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첨단무기와 미래 전쟁

게릴라의 상징에서 우크라이나 정규군 장비로 ‘씽씽’

입력 2022. 09. 23   16:50
업데이트 2022. 09. 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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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무기와 미래 전쟁 - 정규전의 새 기동수단 ‘테크니컬 비이클’
트럭이나 SUV 개조한 전투 차량
2차 대전·토요타 전쟁 활약하며
내전·분쟁지역에서도 보편화


우크라이나군 기동력에 ‘한몫’
세계 각국 급격한 도시화에
개조차량 효용가치 점점 높아져

 

대전차미사일 발사대로 활용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테크니컬 비이클.
대전차미사일 발사대로 활용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테크니컬 비이클.
전장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개조된 우크라이나군 테크니컬 비이클.
전장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개조된 우크라이나군 테크니컬 비이클.
전장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개조된 우크라이나군 테크니컬 비이클.
전장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개조된 우크라이나군 테크니컬 비이클.


일반적으로 ‘테크니컬 비이클(Technical Vehicle)’이란 상용 트럭이나 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Sport Utility Vehicle·SUV) 등을 개조해 전투에 활용되는 민수용 차량을 뜻한다. 주로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 등의 내전 혹은 분쟁지역에서 정규군보다는 민병대나 게릴라 등이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게릴라 혹은 가난한 군대의 상징으로 불린다. 그런데 러시아의 무력침공 이후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테크니컬 비이클의 활약상이 알려지면서 많은 군사전문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승리의 숨은 주인공

지난 8월 말, 그동안 러시아군의 공격을 차단하기에 급급했던 우크라이나군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면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판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세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은 그동안 러시아에 빼앗겼던 북동부 지역을 빠른 속도로 수복하는 한편 기세를 몰아 동남부지역까지 공세의 폭을 넓히고 있다. 병력에서 무기까지 모든 것이 부족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분석이 등장하는 가운데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말초신경과 혈관 역할을 도맡아 하는 테크니컬 비이클의 활약 덕분이라는 분석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초기부터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테크니컬 비이클을 활용해 왔다. 우크라이나 영토 방위군(Ukraine Volunteer Territorial Defense Forces· TDF)의 경우 아예 테크니컬 비이클이 정규군 장비로 정식 편제될 정도다. 특히 테크니컬 비이클이 이번 우크라이나군의 대규모 공세에 한 축을 담당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테크니컬 비이클이 정규군의 새로운 기동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게릴라의 상징으로 불리는 테크니컬 비이클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정규군의 제식 무기 체계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펼치고 있다.


전쟁의 새로운 주역, 테크니컬 비이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대의 기동력은 전쟁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힘 좋은 기마(騎馬)가, 현대에는 험지 주파 능력을 갖춘 사륜구동 군용차량의 충분한 확보가 매우 중요해졌다. 문제는 현대화된 군대의 가장 작은 군용차량으로 분류되는 소형전술차량(Light Tactical Vehicle)조차도 충분한 기동력과 방호력을 갖추기 위해 무겁고 외형이 크다는 점이다. 반대로 일반 상용차량을 개조한 테크니컬 비이클은 빈약한 방호력과 제한적인 기동능력으로 인해 정규군의 군사작전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테크니컬 비이클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최근 빠른 속도로 바뀌는 추세다.

일단 민수용 승용차의 성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했기 때문이다. 민간의 자동차 보유 숫자 역시 작전지역 어디에서나 비슷한 동급 차량을 수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늘었다.

여기에 더해 거미줄 같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적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신속한 타격과 퇴출을 위한 기동력 또한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결국 정규군 작전을 위한 소형전술차량 못지 않게 테크니컬 비이클의 활용 범위 역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특수부대에서 정규군 작전까지

현대전에서 성능 좋은 사륜구동차량을 활용해 전투에서 승리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제 윌리스 지프를 개조해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독일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친 영국의 특수부대 SAS(Special Air Service)는 차량을 활용한 게릴라전의 원조이자 교과서로 불린다. 이후 미국과 영국, 구소련 등은 특수차량을 활용한 수색 및 정찰, 기습 등에 특화된 특수부대를 운용하기도 했다.

지난 1986년부터 1987년까지 차드와 리비아가 벌인 국지전쟁은 토요타 전쟁(Toyota War)이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당시 차드군은 토요타 픽업트럭에 중기관총과 대전차무기, 로켓 등을 싣고 다니면서 게릴라전을 벌여 기습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리비아군을 각개격파했다. 이렇게 다양한 공격 수단으로 활용되던 토요타 픽업트럭은 차드군이 총공세로 전환한 이후 수많은 병력과 보급물자를 가득 싣고 반격의 선봉으로 활약했다. 이후 각국 특수부대의 전유물이던 차량게릴라전 혹은 차량유격전은 아프리카와 중동 등 제3세계 국가의 가난한 군대 혹은 반정부세력과 게릴라들도 구사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과거에는 성능 좋은 사륜구동차량이 대부분 군용 차량이었고 민수용 차량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민수용 중에서도 성능 좋은 사륜구동차량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심이나 사막, 평원과 같이 평탄한 지역에서는 사륜구동이 아닌 일반 차량으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기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자동차들의 완성도가 높아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쟁 초반, 러시아군의 기습으로 큰 피해를 본 우크라이나군 역시 테크니컬 비이클을 활용해 빠른 속도로 일반 보병부대의 기동력을 원상 복구했다는 것이다. 중무장한 러시아군을 상대로 선전한 배경 역시 스타링크 등을 활용한 정보통신망의 유지와 테크니컬 비이클, 대전차무기를 활용한 신속한 기동타격 덕분이다.


테크니컬의 미래

우크라이나군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거미줄 같은 정보통신망과 전투부대의 기동력 확보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전장(戰場)환경의 변화는 게릴라전 혹은 국지전은 물론 대규모 전면전에서도 테크니컬과 같은 개조차량의 효용가치는 점점 높이고 있다.

먼저 획득 비용이 저렴하다. 장갑수송차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군 험비의 대당 가격은 약 19만 달러, 우리 돈 2억2500만 원 (2011년 미 육군 납품가 기준) 수준인 반면 중동지역에서 반정부군, 민병대, 게릴라 등이 사용하고 있는 국산 포터 트럭의 경우 개조비용을 포함해도 약 400달러, 우리 돈 481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테크니컬은 일반 민수용 차량을 근간으로 하기에 확보가 쉽고 잔 고장이 적으며 비용대비 효과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손실에 대한 부담도 적으며 전투지역에서 괜찮은 상태의 일반차량을 확보해 바로 전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어떤 종류의 민수용 차량이라도 테크니컬 비이클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테크니컬 비이클이 현대전에서도 여전히 유용함을 입증하고 있다. 여러 한계와 단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는 의미다. 결국 테크니컬 비이클이 토요타 전쟁과 같은 영광을 재현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며 군이 빠르게 기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테크니컬 비이클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배가될 전망이다. 사진=우크라이나 합동군 페이스북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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