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공군

다양한 항공기 ‘비행착각’ 구현…조종사 생존성 향상

서현우

입력 2022. 05. 17   16:50
업데이트 2022. 05. 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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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군사 분야 중앙우수제안-②은상
가상현실(VR) 및 모션체어 기술 기반 새로운 비행착각 훈련 시뮬레이터체계 개발
공군11전투비행단 강요한 소령·항공안전단 김성호 소령·정보체계관리단 최종철 중사
 
비행 중 겪는 감각기관 오류 착시현상
지상과 공중 착각…지속적 훈련 필요
기존 시뮬레이터 비싸고 제한적 기능
3인방 뭉쳐 숱한 시행착오 끝 개발 성공
기존 체험 형태 넘어 실전적 훈련 장점
SW 수정 쉽고 국산 부품으로 단가 절감
 
국방부가 매년 진행하는 국방·군사 분야 공무원 중앙우수제안은 군 전투력 극대화와 국방예산 절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창의적인 제안은 ‘튼튼한 국방, 과학기술 강군’을 구현하는 시금석이다. 공군11전투비행단(11전비) 강요한 소령과 항공안전단 김성호 소령, 정보체계관리단 최종철 중사도 이 같은 목표로 아이디어를 제안해 은상을 거머쥐었다.

공군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비행착각(SD·Spatial Disorientation)으로 인한 항공기 사고는 모두 13건이다. ‘비행착각’은 조종사가 비행 중 겪는 감각기관 오류의 착시현상이다. 급기동의 반복으로 지상과 공중을 착각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비행 훈련은 안전상 어려움이 있고, 기존 훈련용 시뮬레이터체계는 고가의 장비로 보유 수량이 적다. 이마저도 제한적인 부분만 훈련이 가능하다.

이에 강 소령을 포함한 ‘3인방’은 일선 비행대대와 교육·훈련장에 보급 가능한 실전적 비행착각 훈련 시뮬레이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강 소령은 11전비 102전투비행대대 비행대장이다. F-15K 전투기가 주 기종인 그의 비행시간은 1200여 시간에 달한다. 김 소령은 공군사관학교 교수로 근무하며 인간공학 분야 연구를 지속 중이며, 최 중사는 KT-1 훈련기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를 만든 프로그램 개발 전문가다.

가상현실 및 모션체어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새로운 비행착각 훈련 시뮬레이터체계 모습.                   사진 제공=강요한 소령
가상현실 및 모션체어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새로운 비행착각 훈련 시뮬레이터체계 모습. 사진 제공=강요한 소령

비행착각 훈련체계·시스템 구조. 
 사진 제공=강요한 소령
비행착각 훈련체계·시스템 구조. 사진 제공=강요한 소령


세 사람은 장비 소형화와 도입비용 절감, 조종사 안전에 중점을 두고 비행착각 훈련 시뮬레이터체계 연구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그리고 거듭된 시행착오와 난관을 이겨내고 새로운 비행착각 훈련 시뮬레이터체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6축 구동이 가능한 모션체어(Motion Chair) 장비와 VR 기기를 결합해 실제 항공기 조종석(cockpit)을 구현한 하드웨어를 제작한 것. 또 자체 비행환경 소프트웨어도 개발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개발한 체계를 활용해 비행착각 훈련 프로파일을 설계하고 훈련에 적용했다. 아울러 전투기 조종사를 대상으로 검증실험을 반복하고, 결과 분석을 계속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들이 개발한 새로운 비행착각 훈련 시뮬레이터체계는 다양한 항공기종의 비행착각 유형을 구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체험 형태의 비행착각 훈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전적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실제와 유사한 여러 종류의 비행착각을 경험·대응하는 훈련을 제공해 조종사들의 생존력을 향상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행착각 유형 중 경사착오(lean illusion)는 기존 장비에서 2~3초의 짧은 시간만 체험할 수 있었던 데 반해 개발된 체계에서는 지속적이고 다양한 응용 훈련이 가능하다. 경사착오는 항공기는 수평이지만 몸은 기울어지게 느끼는 증상으로, 가장 흔한 전정기관의 착각이다.

아울러 새로운 비행착각 훈련 시뮬레이터체계는 원천기술 보유로 소프트웨어 수정·개선이 쉽고, 국산 부품으로 만들어 제작단가를 대폭 절감했다. 기존 훈련장비 한 대 비용으로 수십 대의 장비를 도입할 수 있게 된 것. 또 현재는 F-15K 전투기를 배경으로 체계를 개발했지만 타 기종으로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고, 민간 부문으로 체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개발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열매를 수확하기도 했다. 초기 연구 수행 당시 민간기업에서 진행한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가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개발 완료한 시뮬레이터체계의 프로토타입이라고 할 수 있는 ‘조종사 비행착각 사고 예방을 위한 웨어러블 장비 개발’을 제안했고, 1300여 참가팀 중 최우수상을 받았다. 또 상금 500만 원 전액을 공군 순직 조종사 유가족·유자녀를 돕는 장학사업 단체인 ‘공군 하늘사랑장학재단’에 기부해 의미를 더했다.

이와 함께 세 사람은 기술 독점이 아닌 공유를 선택해 새로운 체계의 활용 가치를 극대화했다. 개발장비와 연구 결과물을 공군에 양도하고, 공군 명의로 기술 특허·저작권을 등록했다. 공군의 자산·기술로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장치였다. 향후 국내외 기업 등에서 기술 사용을 위해 지급하는 비용이 공군과 국가에 귀속되도록 한 헌신이었다.

제안을 주도한 강 소령은 “개발한 체계가 세상의 관심을 받게 돼 기쁘다”며 “조종사의 실전적 비행착각 훈련에 일조해 항공사고로 인한 인명 손실을 줄이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현우 기자


서현우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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