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공군

[국군의 날 특집 공군] 승리 이끌 ‘더 높고 단단한 성벽’

김해령

입력 2022. 09. 29   16:55
업데이트 2022. 09. 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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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활동 파악·억제·발사점 타격 ‘스마트 미사일 디펜스’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 중심의 킬체인·KAMD 동시 수행
폭 좁은 한반도 지형 고려한 수직·수평적 다층방어체계 설계
AI 탐지 기술 비롯 공격·방어 교전 시나리오 연구도 병행

 

공군미사일사령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발사 모습.  이경원 기자
공군미사일사령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발사 모습. 이경원 기자

적의 기습 공습으로 출격 명령이 떨어지자 지능형스마트전투비행단 KF-21 보라매 전투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전투조종사는 ‘한 명’이지만, 싸우는 건 혼자가 아니다. 유·무인 복합체계가 적용된 저피탐 무인 편대기들이 함께 창공을 가르기 때문이다. 무인 편대기들은 앞서 나가 적 행동을 정찰하고, 전자전 공격으로 적을 기만했다. 또 적 공격을 유인하며 김공군 대위의 KF-21이 안전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대지 공격과 적진 침투 공격도 펼쳤다. 모두 KF-21 안에 있는 김 대위가 무인 편대기들을 조종하는 것이다. 무인 편대기들과 ‘한 몸’이 된 김 대위의 KF-21은 마하 2.5 이상의 속도, 사거리 250㎞ 이상인 ‘강력한 한방’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로 적을 격멸했다. 우리 공군의 미래 전투 모습을 그려본 가상시나리오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무기체계 ‘천궁-Ⅱ’에서 경례하고 있는 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 장병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무기체계 ‘천궁-Ⅱ’에서 경례하고 있는 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 장병들.



우리 공군의 임무는 전시 공중과 우주에서 전쟁 주도권을 장악해 승리로 이끄는 것이다. 평시엔 국가·국민을 향한 적의 미사일 공격을 막고, 전략적 타격 능력을 구비하는 중역(重役)을 맡는다. 최근 계속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속에서 공군에게 완벽한 방공능력이 요구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맞서 우리 군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라는 ‘성벽’을 세웠다. 그러나 적 미사일 발사 능력은 갈수록 진화하고, 성벽을 짓는 데는 막대한 제원과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미사일방어사)는 한정된 자원 내에서 미사일 방어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미사일방어체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스마트 미사일 디펜스’를 제시했다. 위협을 신속히 파악하고, 한반도 지형을 잘 활용하는 등 단순히 무기체계의 양을 늘리는 게 아닌 전략적인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자는 개념이다. 미사일방어사는 더 높고, 더 단단한 성벽을 만들고자 KAMD 발전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특히 국방개혁 4.0에 따른 ‘인공지능(AI) 과학기술 강군’ 도약에 발맞춘 핵심 기술력을 갖추는 데 매진할 방침이다. 지난 27일 미사일방어사가 주최한 ‘2022 우주·미사일 방어 콘퍼런스’에서 공군이 그린 청사진과 미사일 방어 전문가들이 보는 KAMD 발전 방향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미사일, 군사력 격차 극복할 비대칭 전력

북한은 고체연료를 도입하고, 플랫폼을 다변화하는 등 미사일 발사 능력을 높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미사일은 군사력 격차를 극복할 비대칭 전력이자, 자신들의 이익을 이루기 위한 대외정책 수단이기 때문이다.

국방부 미사일우주정책과 임재연 사무관은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아파트를 향하듯, 미사일 공격은 전투라기보다는 테러에 가깝다”며 “KAMD라는 성벽을 세워 적에게는 두려움을, 국민에게는 안정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사일에 사활을 걸었다는 건 다시 말해 우리가 강력한 미사일 방어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사일방어사가 제시한 ‘스마트 미사일 디펜스’는 고도화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능력에 대비하는 전략과 연결된다. 공군은 ‘공중 우세에 기반한 국가 미사일 방어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구현 개념은 이렇다.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중심으로 한국형 3축 체계 중 킬 체인(Kill-Chain)과 KAMD를 동시 수행한다. 감시정찰 자산으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사전 포착해 발사 직전 제거하는 개념의 킬 체인은 북한의 미사일 활동을 제한하고, KAMD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미사일 공격과 방어가 1 대 1로 대응해 왔던 기존 관점에서 탈피하는 전략으로, 동시 통합적인 방어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억제(Deterrence)하자는 뜻이다.

이어 압도적인 항공우주력을 활용해 북한의 미사일 활동(발사 수량, 시간대 등)을 파악해 미사일 운용을 거부(Denial)하도록 만든다. 억제·거부로 감소된 미사일은 원거리·고고도에서 요격(Intercept)하고, 미사일 발사 원점(TEL)을 타격(Strike)해 추가 미사일 공격을 차단한다. 미사일방어사는 이 과정을 ‘2DIS(Deterrence·Denial·Intercept·Strike)’라고 요약했다.

강태인(대령) 미사일방어사 운영계획처장은 “공중 우세에 기반한 국가 미사일 방어전략은 방어 미사일 발사 수량을 절약하고, 시간대를 압축해 효과적인 미사일 방어를 가능케 한다”며 “미사일 위협에 따라 2DIS를 반복하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지속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의 패트리어트. 가운데는 성능이 개선된 PAC-3 발사대.
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의 패트리어트. 가운데는 성능이 개선된 PAC-3 발사대.

2DIS와 ‘스마트 미사일 디펜스’의 개념

‘스마트 미사일 디펜스’는 2DIS 전략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작전개념이다. 강 처장은 총 3가지로 나눠 개념을 설명했다. 먼저 위협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사고의 전환(Quick Response)’이다. 최근 대기권 활공비행 형태 미사일이 등장하면서 기존 수직으로 날아 방어하는 방식이 취약해졌다. 이에 빠르게 사고를 바꿔 수평적 다층방어 개념을 구상하자는 의미다. 수평적 다층방어는 활공형태로 비행하는 미사일을 낮은 고도, 원거리에서 교전해 방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한반도 지형에 맞도록 방어막 ‘각색(Adaptation)’이다. 한반도 지형은 종심이 짧고, 폭이 좁다. 이에 따라 수평적 다층방어체계를 전방에 배치하도록 각색한다면, 넓은 지역에서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미사일 방어가 가능해진다.

여러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도록 미사일 방어전력 구조 ‘최적화(Optimization)’가 스마트 미사일 디펜스의 마지막 방책이다. 상층 방어체계와 수평 방어체계, 하층 방어체계 등 어떤 미사일도 막을 수 있는 수직·수평적 구조를 만들자는 얘기다. 예컨대 탄도미사일 위협은 상층+하층 방어체계로, 활공비행 미사일 위협은 수평+하층 방어체계로 막는다는 계획이다.

강 처장은 “수직·수평적 다층방어체계는 한반도 작전환경에 최적화된 미사일 방어구조”라며 “2DIS와 스마트 미사일 디펜스 개념이 적용된 효율적인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을 위해 작전환경을 이해하고, 제도를 개선하며, 기술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천궁-Ⅱ와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 개발에 참여한 국방과학연구소 제1유도무기체계단 김효창 팀장도 다층방어 최적화 방안에 힘을 실었다. 김 팀장은 방어체계 운용 효율을 증대하고자 상·하층 방어 운용을 최적화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패트리어트(PAC)-3 통합 운용으로 다층방어를 구현하자고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이와 함께 미사일 방어체계에 AI 기술을 도입하자는 제안도 했다. AI가 미사일을 탐지하고, 표적 식별 및 궤적을 예측한 뒤 예상 탄착점을 확인해 방어체계에 할당하고, 요격점까지 예측하는 지능형 유도제어 시스템을 만드는 기술이다. 더불어 고에너지를 이용한 미사일 방어, 네트워크 교전능력 향상, 극초음속 미사일 대응 방안 등 다양한 미사일 방어기술 발전 방안도 제시했다.

김 팀장은 “KAMD가 더 발전하려면 순차적이고 점진적인 기술 개발이 요구되는 동시에 급진적 변화에 맞춘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이뿐만 아니라 국방 환경 변화에 따른 미사일 공격·방어 교전 시나리오 연구도 병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위성으로 미사일 공격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다면 미사일 방어체계의 안전성은 더 상승할 수 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미사일 방어 조기경보 위성체계 국내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방효충 교수는 위성으로 미사일 발사 상황을 예상하는 해외 미사일추적시스템(STSS) 사례를 들며 국내 발전 방향을 제언했다. 방 교수는 “미사일 방어 조기경보 위성체계 구축에 필요한 기본 연구를 착수하고, 국내 연구그룹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김해령 기자/사진=공군미사일방어사 제공


김해령 기자 < mer06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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