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방위사업

[알쏭달쏭 군사상식] KF-21 보라매는 왜 4.5세대?

임채무

입력 2022. 09. 28   17:39
업데이트 2022. 09. 28   17:46
0 댓글

5세대 전투기 필수조건은 스텔스, KF-21 유사한 기체 형상 채택
통합 전자전체계 등 장비 적용…5세대 전투기 국산 개발 ‘도약대’
최신 AESA 레이다·부분 스텔스 기능…5세대 기술 입은 4.5세대 전투기

 

비행을 마친 KF-21 전투기 조종사.
비행을 마친 KF-21 전투기 조종사.

무기체계를 구분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이 중 전투기는 ‘세대(Generation)’라는 기준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개발 시기와 세대별 대표되는 특정 능력, 기술 적용 여부에 따라 분류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전투기는 보통 1~5세대로 나뉘는데, 28일 최초 비행에 성공한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는 특이하게도 4.5세대로 불린다. 어떤 이유에서 KF-21 보라매는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되는 것일까? 알쏭달쏭 군사상식에서 확인해보자. 임채무 기자

세대별 전투기 특징을 살펴보면, 1세대 전투기(1940년 중반~1950년 중반)는 1944년 4월 독일에서 등장한다. Me262가 주인공이다. 1세대 전투기는 기존 프로펠러가 달린 전투기와 다르게 제트엔진을 탑재해 음속 이하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었다.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무장은 주로 기관총·기관포를 장착해 눈에 보이는 거리에서 공중전도 가능했다. 대표적인 1세대 전투기로는 F-86 세이버와 MIG-15가 있다.

2세대 전투기(1950년 중반~1960년 초)는 날개를 뒤로 젖힌 ‘후퇴익’과 삼각 모양 날개를 가진 ‘델타익’이 특징이다. 터보제트 엔진을 적용하면서 초음속 비행이 가능했다는 게 1세대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 2세대 전투기 등장과 함께 AIM9 사이드와인더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7 스패로우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등 적외선 유도미사일이 개발돼 근거리 전투에서 원거리 전투로 전투기의 전투영역이 확장됐다. 대표 기종으로는 F-8 크루세이더, 미라주 3, MIG-19 등이 있다.

냉전이 극단으로 치닫던 시기 군사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때 등장한 3세대 전투기(1960년대 초~1970년대)는 레이다 유도미사일을 장착해 시계외(BVR·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의 바깥) 교전능력이 대폭 향상됐다. 덕분에 다양한 공중전술이 탄생하고, ‘다목적 전투기’ 개념이 정립되기도 했다. 다목적 전투기는 공대공 전투, 공대지 전투·포격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투기를 의미한다. 또 비행능력이 발전하면서 전투기들이 마하 2 이상의 고속비행 능력을 갖추게 됐다. F-4 팬텀, 미라주 F1, MIG-23이 3세대 전투기에 해당한다.

4세대 전투기(1970~80년대 후반)는 ‘플라이 바이 와이어(FBW·기계적 제어가 아닌 전기 신호에 의한 제어)’라는 신기술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당시는 유압으로 항공기를 조종하는 기술이 보편적이었다. 문제는 유압관 무게가 상당했고, 시스템이 망가지면 조종면(조종실에서 움직일 수 있는 항공역학적 표면) 제어가 어려웠다. 이에 조종간과 조종면의 연결을 유압 방식 같은 물리적 결합이 아닌 전선으로 연결한 전자제어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 또 3세대와 비교해 정밀 유도무기와 펄스 도플러(Pulsed Doppler) 레이다 등을 장착해 완전한 시계외 교전능력과 전천후 다목적 성능을 구비했다. 이로 인해 탐지가 어려운 표적의 탐색·공격능력, 완전한 중장거리 교전이 가능해졌다. 영화 탑건의 주역 F-14 톰캣과 F-15 이글, F-16 파이팅 팰콘, MIG-31, Su-27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5세대 전투기(2005년~ 현재)의 필수 조건은 스텔스(Stealth·저피탐)다. 스텔스는 쉽게 말해 적의 레이다가 내 전투기를 식별하지 못하도록 레이다 반사면적(RCS)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이 때문에 동체 내부에 무장을 탑재하는 특징이 있다. 기동성 측면에서도 후기 연소기(After Burner)를 사용하지 않고, 초음속으로 순항비행이 가능하며, 엔진의 추력 방향을 제어해 저속에서도 급선회를 할 수 있다. 최첨단 기능을 갖춘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다, 통합 전자시스템, 네트워크 중심전 수행능력 등도 장점이다. 대표 기종으로는 F-22 랩터, F-35 라이트닝Ⅱ, Su-57 등이 꼽힌다.

KF-21 보라매는 어떤 특징이 있기에 4.5세대 전투기라고 하는 걸까? 사실 4.5세대라는 명칭에 힌트가 있다. 4세대 전투기에 5세대 전투기 기술·장비들이 적용됐다는 의미다. 먼저 보라매의 ‘눈’에는 5세대와 같은 최신의 AESA 레이다가 장착돼 탐지·추적 능력에서 5세대 못지않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또 5세대 필수 조건인 스텔스 기능도 제한적으로 갖췄다. 전투기의 핵심으로 꼽히는 통합 전자전체계, 전자광학 표적획득·추적장비, 적외선 탐색·추적장비도 최신 장비가 적용됐다.

그러면 왜 우리 군은 5세대 전투기를 개발하지 않고, 4.5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게 된 걸까?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전투기 개발은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물론 우리 군도 T-50 고등훈련기와 FA-50 경공격기를 만든 노하우가 있지만, 전투기 개발은 또 다른 부분이라는 것이다. 아예 방향을 바꿔 5세대 전투기를 구매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전투기 총 운용비 가운데 최초 도입비는 30%에 불과하고, 유지보수 비용이 7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해 쉽지 않은 길이지만 4.5세대 전투기 개발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됐다.

그렇다고 우리 군이 5세대 전투기 개발의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이는 KF-21 보라매가 스텔스 전투기와 유사한 기체 형상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차후 진화를 거쳐 완전 매립형 내부 무장체계를 적용함으로써 5세대 전투기 수준의 ‘스텔스’ 성능을 갖춘 전투기 또는 그 이상의 전투기로 개량할 것을 염두에 뒀음을 추측할 수 있다.


임채무 기자 < lgiant61@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