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육군3기갑여단, 전차용 마일즈 장비 전술훈련 실험 현장을 가다

조수연

입력 2022. 09. 27   17:37
업데이트 2022. 09. 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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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땀에 젖을 정도로…실탄은 없어도 실전과 같았다
보병용 마일즈 장비 전차용으로 개량
소음·안전 문제 없이 훈련 경험 쌓아
K1E1 전차 3대 포신에 장비 설치
전투사격 등 실효성 실험 성공적

 

육군3기갑여단이 27일 강원도 홍천군 영점 사격훈련장에서 실시한 ‘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전차 전투사격 및 쌍방 전술훈련 부대실험’에서 전차용 마일즈 장비를 부착한 K1E1 전차가 대항군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육군3기갑여단이 27일 강원도 홍천군 영점 사격훈련장에서 실시한 ‘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전차 전투사격 및 쌍방 전술훈련 부대실험’에서 전차용 마일즈 장비를 부착한 K1E1 전차가 대항군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3기갑여단 장병이 K1E1 전차의 포신에 마일즈 장비를 부착하고 있다.
3기갑여단 장병이 K1E1 전차의 포신에 마일즈 장비를 부착하고 있다.
3기갑여단 장병이 마일즈 장비가 장착된 개인화기로 표적을 조준하고 있다.
3기갑여단 장병이 마일즈 장비가 장착된 개인화기로 표적을 조준하고 있다.
K1E1 전차가 훈련을 위해 기동하고 있다.
K1E1 전차가 훈련을 위해 기동하고 있다.



전투는 실전이고, 승리는 준비된 자의 것이다. 실제 전장과 가장 유사한 환경에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전차를 주축으로 하는 기갑부대는 훈련 때 소음·안전 문제가 오랜 고민거리였다. 만약 레이저를 실탄 대신 쏜다면 어떨까? 육군3기갑여단이 과학의 힘을 빌려 이런 고민 없이 전투경험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보병용 다중통합 레이저 교전체계(MILES·마일즈) 장비를 전차용으로 개량한 것. 현실의 문제를 받아들이고 안주하는 대신, 치열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한 결과다. 소음 없이 야전에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식 훈련을 체험하면서 전투기술을 숙달하는 현장을 찾았다. 글=조수연/사진=김병문 기자


지난 7월부터 3개월 가까이 공들여 준비

27일 오전 10시, 강원도 홍천군 육군3기갑여단 영내 사격훈련장에는 장병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후에 부대가 개량한 전차용 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전투사격과 쌍방 전투훈련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부대가 지난 7월부터 3개월 가까이 공들인 전차용 마일즈 장비의 실효성을 실험하는 날인 만큼 장병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훈련에 투입된 장비는 K1E1 전차, K200A1 장갑차, K277 장갑차, K1 구난전차, 전투장갑도저(M9ACE), 교량전차 등 17대. 이 중 K1E1 전차 3대 포신에 차량 블랙박스를 닮은 마일즈 장비가 달렸다.

“부르르릉~!” “타타타탕!”

K1E1 전차가 적진을 향해 기동하자 대항군의 총성이 훈련장에 울려 퍼졌다. 본격적인 교전이 시작된 것이다. K3 기관총 발사기를 개량한 전차포 발사기를 단 포신이 대항군을 정조준했다.

“쏴!” “완전 격멸 완료했음!”

적을 완전 소탕하는 것으로 훈련이 마무리되는가 했지만, 이내 전차 뒤에서 황색 연막탄이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방심하는 사이 적군의 공격이 날아든 것이다. 전차에 탑승한 통제관은 포신에 장착된 마일즈 장비를 통해 들어온 중파(中破) 신호를 확인, 연막탄을 터뜨렸다.

K1 구난전차가 뒤따라와 기동 불능 상태의 K1E1 전차를 이끌고 안전지대로 이동했고, 응급후송 차량이 다친 장병을 이송했다. 이 교전에서 실탄은 단 한 발도 오가지 않았지만, 전투 결과는 명백히 드러났다. 이를 가능케 한 건 바로 전차용 마일즈 장비였다.

불곰대대 전차 포수 문승호 상사는 “수년간 실사격을 해봤지만, 전차 포신에 마일즈 장비를 부착해 훈련하는 건 처음”이라며 “마일즈 장비로 적 전차를 식별·사격한 뒤 회피 기동하고, 격멸됐는지 등을 바로 알게 되니 실전적 훈련에 손이 땀으로 젖었다”고 말했다. 훈련을 진두지휘한 장경필(중령) 적토마대대장은 “과학화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일즈체계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이번 훈련으로 전 부대원의 전투력이 대폭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전차 사거리만큼 레이저 발사 기술 개발

K계열 전차는 기동 중 사격, 야간 사격, 장사거리 사격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장비를 운용해야 하는 장병들은 소음·안전 문제로 실사격 기회가 부족해 그 위력을 실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3기갑여단은 워게임 모의훈련-게임체계(V-G)를 육군 기갑부대 중 최초로 도입했다. 과학화 훈련을 선도하는 부대인 만큼 2026년 전력화를 앞둔 전차용 마일즈 장비를 손 놓고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직접 발 벗고 기존 장비 개량에 나섰다.

3개월 동안 육군본부와 민간업체 지원을 받아 전차의 사거리만큼 레이저 빔을 발사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했다. 또 보병용 K3 기관총 발사기를 개량해 전차에 부착하고, 마일즈 장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뷰 / 육군3기갑여단 우성제 여단장

“워게임 모의훈련으로 해소되지 않는 목마름…마일즈체계 확보로 해소”



육군3기갑여단이 ‘스마트한’ 과학화 훈련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우성제(준장) 여단장의 역할이 컸다. 실전 같은 훈련을 중요시하는 그는 연대장 시절 국방저널에 과학화 훈련 기고를 실은 경험도 있다.


우 여단장은 기갑부대의 훈련 패러다임을 바꿀 전차용 마일즈 장비 개발 배경에 대해 “교육훈련 분야에 오래 근무하면서 마일즈 장비 개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고, 육군본부의 지원과 관련 업체의 기술지원 덕분에 시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워게임 모의훈련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실전적 훈련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며 “우리 부대는 가상 환경에서 전투를 수행하는 컴퓨터 시뮬레이팅 훈련 부대였고, 이 훈련을 하다 보니 실제 행동하고 연결하는 부분이 어려움이 있다는 걸 느꼈다. 마일즈체계를 확보해 실제 훈련에 연결, 과학화 훈련을 완성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우 여단장은 도태 장비를 활용해 ‘업사이클링’한 것도 자부심이 크다. 그는 2014년 보급된 보병중대급 마일즈 장비가 1회 보급으로 도태되는 게 안타까워 전차용으로 활용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기술 개발 과정보다 어려웠던 건 장병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효용성 있고 실전 같은 훈련을 한다는데 ‘이게 진짜 될까’ 하는 의심을 받기도 했죠. 영점 잡는 과정에서 한 번에 잘 안 되니 불안해하기도 했고요. 결국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직접 증명해 보여줬고, 다들 믿게 돼 뿌듯합니다. 축적된 데이터로 실현 가능하다는 걸 입증했으니, 타 부대에 적용하는 단계로 나아갈 계획입니다.”


우 여단장은 기갑부대의 과학화 훈련에 대한 포부를 전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기갑부대의 전투준비는 훈련으로 완성됩니다. 훈련하지 못하면 제 역할을 못 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빠른 시일 내 마일즈 장비 전력화가 이뤄져 기갑부대 훈련 여건이 보장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수연 기자 < jawsoo >
김병문 기자 < dadaz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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