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R&D이야기 K9 자주포

[K9 15회] 신자포 개발 형태, 업체 주도로 전환할 수 있을까

입력 2022. 04. 20   09:04
업데이트 2022. 04. 2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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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11사단의 K9자주포 실사격. 국방일보DB
육군11사단의 K9자주포 실사격. 국방일보DB

"야전포병의 전술 운용에 일대 전기를 가져 온 신형 155㎜ 자주포 개발사업에 일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이 남다른데 제가 지휘했던 포병단의 예하대대에 육군에서는 최초로 배치됐으니 그때 그 기쁨과 보람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육군대학 전투지휘훈련처장(2002년 당시) 변충헌(학군15기)대령은 1992년 6월 당시 중령으로서 육군본부 포병무기체계 담당 실무장교로 보임돼 최초 신자포 소요제기시 군이 제시했던 작전운용성능(ROC)에 대한 검토(보완)업무를 수행한 인물이다.


국방과학연구소 화포체계실이 제출한 신형 155㎜ 자주포 탐색개발 연구 결과 보고서를 접수하면서 시작된 ROC 검토는 시제품을 개발하는 선행 개발단계에 진입하기 앞서 갖는 작전운용성능의 재검토 과정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 재정립된 ROC는 연구진에 개발목표가 될 뿐만 아니라 군 입장에서는 전력화시 획득예산과도 연관돼 그 중요성과 실무자의 책임은 막중했다.


"업무 파악을 마칠 즈음이었고, 93년도에 체계개발이 착수될 수 있도록 10월 중에 검토 ·보고를 마쳤야 했는데 시간적으로 촉박하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어요. 더욱이 그때까지도 신자포 개발에 부정적 시각을 보였던 분들에게 개발 타당성을 입증해보여야 했습니다."


변 대령은 국과연 연구개발진의 안충호 체계팀장과 김동수(당시 중령·육사32기·2009년 순직)대령을 처음 만난 뒤 이틀에 한번꼴로 반나절씩 분야별 연구원들과 많은 토의를 벌였다.


40여 항목의 작전요구 능력을 검토하면서 변 대령은 누구 못지않게 업무에 매진했지만 한편으로 연구진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성에 놀랐다. 마치 자신이 연구진에 떠밀려 일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같은 생각은 연구진에도 마찬가지로 결국 사용자측인 군과 연구개발진이 자연스럽게 일체감을 이룰 수 있었다.


변 대령은 경제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ROC 설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신자포의 급속발사속도를 15초 이내 3발로 결정한 것은 좋은 사례가 된다. 변 대령은 탄의 위력을 고려할 때 초탄이 떨어진 후 적의 인원·장비가 15초 이내에 살상 범위를 벗어나기는 어렵고, 사격 시간은 훈련수준에 따라 단축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10초 이내 3발’을 채택하지 않았다. 만약 10초 이내 3발의 발사속도를 계속 요구했다면 개발비용의 엄청난 증가는 물론 연구진에게 부담감을 넘어 고통을 주었을 것이다.


변 대령은 신자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화력 수단 중 야포체계가 가장 저렴 ▲북한 대비 포병화력의 수적 열세를 질적으로 대응 ▲군단작전지원 수단 확보 ▲야포사거리 연장에 따른 적의 추가적 대책 강요 ▲통일 후 주변국 군사력에 상응하는 전력 보유 등으로 설명하며 관계관들의 부정적 인식을 전환시켰다. 특히 표적획득 수단과 관련해 대포병레이더·정찰용 무인항공기 등을 신자포의 전력화 시기에 맞춰 확보, 충족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변 대령은 넉 달여의 검토 끝에 글자 하나하나에까지 세심하게 신경쓰며 60여 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 계획편제처장(홍한수 준장 ·육사24기)에 대한 최종보고는 신자포가 갖는 중요성 때문에 10월29, 30일 이틀간에 걸쳐 진행됐다. 부분수정 몇 가지 외에는 특별한 지적을 받지 않았다.


안 체계팀장은 "홍 장군이 변 대령에게 직접 말하지는 않았겠지만 관계관들에게 매우 훌륭하고 완벽한 보고였다고 말했다는 것을 훗날 전해 들었다"고 귀띔했다.


한편 육군에서는 ROC에 대한 검토가 순조롭게 진행된 반면 합참에서는 육군에 대해 체계개발동의서(LOA) 작성 지시를 보류하고 있었다. 즉 훈령에 따라 탐색개발이 끝난 뒤 그 결과를 확인하고 하겠다는 것이었다. 연구진이 수차례 합참을 방문, 협의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이유는 이러했다. 당시 지상장비의 대표 격인 K1전차의 성능개량사업과 30㎜ 자주대공포 비호의 주무장·탄약이 해외 기술도입으로 추진되던 터라 선진국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사거리 40㎞ 급의 포신·탄약을 어떻게 국내에서 독자 개발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구진에게는 연초부터 가졌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국방부가 신자포 체계개발사업의 개발 형태를 업체 주도로의 전환 가능성에 대해 검토 지시를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자주포 전문업체인 삼성테크윈(전 삼성항공, 현 한화테크윈)은 자체적으로 이를 검토했으나 차량과 종합군수지원요소는 업체 주도 개발이 가능하되 핵심이 되는 무장·탄약·탄도·포탑·사통분야는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결국 육군이 제시한 ROC를 충족하는 자주포는 세계 어느 국가도 개발하지 않아 삼성테크윈의 기술도입 생산이 불가능, 국과연 개발이 결정됐다. 


■ 국방일보 원문 기사 

국방일보 국산 무기체계 개발 비화

『철모에서 미사일까지』 제3화 「K9 155mm 자주포」 

<15> 軍·연구진 ROC 검토 한마음 2002년 11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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