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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군체육부대 농구팀 허훈 일병

노성수

입력 2022. 09. 29   16:41
업데이트 2022. 09. 2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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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농구선수로서 더 도약하는 계기로…”

군인정신 무장 힘든 줄도 모르고 뛰어
기초군사훈련 통해 체력·정신력 강화
상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
KBL 컵대회·전국체전 우승 1차 목표

 


국군체육부대(상무) 남자농구팀 허훈 일병이 제74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과 우리 군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당찬 각오를 밝혔다. 허 일병은 지난 27일 부대 실내 농구훈련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군에 적응한 과정을 소개하고, 복무 기간을 농구선수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가족이자 농구 선배인 아버지 허재(고양 캐롯 점퍼스 구단주), 형 허웅(전주 KCC 이지스 농구선수)의 변함없는 지지에 감사를 표하면서 병영생활을 통해 보다 성숙한 ‘대한민국 남아’로 거듭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국가대표 선발로 이수하지 못했던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최근 부대로 복귀한 허 일병의 병영생활을 전한다. 글·사진=노성수 기자


웃음기 사라진 농구스타, 군기 가득

“국군체육부대 농구팀 일병 허훈입니다!”

장난기 가득했던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단호하고 우렁찬 말투에는 군기가 깃들어 있다. 입대한 지 넉 달째인 ‘농구 스타’ 허훈은 ‘기합이 바짝 든’ 육군 일병의 모습 그대로였다.

허 일병은 입대 전 코트 위 스타였다. 출중한 기량과 준수한 용모까지 갖춘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팬들은 열광했다.

코트 밖에서는 아버지·형과 함께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 삼부자가 함께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다.

그의 이름 앞에는 늘 ‘허재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지금은 방송인으로 더 친숙하지만, 허재는 1980~1990년대 ‘농구 대통령’으로 불렸을 정도로 한국 농구계의 전설이다. 허 일병은 형과 함께 대를 이어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 왔다.

“제가 어찌 아버지와 경기력을 비교할 수 있겠어요? 아버지는 말 그대로 농구의 전설이잖아요. 지금 아버지 영상을 다시 봐도 ‘어떻게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가 아버지와 비슷한 점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모습 정도 일까요? 하하하.”

인터뷰를 이어가면서 허 일병 특유의 예능감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허 일병은 자신의 경기력에 대해 겸손하게 평가했지만, 아버지 허 구단주는 허 일병이 자신의 대를 이을 재능을 가졌음을 발견하고 농구선수로 성장하기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17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허 구단주는 “큰아들 웅이는 공부를 워낙 잘하고 얌전해서 농구선수의 길을 가지 않길 바랐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훈이는 나를 닮아서 깡도 있고, 재능도 있어서 농구를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힌 바 있다.


4년 만에 만리장성 격파 주역으로

국내 프로 무대에서는 최고의 스타지만, 허 일병이 ‘과연 국제무대에서도 통할까’란 의견이 분분했던 것이 사실이다. 포인트 가드로서 경기운영 능력과 정교한 패스, 정확한 3점 슛 능력까지 갖췄지만, 농구선수로서 다소 작은 신장(180㎝)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허 일병은 탁월한 기량으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지난 7월 이병 계급장을 달자마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2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안컵 중국과의 예선전에 참석해 15점 6어시스트로 활약하며 ‘아시아 강호’ 중국을 4년 만에 꺾는 데 앞장선 것이다.

“국가대표에서 주전 가드로 나선 것은 그 경기가 처음이었어요. 입대 후 머리도 짧게 깎고 군인정신으로 무장해 힘든 줄도 모르고 뛰었습니다. 사실 초반에는 긴장했는데 경기를 할수록 해볼 만했어요. 그래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 있게 경기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군 입대는 농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

허 일병은 군 입대를 농구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상무는 체육관과 체력단련장 등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곳입니다. 훌륭한 기량을 갖춘 전우들과 호흡을 맞춰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과학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해 더욱 강한 선수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형도 군 입대 후 웨이트 트레이닝에 주력하면서 힘이 붙어 기량이 향상됐다는 말을 해 주더군요. 코트 위에서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모습으로 부대에 우승컵을 안기는 것이 목표입니다.”

일단 그는 10월 1일부터 경남 통영에서 개최되는 KBL 컵대회와 곧이어 울산에서 열리는 제103회 전국체육대회를 1차 목표로 삼았다.

내년 9월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계획이다.

“사실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복귀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아 아직 기량이 충분히 회복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육군훈련소에서 군사훈련을 받으며 정신적으로도 강한 선수로 거듭났다고 생각합니다. 일상 속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깨닫게 됐고요. 무엇보다도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수 많은 장병들을 보며 깨달은 점이 많습니다. 컵대회 예선 첫 경기가 열리는 10월 1일은 국군의 날입니다. 군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우리 군을 기념하는 뜻깊은 날에 반드시 승리를 신고하겠습니다. 충성!”





노성수 기자 < nss1234@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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