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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진중문고+] 집중력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깨다

입력 2022. 07. 13   16:12
업데이트 2022. 07. 1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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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몰입』을 읽고


김태호 병장. 해병대2사단 상륙장갑차대대
김태호 병장. 해병대2사단 상륙장갑차대대



짐 퀵 지음
김미정 번역
비즈니스북스 펴냄



바둑에서 묘수는 불리한 상황을 역전하거나 한 방에 상대방보다 크게 유리해지는 수다. 그러나 그 수가 묘수인지 아닌지는 바둑돌을 둔 후 확인할 수 있다. 내 수가 상대방을 제압하는 묘수일지, 아니면 곤마가 될지는 우선 그 수를 둬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다수는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질지 걱정부터 하고, 일을 하지 않거나 포기한다. 나는 상륙장갑차대대에 와서 생긴 내성발톱이 이내 일상적 임무를 할 수 없는 수준까지 심해졌다. 그러던 중 조리병 선임이 전역하게 돼 조리 임무를 할 인원이 필요해졌고, 그 임무를 이어서 하게 됐다. 사회에서 해 본 요리라곤 라면밖에 끓여 보지 못한 내가 하루아침에 전우들의 건강과 입맛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나는 큰 책임감에 짓눌려 있었다.

그 당시 『마지막 몰입』이라는 책을 읽게 됐다. 저자는 “사람들은 스스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한계는 자신이 설정한 것이고 모든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개발되지 않은 강인함과 집중력이 있다. 이것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제한적 신념에서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우리 부대의 급식을 바꾸겠다’는 거대한 포부를 가지고 곧바로 조리와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사서 3개월간 평균 4~5번씩 정독하며 필요한 것들을 공부하고 요약해 작성했다.

대대 간부들은 휴가를 권했지만, 내가 임무를 맡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 말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휴가도 가지 않고 조리 공부를 하고 거듭 연습했다. 조리할 때 동선을 파악해 거기에 맞춰 조리기구 배치를 다시 하고, 매번 음식을 만들면서 사용한 조미료의 정확한 수치를 계량하고 기록해 후임들도 참고할 수 있도록 조리지침서로 정리했다. 지금은 전우들이 밥이 정말 맛있어졌다고 말한다. 상급부대에서도 우리 중대 밥이 맛있다고 한 번씩 맛보러 올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위대한 능력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큰 책임을 맡으면 막강한 힘이 생긴다. 나는 우리 식당을 새롭게 바꾸고 전우들의 건강과 입맛을 책임지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조리 임무를 맡았다. 정말 나가고 싶은 휴가도 미루면서 나보다는 전우들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처음에는 해 보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았지만, 일단 첫수를 두고 나니 결국 그것이 묘수였다. 사람들은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고 한계에 부딪히며 성장한다. 대부분은 한계에 부딪히는 게 두려워 먼저 포기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지 못한다. 하지만 다른 누구보다 그 일에 책임을 지고 노력할 때, 그 수가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묘수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제한적 신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이달 말이면 전역하고 사회로 돌아간다. 하지만 ‘고민할 시간에 첫수를 두고 최선을 다하는 게 묘수’라는 이 신념만은 평생 지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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