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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신 종교와 삶] 나의 길에 꽃이 피다

입력 2022. 06. 28   16:43
업데이트 2022. 06. 2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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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신 육군수도방위사령부 목사 소령
김명신 육군수도방위사령부 목사 소령

부쩍 더워진 요즘 길거리를 거닐다 보면 떨어져 있는 꽃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러나 꽃과 함께 시작됐던 봄의 아름다움이 지나감에 아쉬움을 가질 것도 없이 아카시아와 장미의 어우러지는 진한 향기가 여름 문턱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내 여름을 지나면서 코스모스가 계절의 변화를 일깨워 줄 것이고 곧 봄날에 심은 국화가 가을이 여물었음을 알려줄 것입니다. 꽃이 있기에 계절이 있고 계절이 있기에 꽃이 핍니다. 꽃마다 피는 시기와 속도가 다르고 각자의 걸음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꽃마다 자신의 계절을 묵묵히 기다릴 뿐입니다. 그리고 자기의 차례가 왔을 때 아름답게 만개하는 것이지요. 가을에 피는 국화는 첫봄의 상징으로 많은 사람에게 환영받고 사랑받는 개나리를 시샘하지 않습니다. 한여름 장미가 다른 꽃보다 늦게 핀다고 하여 한탄하거나 낙심하지도 않고요.

이 당연한 창조의 섭리에 대해 우리만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우리만 피조물이 아닌 양 이 법칙에 예외를 두려 합니다. 먼저 피는 꽃이 있고 늦게 피는 꽃이 있기 마련인데 우리는 그 시절을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해하며 섣불리 앞당기려고만 합니다. 그리고 혹시 지나간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며 불평합니다.

성경에는 두 가지 시간의 개념이 등장합니다. 하나는 크로노스라는 시간입니다. 숨만 쉬어도 흘러가는 시간, 용사들에게는 군에 있는 동안 참으로 더딘 시간입니다. 우리가 계획하고 준비하는 인생의 보편적인 시간표입니다. 오늘날 모든 집과 사무실, 개인의 손목마다 시계 시간이 자리 잡고 있지만 사실 시계 시간이 익숙하게 된 것은 인류의 오랜 역사 중 채 200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산업 혁명 이후 노동시간을 측정하고 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통제의 수단으로 도입된 시계 시간은 이제는 우리 모두의 삶의 중심이 돼 버렸습니다.

성경의 두 번째 시간의 개념은 헬라어 카이로스라는 이른바 질적 시간입니다. 성경에서는 주로 ‘때’라고 표현이 됩니다. 시계의 분침과 초침이 가리키는 시간이 아닌 어떤 특별한 사건이 중심이 되는 결정적인 때를 말합니다. 마치 각기 꽃들이 자신만의 계절을 맞이하는 ‘때’처럼 말이지요. 성경은 예수님께서 크로노스의 시간을 뚫고 카이로스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오셨으며 크로노스의 시간으로 살아가는 인생에게 카이로스의 가치를 말하고 그 시간을 준비할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진급의 계절이 다가옵니다. 모두가 군생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진급에 대한 간절함과 저마다의 기대가 가득한 때입니다. 어쩌면 많은 이들의 인생의 시간표 가운데 중요한 의미가 있는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 인생이 결코 다른 사람들의 시간표와 똑같을 수도 또한 같을 필요도 없습니다. 누군가 조금 일찍 꽃이 피었다면 어떤 이는 다소 늦은 때가 자신의 시절이 되기도 합니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사계절이 있음은 모두에게 축복입니다.

이 평범한 창조의 섭리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는 이렇습니다. 우리의 정해진 군생활의 크로노스 속에서 무엇인가 많이 그리고 빨리 이루어야 한다는 욕심들은 잠시 내려놓고 오직 군인이기에 할 수 있는 카이로스에 집중하고 주어진 만남에 대해 성실할 수만 있다면 우리의 군생활은 조금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의 인생길에 꽃은 반드시 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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