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고문은 사단법인 월드투게더 주최, 한국자유총연맹 주관, 육군2군단이 후원한 ‘제1회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 후손 글짓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겔릴라 이세뚜(Gelia Eshetu) 양의 글입니다. 월드투게더는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 대회를 마련했습니다. 겔릴라 양은 6·25전쟁 당시 에티오피아 강뉴부대원으로 참전한 고(故) 타데세 아일레(Tadesse Ayele) 대위의 손녀입니다. 이 소녀는 “평소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6·25전쟁 이야기를 많이 해줬고, 그 이야기를 글로 많은 사람과 나눠 기쁘다. 한국과 에티오피아의 우정이 앞으로도 영원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겔릴라 이세뚜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이며, 타데세 아일레 대위의 손녀입니다. 아시다시피 에티오피아와 한국은 오래전부터 관계를 이어왔어요. 이 자체만으로 다른 나라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우리 관계를 더욱 빛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6·25전쟁 당시 에티오피아군의 공헌이라고 생각해요. 72년 전 대한민국은 북한의 침략을 받았고, 모든 한국인은 참혹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때 에티오피아는 한국에 6037명의 장병을 파병했습니다. 그중 제 할아버지 타데세 아일레도 계셨습니다. 아버지가 말씀해 주시기를 그 시기 할아버지 나이는 열여덟 살이었다고 해요. 에티오피아 군인들은 한국으로 파병 갈 때마다 ‘영웅들의 노래’를 부르며 용기를 북돋고 격려했다고 해요.
강뉴부대의 여정은 에티오피아에서 지부티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 것으로 시작해요. 그러나 문제는 지부티에서 한국으로 가는 방법이에요. 맨발로 며칠을 걸어야 하는 험난한 길이죠. 긴 여정 끝에 강뉴부대원들은 한국에 도착했지만 폭설 등 기상 악화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이들은 목표 달성만을 바라보며 포기하지 않았어요.
전쟁으로 에티오피아인과 많은 한국인이 사망하고 부상을 당하게 됐어요. 그렇지만 적에게 잡힌 에티오피아군은 없었어요. 할아버지는 전쟁으로 다쳤지만, 한국을 도와줄 수 있었다는 점을 무척 기뻐하셨어요.
할아버지는 에티오피아로 돌아온 후 오랫동안 직업을 가질 수 없었고, 매우 힘든 생활을 하셨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 회사의 정비공이 되셨어요. 생활이 안정되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셨어요. 이후 할아버지는 1999년에 세상을 떠나셨어요.
한국 사람들, 할아버지의 희생을 기억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저희를 응원해주셔서 기쁜 마음이랍니다. 이 역사가 잊히지 않고, 다음 세대에도 이어졌으면 해요. 앞으로도 이어질 한국과 에티오피아의 우정을 생각하면 행복해요. 지금까지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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