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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복수국적 포기 육군7보병사단 GOP대대 최지산 일병

배지열

입력 2022. 08. 08   17:10
업데이트 2022. 08. 0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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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군인입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군인입니다”


아버지 한국인·어머니 방글라데시인
배움 의지·사명감 높아 분위기 메이커
입대 고민 다문화 장병에 힘 되고 싶어


4일 강원도 중동부전선 육군7보병사단 GOP 소초에서 최지산 일병이 군복 어깨에 태극기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김병문 기자
4일 강원도 중동부전선 육군7보병사단 GOP 소초에서 최지산 일병이 군복 어깨에 태극기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김병문 기자

“나라를 지키고 싶어 일반전초(GOP) 근무를 자원했습니다. 주변 시선을 걱정하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제 마음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전방 GOP에서는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적과 가까운 곳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곳에서 근무하겠다고 손을 든 장병이 있어 화제다. 특히 복수국적을 포기하고 자진 입대한 다문화가정 장병이라는 점에서 감동을 자아낸다. 주인공은 육군7보병사단 상승불사조여단 GOP대대 최지산 일병이다.

최 일병은 지난 5월 입대해 지난달 GOP대대로 배치됐다. 막연하게 ‘GOP에서 근무하면 의미 있는 군 생활이 되겠다’는 생각은 신병교육대대에서 GOP 근무 설명을 듣고 굳어졌다. 이른 새벽 일어나 철책을 점검하고 소초를 경비하는 임무를 매일 수행하느라 힘들고 지칠 법도 하지만, 보람차고 뿌듯한 하루하루의 연속이라고 그는 말한다. 최 일병은 “적이 바로 보이는 초소에 있으면 ‘내가 중요한 곳에서 중요한 임무를 하고 있구나’ 실감하게 된다”고 전했다.

한국인 아버지와 방글라데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최 일병은 입대를 위해 방글라데시 국적을 포기했다. 가족과 지인들은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만류했지만, 그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최 일병은 “진짜 한국인이 되려면 꼭 군 복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훈련하는 영상을 많이 봤는데 나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군대에서 나라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린 시절 그와 대한민국을 연결해 준 건 태권도였다. 최 일병은 유치원에 다닐 때 태권도를 시작해 현재 가천대 태권도학과에 재학 중이다. 중학교 재학 당시 경기도 성남시에서 열린 성남오픈 국제어린이태권도대회에서 라이트급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현재 태권도 4단으로 입대 전까지 사범으로 활동했다.

“어릴 때 태권도 시범을 관람하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습니다. 상대가 공격하는 타이밍에 한 바퀴 돌아 반격하는 ‘회축’ 기술이 자신 있는 특기입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도 취득해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관장이 되는 게 꿈입니다.”

최 일병이 군 생활에 적응하는 데는 주변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부대에서는 이슬람교를 믿는 방글라데시의 영향으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그를 위해 따로 음식을 준비한다. 최 일병은 “간부님들도 제 음식을 먼저 챙겨 주려 하고, 선임들도 이곳 생활과 근무를 상세히 알려 준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최 일병과 동반 입대해 임무를 수행하는 조대현 일병도 큰 힘이 된다. 둘은 같은 대학·학과 동기로, 군대에서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조 일병은 “지산이가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데 전혀 편견이 없었고, 친구들도 그랬다”며 “오히려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핵인싸(무리 속에서 아주 잘 지내는 사람을 의미)’였다”고 부연했다.

최 일병의 ‘핵인싸’ 기질은 군대에서도 발휘 중이다. 함께 소초 근무를 서고 싶은 장병으로 모두 최 일병을 꼽을 정도다. 김형규(중위) 소초장은 “최 일병이 전입하고 처음 철책과 초소를 다니면서 설명을 해 줬는데 질문을 많이 하고, 그 답을 듣고 스스로 이해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배우려는 의지와 사명감이 높아 소초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칭찬했다.

최 일병은 마지막으로 입대를 고민하는 다문화가정 출신 입영장정이나 복무 중인 다른 다문화 장병과도 힘을 나누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수줍어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고, 떳떳하게 생활한다면 모두가 도와주고 똑같이 대해 줍니다. 걱정하지 말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임무를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배지열 기자


배지열 기자
김병문 기자 < dadaz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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