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육군 수해복구 대민지원 현장에 가다] 군화, 더러워져도…군복 흙물 묻어도… 국민을 위한 작전 중입니다

김해령

입력 2022. 08. 10   17:48
업데이트 2022. 08. 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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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 피해지역에 1330여 명 투입
낡은 빌라·반지하층 주택 등 주민 도와


흙탕물 걷어내고
육군특수전사령부 독수리여단 장병들이 10일 서울 관악구 청룡동에서 주택 내부로 들어온 흙탕물을 퍼 길 밖으로 빼내고 있다.
흙탕물 걷어내고 육군특수전사령부 독수리여단 장병들이 10일 서울 관악구 청룡동에서 주택 내부로 들어온 흙탕물을 퍼 길 밖으로 빼내고 있다.
치열한 대민지원 작전을 펼친 육군수방사 태호대대 장병의 옷에 흙이 잔뜩 묻어 있다.
치열한 대민지원 작전을 펼친 육군수방사 태호대대 장병의 옷에 흙이 잔뜩 묻어 있다.
대민지원에 나선 육군특수전사령부 독수리여단 장병들의 흙 묻은 군화.
대민지원에 나선 육군특수전사령부 독수리여단 장병들의 흙 묻은 군화.
침수 가구 나르고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서울 관악구 신사전통시장에 도착한 육군수도방위사령부 태호대대 장병이 침수된 가재도구를 옮기고 있다.
침수 가구 나르고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서울 관악구 신사전통시장에 도착한 육군수도방위사령부 태호대대 장병이 침수된 가재도구를 옮기고 있다.
배수구 토사 퍼내고
육군특전사 독수리여단 장병들이 배수구로 쓸려 내려온 흙을 퍼내고 있다..
배수구 토사 퍼내고 육군특전사 독수리여단 장병들이 배수구로 쓸려 내려온 흙을 퍼내고 있다..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기상관측 이래 115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도심이 물바다가 되고 도로가 제 역할을 못 하는가 하면 인명피해도 속출했다. 우리 군(軍)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국민의 상처와 아픔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민지원 작전에 나섰다. 육군은 서울지역 수해복구를 위해 특수전사령부(특전사)와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특수임무부대, 52보병사단 등 최정예 부대 소속 장병 1330여 명을 투입했다.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뙤약볕이 내리쬔 10일, 수마(水魔)가 할퀸 상처를 보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 육군 장병들의 대민지원 현장을 다녀왔다.

글=김해령/사진=김병문 기자


1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청룡동 일대에 특전사 독수리여단 장병들이 등장했다. 이틀간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주민들을 돕기 위한 것. 관악구에는 지난 8일 300㎜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특히 이번 폭우로 청룡산 법사면 일부가 붕괴하면서 산 밑에 있는 관악그린빌라 주민들이 큰 피해를 봤다. 황토색으로 물든 벽과 도로, 이곳저곳에 나뒹구는 가구·집기들은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보여 주는 듯했다.

“초저녁에 천둥·번개가 치더니 갑자기 파도처럼 흙탕물이 집 안까지 덮쳤어요. 그 뒤로 흙들이 우수수 안방으로 쏟아졌어요. 다 잃어버렸죠, 뭐….”

관악그린빌라 주민 박애숙 씨는 난생처음 ‘물폭탄’을 맞았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빗소리였지만, 산이 무너질 거라곤 상상도 못 했던 박씨는 물이 순식간에 차오르자 집을 뛰쳐나왔다. 인근 주민들도 혼비백산해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집 안 모든 곳에 흙탕물이 번져 있었다. 고무장화를 신고 작은 집기들부터 집 밖으로 꺼내던 찰나 박씨 앞에 든든한 지원군이 나타났다. 바로 독수리여단 장병들이었다. 장병들은 박씨를 안심시키고 집 안에서 물부터 빼내는 데 열중했다. 물이 어느 정도 빠지자 큰 가구부터 빼냈다. 창문을 빼 물로 씻기도 했다.

장병들은 박씨 자택 외에도 관악그린빌라 반지하 총 3개 가구의 피해복구를 도왔다. 박씨는 “군인분들이 자신의 집처럼 적극적으로 도와주니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억울하고 슬프지만, 1세기 만의 자연재해에 누굴 탓하겠느냐.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데 군인분들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다”고 고마워했다.

대민지원은 처음이라는 독수리여단 이지희 중사는 “작고 작은 우리들의 도움이 주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50여 명의 장병은 무너져 내린 청룡산 토사를 걷어내고 유실된 흙에 막혀 버린 배수구를 뚫는 일도 마다치 않았다.

같은 날 오후,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는 수방사 대테러 특수임무부대 태호대대 장병들이 피해 주민을 돕는 데 한창이었다. 낡은 빌라와 반지하층 주택이 즐비한 신림동 일대는 최근 폭우로 주택 곳곳이 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를 봤다. 동네에서 유일한, 20년 된 어린이집도 기록적인 폭우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국공립소하어린이집 주변에는 흙으로 범벅이 된 장난감과 교보재들이 쌓여 있었다. 어린이집 건물 창고가 위치한 반지하에 비가 몰아친 흔적이다.

태호대대 장병들은 줄지어 서서 지하의 물건들을 하나둘 빼냈다. 냉장고 등 무거운 물건들도 있었지만, 힘든 내색 하나 없었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물통에 차가운 커피와 물을 담아 장병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소하어린이집 김언 원장은 “20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켰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장병들이 어린이집 정상화를 위해 힘써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물과 커피를 전달 중”이라고 전했다.

신림동 대민지원을 진두지휘한 태호대대 진경만 소령은 “현장에 와 보니 상황의 심각함을 느낄 수 있었다”며 “‘국민의 군대’로서 시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도록 수해복구 지원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이마의 땀을 닦았다.

태호대대 장병들은 총 120여 명이 신림동 대민지원 작전에 투입됐다.

관악구 미성동·은천동 현장에는 52사단 장병들이 각 50여 명씩 복구를 지원하고 있다.

52사단 횃불여단 최희석 상병은 “폭우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책임감으로 자진해 대민지원 작전에 지원하게 됐다”며 “수재민분들이 하루빨리 평범했던 일상을 되찾길 기원하며 이를 위해 나와 전우들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해령 기자 < mer0625 >
김병문 기자 < dadaz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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