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R&D이야기 K9 자주포

[K9 20회] HSU 개발 '땅팔 일 없고 사격도 빠르고 정확히'

신인호

입력 2022. 05. 03   09:14
업데이트 2022. 05. 0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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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55 성능시험 경험 두고두고 고민

'스페이드 없이 사격할 수는 없을까'

영국 AS-90자주포 적용 HSU 채택

숱한 오류 극복하고 원천기술 능가 


포병들은 견인포를 방렬하기 앞서 포다리(가신)를 벌린 후 끝의 발톱(스페이드)으로 고정하기 위해 곡괭이로 땅을 파고, 해머로 철주를 박는다. 이 작업은 사격 반동으로 발생하는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시된다. 2018년 쌍용훈련에 참가한 예비군들이 155mm 견인 곡사포 가신 끝 스페이드에 통나무를 댄 후 철주를 박고 있는 모습이다. 국방일보DB
포병들은 견인포를 방렬하기 앞서 포다리(가신)를 벌린 후 끝의 발톱(스페이드)으로 고정하기 위해 곡괭이로 땅을 파고, 해머로 철주를 박는다. 이 작업은 사격 반동으로 발생하는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시된다. 2018년 쌍용훈련에 참가한 예비군들이 155mm 견인 곡사포 가신 끝 스페이드에 통나무를 댄 후 철주를 박고 있는 모습이다. 국방일보DB


포병들은 화포를 포 진지로 이동시킨 후 땅을 파고 포다리(架身) 끝에 발톱 모양의 스페이드(spade)를 땅에 고정하는 일을 가장 먼저 한다. 자주포는 전차에 비해 사격 충격량이 약 2배에 달하기 때문에 그 충격을 지탱하며 포를 정확히 지향, 사격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스페이드를 땅에 고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 한겨울에 얼어붙은 땅을 곡괭이로 파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때로는 고통에 가깝다.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ADD) 화포 연구진은 1984년 겨울 국내에 처음 도입된 K55(KM109A2) 자주포의 성능을 시험하면서 스페이드를 땅에 고정하는 일을 직접 해봤다. 이때의 경험이 연구진으로 하여금 스페이드 없이 사격할 수는 없을까, 보다 더 승차감이 좋게 주행할 수는 없을까를 두고두고 고민케 했다. 


그 해답은 신형자주포사업을 구상할 즈음인 1987년에 찾을 수 있었다. 안충호 체계팀장은 당시 영국이 개발 중이던 AS-90 자주포가 유기압 현수장치(HSU : Hydropneumatic Suspension Unit)를 적용, 스페이드 고정 없이 360도 전 방향으로 사격이 가능하다는 것과 승차감도 좋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HSU를 적용하면 땅을 파고 철주(鐵柱)를 일도 없고 승차감이 좋아 지속적으로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동 중에도 사격명령을 받으면 1분 이내에 초탄 발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궤도차량의 현수장치는 자동차 바퀴 부분에 해당하며 궤도와 스프링 역할 장치로 구성된다. 궤도는 모래밭·진흙 속에서도 주행과 장애물(수직·참호) 통과도 가능하므로 모든 지형에서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전차·장갑차·자주포에 주로 적용된다. 


또 스프링 관련 장치는 진동 흡수와 충격 완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기존의 자주포는 스프링으로 토션바(Torsion bar)를 적용, 기동 중 발생하는 진동·충격을 흡수하지만 사격 때의 충격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스페이드를 필요로 했다. 


신자포에 적용될 HSU는 기동 또는 사격 중 발생하는 충격을 다 받을 수 있는 당시 첨단 제품으로 자동차의 완충기(shock absorber) 역할을 한다. 자주포체계팀은 신자포에 적용할 스프링으로 HSU를 결정했다. 그러나 당시 국제적으로도 HSU는 내구 수명이 검증되지 않은 채 일부 장비에서 문제를 야기해 논란이 없지 않았다.


국내기술 수준도 부족해 영국에서 AS-90자주포에 적용하고 있는 에어로그(Air-Log)사 제품을 기술도입, 국산화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연구진은 기동실험차량(MTR)과 선행 시제품에는 도입품을 적용키로 하고 선행개발 기간 중 국산화 10%, 실용개발 중 70%를 국산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기술개발은 국과연 현수연구팀의 김종수·이윤복 선임연구원과 동명중공업의 정태휘 차장·오현재 과장이 중심이 돼 에어로그사의 기술지원을 받으며 국내생산 기반을 갖춰 나갔다. 선행 시제품을 완성, 1만㎞ 내구도 주행시험을 하면서 동시에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실내 내구도 시험을 수행했다.


그러나 믿었던 HSU에 문제점이 발생했다. AS-90에 비해 5톤이 무거운 47톤의 신자포 중량을 HSU가 견뎌내지를 못한 것이다. 내구도 시험차량에 쓰인 12개의 HSU 중 8개를 교체해야 했다. 실내 내구도 시험 중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내구도 시험 중인 K9용 유기압현수장치. 사진=국방과학연구소
내구도 시험 중인 K9용 유기압현수장치. 사진=국방과학연구소


이제 연구진 스스로 신자포용 HSU로 많은 부분을 개량 개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실용개발 중이던 1997년 5월부터 꼬박 1년간 국과연·동명중공업(현 모트롤) 연구진은 밤낮 없는 씨름을 계속해야 했다. 결함이 발생, 설계변경을 했지만 다음 시험에서도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또 발생되곤 했다. 그렇게 설계변경이 5번, 실내 내구도 시험이 11번이나 수행됐다. 


하지만 땀으로 맺은 열매는 더없이 달다. 시험과정에서 질소가스 체적 증가, 콘로드 재질 개선, 주피스톤 강도 보강, 실링 메커니즘 보완 등 우수한 국산화가 이뤄졌다. 그 결과 5~15톤의 하중을 몇 단계로 변화시키는 1사이클을 50만 회 수행하는 내구도 평가시험을 거뜬히 통과했다. 이는 1만㎞ 주행과 50만 발의 사격 충격력을 견뎌내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마디로 연구진이 개량 개발한 K9의 현수장치는 당시 수입된 HSU는 물론 그 어떤 HSU보다 뛰어난 성능을 갖는다. 이는 원천기술을 제공했던 영국도 인정하고 있다. 개발 성공 직후 동명중공업이 이 현수장치 부품을 영국으로 역수출한 쾌거가 그 사실을 말해준다. 


■ 국방일보 원문 기사

국방일보 국산 무기체계 개발 비화 

『철모에서 미사일까지』 제3화 「K9 155mm 자주포」 

 <20> 현수장치 국산화 성공 2002년 12월 18일자

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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