들이 정말 듬직해져 좋다”며 “아들이 생활하는 곳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안심이 되고, 건강하게 전역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여단 회의실에서는 장병 가족과 담당 간부의 만남이 이뤄졌다. 김범수(중위) 중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들을 20년 동안 잘 키워 주셔서 제가 군 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인터넷 홈페이지나 SNS로 사진을 공유하는 것보다 부모님들이 생활상을 직접 보시는 게 나을 것”이라며 “이번 행사로 폐쇄적일 거라는 군의 이미지를 깨고, 감동·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소형전술차량과 105㎜ 차륜형 자주포 등을 전시한 연병장은 가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차량에 탑승하고, 자주포 위에 올라 장병들의 설명을 듣는 가족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연신 피었다.

조범진 중사와 아내 장민지(강원도 고성) 씨가 쌍둥이를 한 명씩 안고 나타나자 곳곳에서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구애’가 이어졌다. 장씨는 “부대는 처음 와 봤는데 생각보다 시설이 크고 좋다”며 신기한 듯 곳곳을 둘러봤고, 남편 조 중사는 시설과 전우를 소개하기 바빴다. 조 중사는 “가족들에게 직장을 보여 주는 자리를 갖게 돼 뜻깊다”며 “나는 이곳에서 나라를 지키며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지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간단한 환영행사 이후 부대에서 준비한 급식이 ‘화룡점정’을 찍었다. 밖에서도 좀처럼 먹기 힘든 바비큐포크립과 추로스의 등장에 장병·가족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노태진 일병의 아버지 노준화(충북 청주) 씨는 “기본 반찬부터 메인 메뉴까지 조합이 환상적”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행사는 장병들이 1박2일 외박을 받아 가족과 함께 부대를 나서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여단은 계급·계층별로 다양한 사기진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달 전방 감시초소(GP) 임무 완수 후 철수하는 시점에 맞춰 시행하는 ‘완완데이’가 대표적이다. ‘완(Wan)전 작전-완(Wan)전 휴식’의 줄임말로, 장병들이 하루 동안 온전히 휴식을 취하면서 피로를 해소하도록 한다.

부대 운영 비결과 애로사항을 공유·토의하면서 단결활동으로 스트레스를 날리는 ‘태양의 후예’(중대장 대상), ‘테스형의 날’(원사 대상)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만국(대령) 쌍호여단장은 “많은 과업 중에도 장병 사기진작이 늘 1순위”라며 “열악한 근무환경과 수많은 위협요소를 극복하고, 임무를 완수하는 장병들에게 느끼는 고마운 마음을 다양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전 완수 장병에 ‘스페셜데이’


사단 차원의 지원도 눈에 띈다. 일반전초(GOP) 근무를 마친 장병을 응원하는 ‘스페셜데이’가 그것.

스페셜데이를 맞은 장병에게는 육·해·공 메뉴가 모두 갖춰진 뷔페식이 제공된다. 육회·갈비찜 등 장병들이 선호하는 요리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케이크 등 후식까지 포함된 메뉴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장병들은 미소를 띤 채 접시 가득 음식을 받아 들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특히 스페셜데이 식단은 간부들의 손끝에서 탄생해 의미를 더한다. 365일 경계부대 장병의 입맛과 영양을 담당해 온 취사병들도 스페셜데이를 즐기도록 간부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초급간부부터 여단장에 이르기까지 직책과 무관하게 희망자를 모아 재료준비팀·조리팀·정리팀 등 분야별로 팀을 편성한다. 조리를 맡은 이들은 조리법 영상을 시청하고, 리허설을 해 보는 등 완성도 높은 뷔페식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식사 이후에는 사단 군악대 소조밴드가 흥겨운 무대를 선보인다. 긴장감이 맴도는 최전선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음악과 최신 가요는 장병들이 잠시나마 여유로움을 느끼도록 한다. 이어지는 장기자랑에서는 장병들이 전투복 안에 숨겨 왔던 끼를 마음껏 발산한다.

건봉산대대 이동헌 일병은 “처음 GOP 부대에 배치됐을 때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다”며 “전우들과 맛있는 음식도 먹고 무대도 즐기니 ‘혼자’가 아닌 ‘우리’이기에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공연은 ‘몰래 온 영상편지’로 막을 내린다. 그리운 가족이 건네는 따뜻한 인사와 애정 어린 응원에 장병들은 감동·위로로 하루를 마친다. 고황봉대대 홍정민 상병은 “뷔페식부터 영상편지까지 부대원 모두가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고 응원해 준다는 생각에 감동받았다”며 “전역하는 날까지 부여된 임무 완수에 매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방부대에서 큰 호응을 얻은 스페셜데이는 현재 사단 전 부대로 확대됐다. 이를 통해 ‘당신은 사단의 소중한 일원’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자부심과 애대심을 함양하고 있다.

일련의 모든 행사에는 완벽한 경계작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사단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이승오(소장) 사단장은 “스페셜데이는 장병들이 반복되는 작전에서 느낄 수 있는 매너리즘에서 탈피하고, 빈틈없는 임무 수행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맛있는 음식으로 영양을 보충하고, 즐거운 행사로 스트레스를 해소해 ‘완전작전’을 이어가겠다”고 역설했다.



배지열 기자
양동욱 기자 < dwya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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