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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24회] 新자주포 포탄 독자개발 성공

신인호

입력 2022. 05. 16   13:32
업데이트 2022. 05. 19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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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1포병여단의 K9 승무원이 사격 훈련에서 폐쇄기를 개방하고 약실에 장약을 장전하고 있다.(2020년 5월 4일) 사진=양동욱 기자
육군1포병여단의 K9 승무원이 사격 훈련에서 폐쇄기를 개방하고 약실에 장약을 장전하고 있다.(2020년 5월 4일) 사진=양동욱 기자


"엇! 저게 뭐야?" 

1992년 봄 안흥종합시험장. 국내 개발 추진장약의 첫 실사격시험을 지켜보던 연구진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후방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수십m를 날아가는 흰 물체를 본 것이다. 


모두 방호벽에서 일제히 달려나왔다. 시험사격용 포의 격발기가 파손된 상태였다. 누군가 10여m 떨어진 곳에서 종이뭉치를 가져왔다. 흰 물체는 장비를 닦기 위해 포 근처에 놓아둔 두루마리 화장지였음이 확인됐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추진장약은 약실 안에서 연소하며 가스를 발생시켜 그 팽창력으로 포탄을 날려 보내는 역할을 한다. 기존 155㎜ 곡사포용 추진장약은 그동안 미국의 것을 모방 개발, 사용해왔다. 약포형으로 종류도 약포 색깔에 따라 다양하다. 백색장약 5호로 사격할 경우 6, 7호는 버려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국제적 호환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굳이 독자 개발할 필요는 없다. 


1989년 신형자주포 개발계획 수립 당시 전혀 새로운 체계의 신자포용 추진장약을 필요로 한 자주포체계팀은 (주)한화가 박격포용이지만 소진(燒盡) 탄피 제작기술을 확보한 사실을 확인하고 기존의 복잡한 약포장약체계 단순화, 잔여장약의 재사용은 물론 발사속도 증대에도 유리한 단위장약을 독자 개발, 적용키로 했다.


이를 위해 단위장약개발팀이 팀장 김형식 박사를 비롯해 장대성 책임연구원·이정환 박사·이홍석 선임연구원, (주)한화 여수공장의 기술진 등으로 구성됐다. 1992년 봄에 가진 첫 시험에서 격발기 파손은 그동안 성능이 입증된 모방 개발 장약만을 시험평가해 온 시험장에서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원인은 사격 때 생긴 5만psi(1만psi는 1㎠에 703㎏이 작용하는 힘)의 차압(差壓). 생소한 현상이었다. 안흥종합시험장 한충원 책임연구원은 미국 연수 중 입수한 자료에 의거 "차압은 자동차 엔진의 노킹 현상과 같은 것으로 압력이 포탄을 밀어내는 방향으로 발생하지 않고 반대방향으로 높아진 현상"이라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실례로 미국의 155㎜ 자주포로 수행된 이스라엘의 단위장약 시험에서 차압으로 인해 승무원 2명이 희생된 바 있다. 


안전도가 확보되는 적정 차압은 3000p si 수준. 개발팀은 강내탄도 코드로 추진제 형상을 설계하고 밀폐폭파시험(closed bomb test)으로 성능을 확인하였으며 화포 시뮬레이터를 제작, 연소과정을 고속카메라로 촬영·분석하는 등 이론적으로 연소 특성을 해석했다. 


실사격 시험 중에는 차압으로 격발장치가 수없이 손상됐다. 화약연구실 김성호 책임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원격 격발 장치를 개발하는 등 갖은 방법을 다 기울였다. 1996년 말 차압이 최소화된 6호 단위장약이 일단 개발됐다. 그러나 포구속도의 약실 압력이 무장설계치인 5만3000psi보다 5000psi가 높다는 사실이 연구원들을 괴롭혔다. 


추진제 형상을 바꿔 약실 압력을 조절키로 했다. 새끼손가락 한마디 만한 추진제의 작은 알갱이들은 마치 연탄과 유사한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 구멍의 수와 모양을 바꾸는 것이다. 


"미국의 추진제가 보통 7공(孔) 형상인데 비해 독일의 것은 19공입니다. 사진으로 확인했지만 설계 제원은 알 수 없었지요. 7공 형태에서 개선을 시도하다가 1997년에 19공으로 방향을 틀었지요. 수많은 시험을 거쳐 98년 실용 개발단계에 들어서야 5만3000psi 이하에서 40㎞의 사거리 달성이 가능한 포구속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김형식 박사) 


이것으로 개발이 완료됐을까. 또 하나의 시련이 잠재해 있었고 그것은 훗날 운용시험 중에 큰 아픔으로 나타나게 된다. 


한편 최대 사거리 확보에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포탄이다. 기존 보조로켓포탄(RAP·Rocket Assisted Projectile)은 로켓 노즐을 갖추고 그 안에서 추진제를 태워 사거리를 늘린다. 이에 비해 신자포의 사거리 연장탄은 항력 감소장치(Base Bleed)가 달린, 즉 탄 비행 때 탄체 밑부분에 생기는 공기저항을 항력 감소 추진제 연소를 통해 감소시키는 탄이다. 


포탄연구팀(개념연구 이성호·탐색개발 최병두·체계개발 홍종태 팀장)은 유병도·정명지 책임연구원, 이종철·윤상용(이상 포탄체계)선임연구원, 황준식·김창기(이상 항력 감소장치) 박사, 조용찬 선임연구원(탄체)으로 구성됐다. 황 박사는 먼저 항력 감소장치 분야 전문가인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쿠오 박사를 찾아가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그러나 쿠오 박사가 35만 달러의 연구비를 요구하는 데다 미국도 40㎞용은 개발이 안된 상태여서 공동연구보다 국내 독자 개발의 길을 택했다. 황·김 박사는 탄저부 항력 감소장치 작동 개념 및 연소현상을 파악하는 등 (선행)개발에 나섰지만 곧 난제에 부닥쳤다. 


"포탄 비행시간에 맞춰 30초 이상의 연소시간을 확보해야 했는데, 포탄의 회전이 없는 지상실험에서는 성공했지만 분당 수만 번을 회전하는 비행 중에는 연소시간이 13초에 불과했어요. 그렇게 급격히 연소시간이 짧아지는 원인 규명이 잘 안돼 고전했습니다." (황준식 박사) 


항력 감소장치(Base Bleed)가 달린 포탄의 비행 모습. 사진=국방과학연구소
항력 감소장치(Base Bleed)가 달린 포탄의 비행 모습. 사진=국방과학연구소


연구진은 최초 에어모터에 의한 회전시험 장비를 제작했으나 진동이 심하고 회전도 2000rpm 정도밖에 오르지 않아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회전시험 장비를 개발, 1만5000rpm 까지 회전시키며 연소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알루미늄 분말이 연소속도를 증대시킨다는 사실을 파악, 문제 해결과 함께 사거리 연장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최대 사거리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35% 이상의 사거리 연장효과를 실현할 수 있도록 연소속도(시간)·압력지수·산화제 함량 등의 주요 설계변수를 최적화할 수 있는 탄저부 항력 감소장치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요했는데 김박사가 이를 개발, 설계변수를 최적화해 항력 감소장치를 개발했다. 


당시 신자포용 포탄은 기존 포탄보다 길고 날씬하면서 작은 날개(너브) 4개가 달린 탄이다. 그런데 선행개발 운용시험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대두됐다. 탄 날개가 자동 이송장치에 장애가 되고 발사 때 포열강선을 파손시킬 뿐만 아니라 날개의 제작과 부착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홍종태 박사는 날개를 없애면서 공기저항을 최소로 받도록 탄체를 유선형으로 바꿨다. 그 결과 최대 사거리 40㎞를 상회했으나 40㎞에서 낙하 때 탄 분산도가 기존탄보다 2~3배가 넘었다. 탄체 하부의 회전탄대(포열의 강선을 타고 탄을 회전시키는 역할)를 수정하면 해결되리라고 보았다. 


하지만 산 넘어 산. 이번에는 탄체 일부가 깨지며 날아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초속 925m로 포구를 이탈하는 탄에서 깨져 나가는 물질을 촬영, 확인하는 자체가 어려웠다. 거듭된 시험 속에 탄체 뒷부분이 파손돼 항력감소 추진제도 깨진다는 결론을 얻었다. 


K9용 항력감소 이중목적 고폭탄과 항력감소 고폭탄. 자료 사진
K9용 항력감소 이중목적 고폭탄과 항력감소 고폭탄. 자료 사진


최종적으로 조용찬 선임연구원이 ‘보조탄대’를 부착하는 아이디어를 창출해 개발함으로써 탄 분산도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로써 K9용 포탄의 독자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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